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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Oct 06. 2024

정말로 꿈은 현실과 반대일까?

그럼 좋은 일이 생겨야 할 텐데!

악몽이 잦다. 정신없이 쫓기거나, 무시무시한 혹평을 듣거나, 아주 멀리 가서 나만 두고 오거나, 병을 앓는 등의 꿈을 자주 꾼다. 인상을 팍 쓰고 미간에 주름을 잔뜩 진 채로 잠에서 깨어나면 아침부터 힘이 쫙 빠진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독 악몽을 꾼다.


다행히 꿈이라는 건 날개가 달려 있어 일단 깨어나기만 하면 금방 날아가 버리지만. 악몽을 꾼 날은 괜히 몸도 찌뿌둥하고 기분도 다운된 채로 시작한다는 게 아쉽다. 그래서 스스로 주문을 건다.


'꿈과 현실은 반대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안 좋은 꿈을 꿨다고 하면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퉤퉤퉤 해."
"진짜 침을 뱉으라구?"
"아니 말로만."
"퉤퉤퉤."
"잘했어. 안 좋은 기운 다 뱉은 거야."
"에이 그런 게 어딨어."
"미신이야. 그리고 꿈은 원래 현실과 반대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도 가끔 미신을 믿는다. 나는 그 미신들이 흥미로우면서도 재밌게 느껴져 잘 따르곤 했다. 어쨌든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미신은 나도 주위에 곧잘 써먹었다. 그러면서도 의문이 들긴 했다.


꿈과 현실이 반대라면, 악몽을 꾼 날은 좋은 일이 생겨야 하는 게 아닌가. 아주아주 무서운 꿈을 꿨다면 아주아주 좋은 일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가설과 미신이 뒤따른다.


과학적으로 보면 오히려 반대다. 꿈은 대부분 얕은 수면(램수면) 단계에서 꾸는데, 이 때는 뇌가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뇌가 낮 동안의 경험을 처리하고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과 동일한 경험을 보여준다는 것.


더 마음에 걸리는 건 '예지몽'이다. 이 또한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경험담이 종종 나온다. 미래의 일을 꿈에서 예견하는 것. 어찌 보면 태몽도 비슷한 류가 아닐까 싶다. 태몽 역시 비과학적이지만 사람마다 태몽을 물어보면 하나씩은 있지 않나.


그러니 나의 악몽이 현실에서 반드시 반대로 작용할 거라는 데 힘이 확 실리진 않는다. 한동안은 '자각몽'(루시드드림'에 관심이 갔다. 20대 초반,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욕망이 남아있을 때였다.


자각몽은 꿈속에서 꿈이라는 걸 자각하면서 꾸는 꿈이다. 잘만 컨트롤하면 꿈속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처럼 신이 되어 세상을 마음껏 주무르는 거다. 이 때문에 실제로 자각몽을 시도하는 이들이 꽤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자각몽 꾸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지만 괜히 무서워져 관뒀다. 여러 후기 중엔 오히려 자각몽을 시도하고 잠이 안 온다거나, 너무 자각몽에 집착하다가 현실이 뒷전이 됐다는 얘기도 있었다. 결국 나는 '랜덤 꿈'을 받아들였다. (안 받아들이면 어쩔 건데!)


대신 악몽이든 길몽이든 큰 뜻을 두지 않기로. 악몽을 꾸면 '현실에서 더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 하고 훌훌 털어 버리고, 길몽을 꾸면 '느낌이 좋은데?' 하며 스스로 힘을 내기로 했다. 그러니 나는 조만간 아주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

아웅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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