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입문 하려는데 추천해 주실 곡/앨범 있으신가요?

by 설다람


'재즈 입문하려고 하는데, 음악/앨범 추천 해주실 수 있나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래와 같다.(실제 웹에 떠도는 추천곡을 모은 리스트이다.)


Bill Evans - Portrait in Jazz

Bill Evans - Waltz for Debby

Charles Mingus - The Black Saint and the Sinner Lady

Chet Baker-Chet Baker Sings

Dave Brubek-Time out

Duke Jordan-Flight to Denmark

John Coltrane - A Love Supreme

John Coltrane - Blue Train

Keith Jarrett-The Köln Concert

Miles Davis – Bitches Brew

Miles Davis - Flamenco Sketches

Miles Davis - Kind Of Blue

The Mahavishnu Orchestra - The Inner Mounting Flame

The Modern Jazz Quartet - The Complete Last Concert

Emily Remler - Catwalk

Helen Sung - (Re)Conception


등등


나름대로 확실한 이유와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The Mahavishnu Orchestra - The Inner Mounting Flame

Miles Davis – Bitches Brew

Charles Mingus - The Black Saint and the Sinner Lady

Keith Jarrett-The Köln Concert


이것들을 추천해 준 사람은 진짜 양심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즈에 등을 돌리고 떠났는지를 생각하면, 눈물을 금치 못하겠다. 저런 음악을 처음 듣게 되면, '내가 왜 이걸 듣고 있지'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 진짜 비극이 시작되는데, 차라리 여기서 이런 류에 음악을 포기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런 곡들을 붙잡고 '이걸 이해해야 해. 어려운 곡이지만 이게 좋게 들리는 순간 내 감상력은 높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왜?

어려우면 안 들으면 된다. 굳이 귀에 맞지도 않는 음악을 숙제처럼 듣고 있는 건, 세상 미련한 짓이다. 음악 감상은 자발적 고문이 아니다. 이미 재즈 듣는 것 자체가 귀에게 새로운 질감의 음을 강요하고 있는 데, 굳이 거칠고, 흉측하고, 아름다운 것을 밀어 넣을 필요는 없다. Keith Jarrett의 The Köln Concert는 1시간을 온전히 음악에만 투자해서 들어야 하는 작품이다. 아마 재즈를 좋아한다는 사람들 중에도 The Köln Concert를 각 잡고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그렇다 많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해야 흐름상 올바른 서술이겠으나, 그렇게 적기엔 여기저기서 재즈 꼰대들이 분노의 함성을 지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도둑력을 집중 맞은 사람들에게, 노동요로 틀어놓는 것이 아닌 이상, 1시간짜리 음악을 한 번에 듣는 것은 무리다. 쇼츠의 유행으로 30초도 길게 느껴지는 세상에 1시간? 웃기는 소리다. 그러니 위의 앨범을 통해서 처음 재즈를 듣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낭비한 시간 말고는 무엇도 없다. 물론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는 소수의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도 결코 시작이 곱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음악이 재즈 감상의 뿌리가 된다면 그 사람의 영혼은 일그러지고 말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아온 사람들은 그랬다.



다른 곡들을 살펴보자.


John Coltrane - A Love Supreme

John Coltrane - Blue Train

Miles Davis - Kind Of Blue

Miles Davis - Flamenco Sketches

Dave Brubek-Time out


이 부류는 학습된 정신의 소유자들이다. 재즈 명곡 100 또는 죽기 전에 반드시 들어야 할 재즈 앨범, 와 같은 음악 평론가들이 선별해 놓은 목록을 하나씩 격파하는 데 취미가 있는 고약한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다행인 건, 위에 있는 양심 없는 사람들과 달리 이 사람들에게는 악의가 없다는 것이다. 전통에 충실하고, 권위를 신뢰하는 것은 나쁜 선택지가 아니다. 위의 곡들보다는 안전한 음악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어떤 사람에게는 고리타분하게 들리거나,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튀어나올 수 있는 음악일 수도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그런 경우라면 듣지 않는 것이 좋다. '듣다 보면 좋아지겠지', '고급 음식은 원래 입에 안 맞는다더라.'라는 헛된 기대와 망상을 가지고 참을성을 기르지 말자.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다.


아래 곡들은 평화주의자들의 목록이다.

Bill Evans - Waltz for Debby

Bill Evans - Portrait in Jazz

Duke Jordan-Flight to Denmark

Chet Baker-Chet Baker Sings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음악들을 추천해 준 사람에게 양배추나 무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연인끼리 사랑을 속삭일 때, 심신의 안정이 필요할 때, 듣기 좋은 음악이다. 문제는 이 음악들이 취향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이 음악들은 이른바, '위스키와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볍게 즐기는 음악'이라고 속이 꼬인 한심한 작자들이 허세 부리네,라고 조롱하는 영역에 있다.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뜻이다. 이 곡들을 들으면서 재즈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허세 부리지 좀 마, -하는 비아냥을 듣게 되면 움추러들고, 주눅 든다. 이제 막 재즈의 꼭지를 돌린 사람들은 악질들이 내뱉은 말에 상처 입고 재즈 듣기를 포기하게 된다. Eddie Higgins는 훌륭한 연주가이다. European Jazz Trio, Andrea Motis 모두 좋은 음악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즐긴다고 해서 당신의 취향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동종으로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여러분의 선택을 부정할 필요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여러분의 귀가 들었을 때, 음들의 가치가 살아난다면, 남들이 아무리 구리다고 하더라도, 그 음악은 좋은 음악이다.


아래 음악을 추천한 사람은 양반이다. 정통성을 지녔으면서, 적당히 가려진 그런 음악들.


Emily Remler - Catwalk

Helen Sung - (Re)Conception


재즈 음악 탐정들이 되어 이런 음악을 찾아내고 전파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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