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나서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린다. 나의 썰렁한 유머다. 어느 정도 진심이기도 하고. 직장인으로서 일요일은 주말의 장례식으로서 한참을 애도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월요일은 그냥 월요일이다.
물론 '이번 주는 열심히 일해야지!', '알차게 살아봐야지!' 하는 각오와 함께 시작하는 월요일도 있지만 그냥 목줄이 걸린 채 질질 끌려가는 날도 많다. 다가 올 일주일이 힘든 일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유독 그렇다. 그러니 주말이 더 소중해지는데.
한 주가 너무 고될 때면 주말을 '디데이'로 삼고 버틴다.
'이제 3일만 버티면 돼. 할 수 있어.'
나의 주말 계획은 철저하다. 파티를 알리는 금요일 밤은 무조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기'다.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휴대폰을 하거나 티브이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난 이걸 '시간을 버린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아무런 생산성도 깊은 생각도 없이 휘발되는 시간. 아깝지만 필요한 시간이다.
토요일은 계획적으로 보내려고 한다. 모토는 '놀 거면 제대로 놀자!'. 자전거를 타고 멀리 나가 피크닉을 즐기고 오거나, 가고 싶었던 카페나 여행지 등을 찾아 다녀온다. 친구를 만나거나 본가에 다녀오기도 한다. 최근 가장 재밌었던 토요일은 '영화 데이'였다.
남편과 어느 토요일을 영화 데이로 정해놓고 하루 종일 영화를 틀었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영화 한 편을 본 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잤다. 일어나서는 두 번째 영화를 한 편 보고 두 번째 낮잠을 잤고, 저녁을 챙겨 먹고는 세 번째 영화를 보고 긴 잠에 들었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팝콘이나 빙수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장난을 치며 보낸 잔잔한 시간이 그다음 주를 보낼 에너지가 됐다. 영화가 아닌 만화책일 때도 있다. 만화책이나 웹툰을 보며 깔깔대는 날! 토요일에 재밌게 잘 놀아줘야 스트레스토 풀리고 마음도 적당히 붕뜬다. 그게 바로 주말을 보내는 자세가 아닐까!
붕 뜬 마음은 일요일에 진정을 시킨다. 30대 직장인의 체력과 정신적 곳간은 빈곤 그 자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일요일까지 신나게 놀면 다음 날이 피곤하고 스스로 죄책감도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물론 즐겁게 노는 것 또한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 계발이라는 무시무시한 압박을 떨치기가 참 어렵다. 여기저기에 '갓생러'가 매력을 뽐내고 런웨이를 하고 있는 터라, 그저 관객으로만 있기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업무와 관련해 스스로 스킬을 쌓거나, 내 인생에 필요한 공부라도 한 자 하거나, 아니면 책을 보거나, 본격적인 취미 생활이라도 해야 조금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나의 일요일은 주말이자 안주하지 않으려 애를 쓰는 날이다.
자기 계발에 대단히 힘을 쓰는 건 아니다. 다만 30분이라도 나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요즘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고찰해 보고 스스로 부족했던 점을 성찰한다. 이럴 때 하는 건 일기 쓰기다. 한바탕 쓰다 보면 일기의 콘셉트는 '반성'이 돼 버리는 게 웃프지만.. 하하..
주말에 도서관에 가본 적이 있다. 나는 이날 깨달았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지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각자의 공부를 안고 도서관에 온다. 책도 볼 겸 도서관 잔디에서 피크닉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는 내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비록 남들처럼 번쩍번쩍한 일들을 하진 못할지라도, 내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려는 마음으로. 그러니 오늘은 우선 대청소를 하겠다. 그리고 내 안에 무언가를 쌓으러 가야지!…… 그러고 나면 주말 장례식 묵념 시작이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