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빌거미 악몽(2)
불행으로 가득 차 울고 있는 우리 자신이 눈앞에 보였다.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 악몽으로 나오자 우리는 괴로워 하기 시작했다. 슬픔 감정은 차올라 눈물로 뿜어져 나왔다. 쉴 틈 없이 빠져나오는 슬픔 속에 악몽은 계속해서 상영되었다. 반복되는 장면에 정신없는 우리의 재킷 안에 있던 눈호랑꽃에서도 어느 순간부터인지 눈물이 흐르며 사르륵 사라졌다. 그러자 반복은 멈추고 과거의 기억이 어느 정도 지나가자 자신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울던 우리 앞에 기억이 나지 않던 단편이 펼쳐졌다.
우리는 몽환숲에 다녀온 이들에게 어떻게 갔는지 정확하지 않아도 되니 알고 있는 걸 알려달라는 부탁의 메일들을 계속해 보냈다. 답장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황에 막연하게 기다릴 수 없었다. 숲과 전설에 관련된 것들 또한 미친 듯이 검색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드디어 단서가 될만한 아주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 희귀한 전설책들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는 골동품 가게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 저어.... 여기에 희귀한 전설책들이 있다 들어서 왔는데 정말 있나요?"
인사와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손님에 알 수 없는 듯한 미묘한 웃음기를 가진 나이가 꽤 든 여사장이 웃으며 반겨줬다.
- "엄청 다급해 보이시네요. 여기에 앉아 기다려주시겠어요. 따스한 차예요. 이걸 마시면 진정에 도움이 될 거예요."
무례했던 걸까 싶던 우리는 의기소침하게 대답을 한 후 여사장이 준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차를 다 마실 때쯤 사장은 몇 권의 책을 들고 나타났다.
- "우선, 이 책들은 구매가 안 돼요. 아주 귀한 물건들이거든요. 이 책들은 존재를 알고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답니다. 손님은 운이 아주 좋아요. 오늘은 보여줘도 되는 날이거든요."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게 의아했지만 어찌 되었건 볼 수 있다느 사실에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 "저는 몽환숲에 관한 것을 찾고 있어요. 혹시 있을까요?"
- "음...... 생각을 해보자아아..... 옳지! 여기에 있을 것 같네요!"
책들 중간사이에 껴 있던 표지가 탁한 레드와인 색인 가죽인 책을 꺼내었다. 그리고 사장은 장갑을 낀 채 아주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한참을 넘기다 드디어 손을 멈추었다.
- "여기에 있네요! 음...... 내용은 길지 않네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이 찢겨 있어요. 찾던 정보가 다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보실래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 우리는 사장옆으로 가 책을 보았다.
<몽환숲>
옛날엔 숲이 보였고 왕래에 대한 여러 전설이야기가 있는 신비한 곳이자 지금은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숲. 이곳엔 신비하고 다양한 존재들이 가득하다. 가끔 그들이 우리의 세계로 찾아오는데 그것을 볼 수 있는 자는 선택받은 자라 불리며 몽환숲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선택받은 자가 아니어도 가는 이가 가끔씩 나왔는데 그 방법은 이러하다.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쓴 문서와...........
돌아오는 방법 또한 같다고 한다.
하필 갈 수 있는 방법 부분이 찢겨 있었다. 그걸 알아야 갈 수 있고 돌아올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필요한 한 가지는 알게 된 우리는 아직 희망이 있다 생각했다.
- "원하던 것을 찾으셨나요?"
- "네, 근데 하필 가장 중요한 부분이 훼손되어 볼 수 없는 게 아쉽네요. 사장님은 아시는 게 있으실까요?"
- "음....... 제가 기억하기로는 어떠한 통로였던 것 같아요."
통로! 정확하지 않은 게 여전히 많지만 몽환숲에 대해 찾기 위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너무나 훌륭했다. 그리고 아직 메일답장도 남아 있었다. 우리는 감사하다는 인사 후 집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사장의 희미한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 "그곳에서 원하는 반짝임을 찾으시길....."
집에 돌아온 우리는 메일 답장이 왔는지부터 확인하였다. 다는 아니었지만 답장이 와있었다. 사장말엔 분명 통로라 했는데 다들 달랐다. 어떤 이는 바다가 마지막 기억이었고, 다른 이는 은색 쟁반, 창문, 반려동물 눈이었다.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듯한 마지막에 본 장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