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24
illustrator by 햇살
요술이의 숙제를 위해 가족이 모두 모였습니다. 가족들의 관계에 대해 쓰는 것이 오늘의 숙제입니다. 각자 돌아가며 스스로 생각하는 관계에 대해 적었습니다. 아빠는 사랑을, 엄마는 놀이를 하는 사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햇살이의 답이 놀랍습니다.
'나만 구박할 수 있는 사이'
생각지도 못한 답입니다. 서로 엄청나게 사랑하는 좋은 사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남과는 다른 사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일명 애증의 관계지만 '애'와 '증' 중에 '애'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햇살이와 요술이의 관계는 좋은 맑음과 나쁜 흐림 그리고 뿌연 안개와 같은 그런 날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늘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친구와 지내는 걸 살펴보면 잘 지내다가도 절교를 한다는 둥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또 사과하고 화해하고 다시 잘 지내기도 합니다. 형제자매남매도 이와 같습니다. 늘 잘 지내길 바라는 건 부모의 바람이고 어쩜 이루어질 수 없는 욕심일 수 있습니다. 좋고 나쁨을 반복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모습이므로 너무 잘 지내기만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목표가 크면 성공은 어렵고 그만큼 좌절하고 상처받는 일이 많아지니까요.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은 형제자매남매라는 혈연관계를 강조하며 두 아이를 한 세트로 묶어 두지 않는 것입니다. 흔히 "형도 씻으니 너도 지금 씻어.", "동생은 치킨 먹는다고 하니 너도 치킨 먹자."라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는 사실 부모의 편의성에 맞추어 두 아이를 대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아이들의 질투와 경쟁과 불만이 쏟아지게 됩니다. 두 아이 모두 낱개 포장된 사탕처럼 개인의 기질과 성격 특성에 맞추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첫 아이에게는 첫째로서의 의무가 없어야 하고 동생에게는 동생으로서의 막강한 권리가 없어야 합니다.
첫째도 둘째도 부모가 양육해야 하는 존재이고, 부모는 두 아이 사이에서 사랑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며 특히나 비교는 절대 금지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의 사랑을 저울질하는 존재입니다. 가장 좋은 건 부모의 사랑이 아이들의 아주 주관적인 눈금이 존재하는 저울 위에 올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사랑을 전해 주세요. 아이들은 서로를 더 이상 비교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