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듀화 Dyuhwa Mar 05. 2024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웨이빌거미와 몽환숲 호랑이

- "곰의 아이야. 너 이름이 뭐야? 이름이 말 그대로 곰의 아이야? 다들 널 그렇게만 부르길래."


몽환숲에 조금 적응이 된 우리는 데빌리에 있을 때보다 여유로워지자 주변이 더 잘 보이고 궁금한 게 많아졌다.


- "몽환숲에 살기 전 이름은 샬프럿이야. 근데 여기선 다들 나를 곰의 아이라고 불러. 곰들과 같이 지내서 그런가 봐. 그러다 보니 나도 가끔씩 내 이름이 가물가물해. 오랜만에 이름을 말한 것 같아, "

- "이름이 샬프럿이었구나! 행성 이름 같아. 기억할게 샬프럿. 여기선 얼마나 있었던 거야?"

- "음...... 흐음..... 엄청 오래돼서 그것도 가물가물해. 너보단 많지?"


웃으며 말하는 샬프럿에 우리는 당황했다.


- "그... 그렇죠! 이야기를 해주신 게 오래전이라고 했으니깐요. 어린아이 모습이라 저도 모르게 반말이 나왔나 봐요. 죄송해요."


급하게 사과하는 모습에 샬프럿은 정말 해맑은 아이 같은 얼굴로 웃으며 괜찮다며 편한 대로 하라 했다. 머쓱해진 유리는 화제를 돌릴게 필요했다. 그러다 옆에서 같이 웃는 관리자와 눈이 마주쳤다.


- "관리자 님들은 이름이 없나요?"

- "우린, 우리 네가 부르는 이름이 곧 우리 이름이란다."


또였다. 말장난 같은 대답과 쳬셔같은 묘한 웃음기. 이건 그들이 하나라는 증거 같았다.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서 고양이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해 보이는 울음에 우리와 일행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곳에 커다란 거미줄에 칭칭 감겨 걸려있는 아기 호랑이가 있었다. 눈화랑꽃 설화 속에서 작은 달호가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 "몽환숲 호랑이야! 애기가 혼자 놀다가 함정에 걸렸나 봐! 아직 악몽을 받지 않은 것 같아!"


샬프럿은 호랑이에게 달려가 몸에 감긴 거미줄을 뜯어내며 말했다. 관리자는 그 옆에서 이성을 잃고 발버둥 치는 호랑이를 진정시키며 달랬다. 우리는 샬프럿의 말을 이해 못 했지만, 위험한 상황인 것은 확실히 알았다. 묻는 건 나중에 하고 일단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뛰어가는데, 나무 위에 엄청 커다란 거미가 내려오면서 샬프럿과 관리자를 향해 거미줄을 발사했다. 우리는 몸을 던져 둘을 구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 "너도 요정 같은 존재잖아! 어린애를 잡아먹으려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거미는 우리말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 멈췄다.


- "하...... 웃기는군. 여기도 결국 살아있는 것들이 살아가는 숲이야. 그럼 잡아먹고 먹히는 건 당연한 자연섭리가 아닌가? 네가 살기 위해 먹는 건 뭐지? 말도 안 되는 모순을 말하는군."


신비한 곳이니깐 당연히 약육강식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는 자신이 크나큰 착오를 했다는 것과 거미의 말이라면 자신도 여기서 잡혀 먹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공포에 얼어붙었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샤프럿과 관리자에게 도움 눈빛을 보내자 관리자는 자신은 몽글리아 관리자이기 때문에 데빌리지역에 사는 요정을 터치할 수는 없다고 했다. 샬프럿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덜덜 떨며 눈앞에 있는 거미에 대해 짤막한 설명만 해주었다.


- " 저 거미는 웨이빌 거미야. 데빌리지역 거미인데 행복한 기억을 주식으로 먹고 악몽을 뱉어. 행복과 즐거움이 반짝임인 나에게 천적인 존재야. 악몽을 받으면 시름시름 앓다 죽을 수 있다 했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러면 그걸 또 잡아먹는다는 소리도 있는 무서운 악마요정이야."


이전 12화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