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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Mar 11. 2024

몽환숲_우리 이야기

웨이빌거미 악몽

- "오호라. 곰의 아이구나. 나에겐 최고의 식사가 눈앞에 있다니. 오늘 아주 운세가 좋아."


섬뜩하게 웃는 거미에 우리는 소름이 끼쳤다. 몽환숲은 찾아오는 모든 이들의 반짝임이 될 존재들만 있는 곳이지만, 좋은 것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여기서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모두가 잡혀 먹을 거란 생각이 확신으로 든 순간 우리는 넘어진 관리자와 샬프럿에게 소리쳤다.


- "아기호랑이를 데리고 어서 도망가! 샬프럿 네가 가장 위험해! 흩어져야 해! 그래야 살아!"


그리고 우리는 웨이빌 쪽으로 뛰었다. 우리는 불행했다. 불행했기에 온 곳이다. 그렇기에 자기의 행복을 빼먹으려 해도 먹을 행복이 없으니 웨이빌에겐 소용없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었다. 덜덜덜 떨며 웨이빌 거미 앞에 선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줄 테니 친구들은 놔달라고 말했다. 도망가는 최고의 먹이를 바라본 웨이빌은 화가 난 채 여러 개의 눈으로 째려봤다.


- "너는 이방인이지? 이방인들은 다 하나 같이 비슷해. 음산하고 우울한 것들 가득 붙어있어. 맛있는 행복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 근데 지금 나보고 너의 행복을 먹어라? 나를 바보로 아는군."

- "다.... 다른 이방인 행복들을 잡아먹었나요?"

- "이곳에 사는 것들의 수명이 얼만 줄 아느냐? 짧디 짧은 생을 사는 너희와 다른 곳이다. 몇백 년은 살은 나야. 그러니 모르는 게 말이 안 되지. 이방인들 행복? 그래 있기는 하지. 아주 드물지만. 그마저도 불행과 우울한 감정들이 찐뜩하게 붙어 오염되어 있어 맛있지가 않아! 아예 맛보기도 싫은 맛도 있었어. 너 또한 다를 게 없는 게 뻔하지!"


인상을 잔뜩 쓴 채 웨이빌은 도망친 샬프럿과 아기호랑이를 잡으러 몸 방향을 틀었다. 그런 웨이빌을 우리는 다시 막아섰다.


- "맞아요. 저는 아주 맛없을 거예요! 지금 불행한 상태니깐요. 거짓말 안 해요. 근데요. 저 여기 와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어요.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행복한 일들이 많을 거라 확신해요. 제가 찾고 있는 게 있어요. 그것을 찾으면 제..... 제 행복한 기억들을 드릴게요!"

- "네가 언제 돌아갈지와 거짓말일 지도 모를 말들을 믿어라?"

- "악몽! 악몽을 뱉으신다고요?! 저에게 지금 악몽을 주세요. 약속의 증표로 악몽을 받을게요. 깨어날 자신 있어요! 악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깨어나 행복을 느끼면 그 행복은 얼마나 달콤하겠어요!"

- "하하하하하. 악몽을 달라? 아주 재미난 제안을 하는구나. 그래. 악몽에 더 불행해져 못 깨어나 바둥거리는 꼴을 생각하니 유흥거리가 되겠어. 이러든 저러든 나에겐 손해 볼 건 없지."


웨이빌은 우리가 악몽에서 제대로 깨어나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깨어난다 해도 불행하겠지 라는 생각에 행복을 먹지 못해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무료한 삶에서 스스로 악몽을 자처해 악몽 속에서 허우적 거길 모습은 오래간만에 온 훌륭한 유희거리가 될 거였다. 자신에게 득이 없는 거래를 하자는 우리가 재밌었다. 이런 제안은 거절할 필요성이 없었다.


- "좋아. 그 제안받아주지. 악몽을 받고 어디 한번 마음껏 후회해 보거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 몸은 거미줄로 칭칭 감겼다. 좁은 관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 안 들려고 집중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우리 눈꺼풀은 서서히 잠겼다. 거미줄에 감기면 다들 바둥거리는데 우리는 태연하게 잠들지만 않으려는 꼴에 웨이빌은 다시 한번 인상을 썼다.


거미줄이 몸에 흡수가 되면 악몽이 시작되는데 흡수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기다리기 지루했던 웨이빌은 잠시 다른 사냥을 하러 갔다. 덩그러니 남겨진 우리 몸에 붙어있는 거미줄은 천천히 흡수되었다. 감긴 눈을 뜬 우리 앞에 몽환숲에 오기 전 자신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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