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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May 11. 2024

프리랜서 기획자의 데일리 회고 (5월초)

부제 : “출퇴근길 적폐는 지하철”

프리랜서 기획자의 데일리 회고 (5월초)

Today I Learned.. (4.29~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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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29 월요일 “출퇴근길 적폐는 지하철”


이러다 십잡스가 될 운명인가!?


오늘 오전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지만 아침 8시에 출근을 했다.

원래 지금 사무실에서의 근무 시간은 9시반~6시반이지만

오늘은 다른 프로젝트의 오전 미팅을 위해 성수에 8시까지 갔던 것.


집에서 성수까지 넉넉잡아 1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7시에 화장까지 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왠걸? 지하철이 한산하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라 피곤함도 가시는 것 같았다.

거기다 지하철역에서 미팅 장소까지 걸어가며 커피도 사고, 한산한 길거리를 구경하는데

시간대만 바뀌었을 뿐인데 조용한 길거리가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져서 신기했던 것.


거기다 이른 오전 미팅이라, 대표님이 사다주신 베이글은 또 어찌 그리 따뜻하고 쫀득한지.

갓 만들어 맛있는 빵을 먹은건 거의 처음이라 더더욱 행복하고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졌다.


평소 내 스스로 아침형 인간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에서야 아침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것 같다.

분명 해가 뜨고 밝아졌는데 신기하리만치 도로에 차와 사람은 없고, 새소리만 들리는 시간.

거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더운 대낮과 달리 정신이 맑고 또렷해지는 기분.

출퇴근 시간까지 시간 여유가 있으니 여유롭게 지하철역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

카페에 들어가서 금방 내 메뉴를 주문하고 받을 수 있고, 따뜻한 베이글을 먹을 수 있는 시간.


오늘 오전에 짧게 진행했던 프로젝트 미팅이 즐겁고 재미있어서,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사무실에 가는 그 순간순간이 새로워서 오늘 하루가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다.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니 그 바이브가 점심시간에도, 오후에도 쭉 지속이 되어서

앞으로 혼자서도 부지런히 눈을 떠서 몸을 깨우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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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 목요일 “나는 왜 사무실을 벗어나고 싶은가”


올 5월에는 유난히 주4일 출근하는 주간이 많다.

5/1 근로자의 날. 5/6 대체공휴일. 5/15 부처님 오신날 까지.

주4일제 체험판이라는 이야기가 많은 게 새삼 이해도 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주 우연히 사무실에 단 2회만 출근하며 의도하지 않게 주2회 체험판 유저가 되어 더욱 행복한 주간을 보내게 되었다.

바로 프리랜서 출근 전부터 미리 잡혀있던 “PM 특강” 강의 일정때문에 화, 금요일 두번의 휴가를 쓰게된 덕분!

물론 프리랜서는 휴가를 쓰면 그만큼의 급여가 깎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휴가를 쓰는게 부담되기는 한다.

그럼에도 사무실을 벗어난다는 그 사실이 프리랜서인 나에게도 아직도 꽤나 해방감을 준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왜 사무실을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는가? 나도 왜 그렇게 회사 밖의 자유를 원했을까?


정말 신기한게, 이제 곧 프리랜서 근무가 2개월이 되어가고 출퇴근에 적응을 하게 되니

귀신같이 하는 일이 뻔하게 느껴지고, 괜히 잔머리를 써서 일을 쉽게 하는 방법을 찾게 되고,

첫 출근의 설렘은 잊은 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때가 있다.


고작 출근 2달만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니. 내가 이렇게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나 싶다가도

이러한 과정들이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정말 관심있는 도메인에서 기획을 하거나, 너무너무 즐거운 일을 하게 되면 권태가 늦게 찾아오지 않을까?

실제로 처음 몸 담았던 도메인이 너무너무 좋아서, 몰려드는 일과 어려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 때도 어딘가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걸 보면 지금 내가 일하는 프리랜서 도메인은 나와 퍽 잘 맞는 분야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그 사실을 느꼈다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프리랜서의 장점은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이 일을, 이 도메인을 좋아하는지 고민 될 때. 살짝 '찍먹'하고 나올 수 있다는 것.

어떤 업무 방식과,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가 나에게 잘 맞는지.

어떤 기업 문화가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이 일이 나랑 잘 맞지 않는다 해도, 끝이 있는 업무이기 때문에 조금 더 힘내서 버틸 수 있고

즐겁고 재밌는 일이 되었다면 그 도메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특히 이번 주2회 출근 주간에 그 사실을 잘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의 도메인은 나의 성향과 잘 맞지 않지만, 이 또한 큰 배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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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7 화요일 “프로젝트 1 완수, 완벽주의를 벗어나자”


유난히 길었던 연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사무실에 복귀했던 날.

마침 재택근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사무실은 조용한 분위기라, 조금 피곤했지만 집중은 잘 됐다.

그리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거의 2달에 거친 “정책서 정리” 초안 작성을 마무리해서 일상 복귀도 순탄했던 편.


사실 아직 개발자, 기획자 분들과 QnA, 테스트를 통해 검증해야 할 세부 정책들이 남아있어서

마음 속으론 ‘이게 정말 첫번째 과제를 끝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인가’ 치열하게 의심하고 있다.

무엇 하나 빈틈이 있으면 채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이라, 마치 가글하다 가글을 삼켜버린 기분이랄까. (개운할 것 같지만 개운하지 않은 느낌)


지금 내가 하는 작업은 온전히 혼자할 수 없고, 실무자들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에 문서 곳곳에 생기는 빈 칸을 감안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실무가 바쁜 개발자들, 히스토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알음알음 이전 기록을 찾아봐야 하는 기획자들을 더 힘들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과 여유를 가져야 하느니라.


꼭 일 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나는 꽤 조급한 성격이라 무엇이든 빨리, 완벽하게 해치워야 발뻗고 잠을 잘 수 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질문들.. 공란들.. 나한테 꽤나 가혹한 시련 같기도 하다.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도 ‘나와 주변사람들에게 여유를 가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최근에는 이런 성향을 고치려고 하고 있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셨듯 이 과정은 정말 힘들고, 마치 ‘도를 닦는’ 과정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그 빈칸에 집착해서 나도 스트레스받고, 답변을 재촉받는 기획자와 개발자들도 고통받는 것 보다는

이제 다음으로 수행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틈틈히 그들에게 리마인드만 시켜주는 것으로 나의 임무를 끝내보려고 한다.

(프리랜서라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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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8 수요일 “이슈를 대하는 자세”


오늘 퇴근 전,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운영 이슈’를 두고 논하는 것을 엿들었다.

당장 이슈를 픽스하고, 기능을 개선하는게 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멀찍이 지켜볼 수 있었는데

이전 회사들과 지금 이 곳에서 이슈를 대하는 자세가 확연하게 다름이 느껴졌다.


물론 이전 회사에서 겪은 이슈는 매출, 서비스와 직결된 크리티컬한 이슈였고,

한시라도 급히 이슈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저 - 거래처 모두의 원성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팀원들이 모여 ‘차분하게 이슈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가지’ 못하고

당장 투입 가능한 이들이 ‘바로 이슈를 대응하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하곤 했다.


다만 이렇게 크리티컬하지 않은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기존에 이슈를 대하던 습관이 관성처럼 따라와서인지 매번 자세한 원인 파악 보다는 급박히 버그를 픽스하는 편이었고

이러한 이슈 상황을 팀 내에 대대적으로 전파하기보단 누구의 책임인지, 어떤 이슈인지 숨기기 바빴던 것 같다.


오늘의 이슈는 프로모션과 관련한 비교적 마일드한(?) 성격이라 그 결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말 배울만 했는데,

이슈를 발견한 담당 운영자와 개발자가 해당 현상을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팀 내에 전파했고

문제가 되는 기능에 대한 히스토리와 로직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던 것.

그에 더해 예상 가능한 유저의 CS를 생각해보고 해당 부서에도 빨리 전파해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마 지금의 팀은 더욱 크리티컬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내부에서 차분하게 이슈를 정리하고 대응할 것 같다는 느낌.


물론 이슈의 종류와 급박함에 따라 적절한 대응 방법은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버그들은 적당한 중요도와 적당한 급박함을 띌 것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이슈를 되짚어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더 적절해보인다.


그리고 이런 자세가 체화된다면 꼭 프로덕트 이슈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커리어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같은 태도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떡하지’ 고민하기 보단, 심호흡을 하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문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대응하는 것이 스트레스도 줄이고, 더욱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찌 생각해보니 회사 생활에서 매일 교훈을 얻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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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9 목요일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프리랜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체력’을 정신적인 측면, 육체적인 측면, 인내력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욱 나를 돌보고 케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고 있다.


요즘은 상주 프리랜서를 하면서 사무실에 출퇴근하느라 많이 걷고, 9-6 근무 시간을 채우느라 체력이 다시 올라오고 있지만 (체력이 좋아진다기 보단 피곤함을 잘 버티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전까지는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했던 터라 매일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고 불안했기 때문.

퇴사 후에도 지금의 규칙적인 생활을 계기로 삼아 아침에 조금 더 부지런하게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다.


그렇지만.... 오늘 이토록 짤막한 일기 겸 회고만을 남긴다는 건…

월~금 9시간 근무 +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해내기엔 아직 체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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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10 금요일 "기술적 성장이 필요할 때"


일을 하다보니 아직 성장이 너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제 짧은 시간 내에 서비스나 도메인에 대한 파악은 잘 하는 편이고,

간단한 기획서는 금방 완성해서 일정 내 전달할 수 있는 ‘실무형 기획자’가 되었지만

거기에서 나아가 서비스의 방향성을 생각하고,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고민해보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조금 더 논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그야말로 ‘PM’ ‘PO’ 의 역량이 나에게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지금 조직에서 다른 기획자 분들이 일하는 걸 보며 더욱 그 생각이 공고해졌는데,

새로운 작업 툴과 방법론을 적용해보고. 회원들의 액션을 분석해서 서비스를 개선할 가설을 세우는 일을 하는 모습에 문득 나의 경력을 돌아보게 되었다.


경험했던 두 개의 도메인 모두 상위 의사결정자의 입김이 센 편이었고,

당시의 나 또한 없던 업무를 만들 만큼 적극적인 기획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거의 주어진 기획 업무만 진행했던게 너무 아쉬웠다.

기획자라는 직무는 그야말로 ‘기획’을 해야 더욱 성장할 수 있는데, 나는 보통 기획이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기획서’를 썼으니.


그 덕분에 지금 일하는 팀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일하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기획에는 정해진 방법도 답도 없지만 그걸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금 프리랜서로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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