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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Mar 21. 2024

반년만에 재만남

물고기정령이 물어다 준 인연










"제가 아직 시드니에 있을 때 오시는군요! 상태 체크하러만 가도 되나요?"


"그럼요. 시간 맞으면 커피나 같이 수다 도란도란 떠들어도 좋아요."



2개월 뒤, 실제로 만남이 이루어졌다.


<무보정, 7개월 차 발색 사진>














2023년 9월 첫 시드니 방문 때에 외국인 손님들 중 처음으로 한국인 문의가 왔다. 타지에서 한국분이 연락 와서 처음엔 여기서 사시는 분인가 했다. ( 호주타투단가는 한국보다 비싸기 때문.) 알고 보니 공부하러 온 학생분이셨다. 단가에 대해 알고 있기에 친구들이 나를 만나기 전까지 많이 말렸다고 한다. 그래도 찾아와 줘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작업 시간 내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마무리하고 언젠가는 볼까 싶었는데, 이렇게 틈틈이 발색 사진을 열심히 보내주고 열심히 관리해 주는 손님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더 고마워서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내적친밀감이 생겨버렸다. 호주로 다시 간다는 사실에 연락이 다시 오셨다. 받고 싶으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단 말과 그냥 나에게 발색을 보여주러 가도 되냐는 말에 커피 마시자고 말을 해버렸다. 워낙 내성적이고 손님과는 사적인 관계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편이라 스스로 놀랐다. 나이도 꽤나 서로 차이 나기에 내 말을 빈말로 들어겠거니 하고 넘기고 2달이 지나 호주에 도착하자 진짜 만나자는 연락이 다시 왔다. 타지에서 만난 인연이라. 아주 흔하지 않은 인연이다. 만나기로 결정하고 날짜를 정했다.


6개월 하고도 십 며칠이 지난 시점에 만난 손님은 분명 반년만에 보는 건데 얼마 전에 만난 사람처럼 반갑고 어색하지 않았다. 시티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우선 나를 써리힐스에 위치한 유명 브런치카페를 데리고 갔다. 우리는 브런치 메뉴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도란도란 나누기 시작했다. 타투발색이 잘 나오기 위해 받은 날 며칠 후 열리는 샴페인 파티 때도 꾹 참았다는 말이 너무 귀엽고 고마웠다. 다들 자신의 몸에 있는 타투 중 가장 이쁘단 소리르 많이 들었단 말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화는 식사를 마치고도 계속되었다. 요즘 트렌드로 인기가 많다는 요거트 아이스크림가게와 달링하버를 지나가 보고 싶었던 천문대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근황을 이야기했다. 도착한 천문대 언덕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손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중 하나라고 말했는데, 나도 그 순간부터 시드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풍경에 빠져들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너무나 고마웠다. 이런 인연이 다 있을까 싶었다. 손님과 사적인 관계가 꼭 나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생을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도피하지 않고 계속해 걸어가서 다행이야. 길을 또 잃어버린 게 아닐까 그 기분에 늘 허덕였는데 잠시 길을 잃은 게 너무나 행운인듯하다. 운이 없는 줄 알았는데 운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이런 반짝인 단맛에 계속해서 나아가는 거겠지. 이런 거면 나아가야지. 어쩌겠어. 이렇게나 아름다운걸.'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앉아 풍경을 바라보다 시드니 주립도서관으로 향했다.


걷고 또 걷고 발에서 불이 나는 듯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라 내 체력이 받아주는 만큼은 같이 시티를 돌며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내 체력은 정말 별로다. 이곳에 오기 전 나름 운동했는데 소용없는 것 같다. 다른 곳 구경시켜 줄 곳 없나 찾아보려는 손님께 아쉽지만 여기까지 보고 내 일정이 끝나기 전에 또 볼 수 있음 보자고 다음을 기약하며 우린 헤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지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돌아와 며칠이 지난 지금 이렇게 글로 적으니 새삼 스스로가 운이 좋은 사람 같단 생각이 든다. 이런 인연이 또 어디 있고,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할까. 이렇게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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