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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용돈 줘.

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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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or by 햇살





햇살이는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햇살이가 용돈을 받는 날인데 그걸 보더니 글쎄 요술이도 용돈을 달라고 합니다. 누나가 받으니 자기도 받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나 아직 초등학생도 안 된 요술이와 중학생인 누나를 똑같이 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같은 날, 같은 용돈을 받는 것을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명 '혜택의 공평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공평하다는 것에는 두 대상이 동일한 조건이라는 가정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요술이와 햇살이는 연령이 달라 동일한 조건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흔한 반응은 "쬐끄만 녀석이 무슨 용돈이야."라고 핀잔을 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는 평생 동안 용돈을 받지 못할 것 같고, 누나만 용돈을 주는 것에 심술이 나 자기도 용돈을 달라고 계속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너도 받아야 공평한 거지."라고 말하며 용돈을 주는 부모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유아기의 아이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고, 혼자서 필요한 무언가를 살 수도 없기 때문에 용돈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요술이의 용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은 의외로 햇살이였습니다. 햇살이는


"기다려. 나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받았어."


라고 말했습니다. 햇살이는 자신의 기억의 회로를 더듬어 우리 집만의 규칙이 있음을 요술이에게 말해 준 것입니다. 햇살이는 자신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용돈을 받았으므로 요술이에게도 기다리라고 한 것입니다. '용돈 안 줄 거야.'가 아니라 '너도 정해진 때가 되면 줄 거야.'라고 아이의 욕구를 꺾는 말이 아니라 욕구를 제대로 충족할 수 있는 말로요. 이럴 경우 요술이는 자기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용돈을 받게 될 것이므로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아이를 양육하는 기준이 있다면 언제나 깔끔하게 상황이 정리된답니다.


아이에게 용돈은 참 중요한 것입니다. 엄마 아빠처럼 돈을 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고 신나는 일이니까요. 용돈을 쓸 때의 느낌은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일 것입니다. 이렇게 멋지고 좋은 용돈은 처음에 어떻게 받았는지, 어떻게 썼는지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 경험에 따라 돈에 대한 씀씀이와 경제개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을 '용돈교육'이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모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정기적으로 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에게 용돈이 필요할 때마다 주는 것입니다. 어느 방법이든 부모와 아이가 정한 대로 하면 되지만 저는 첫 번째 방법인 정기적으로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용돈을 조금 더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주게 되면 꼭 줘야 하는 건지, 꼭 사야 하는 건지 아이와 불필요하게 논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마트를 지나가다가 멋진 로봇을 발견하고는 부모에게 사 달라고 했습니다.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는 아이라면 부모가 "용돈으로 사면 돼."라면 끝날 일입니다. 그럼 아이는 용돈으로 로봇을 살 건지 아님 로봇을 사지 않고 다른 곳에 용돈을 쓸 것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용돈을 어디에 얼마큼을 썼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지를 느끼게 되어 용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받은 아이라면 이 고민을 부모가 하게 됩니다. '이걸 꼭 사야 해?', '생각보다 너무 비싼데. 다른 걸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아이와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을 해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생각하는 필요함과 유용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용돈을 가지고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소비할 수 있도록 용돈 교육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양육표어 - 정기적인 용돈으로 경제개념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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