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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직각주차를 못하는 이유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대여정(3)

by 삼십대 제철 일기

나는 2종 보통 운전면허 장내기능 시험을 두 번 떨어졌다. 내 주위를 둘러봤을 때, 나는 아주 희귀 케이스였다. 어쩜 그리 다들 야무진지 운전면허를 한 번에 붙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 있다.


'남들 다 하는 걸 왜 나만 못하지?'


장내기능 시험 불합격은 생각보다 쓰라렸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도(실제로 학교 활동복을 입고 운전면허 학원에 온 학생들을 더러 봤다) 어렵지 않게 면허를 따는 걸 봤는데, 그들보다 한참 더 산 나는 자꾸 떨어지니 민망하고 창피했다.


무엇보다 돈과 시간이 아까웠다. 학원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내가 다닌 학원은 주행 연습을 1시간 추가할 때마다 7만 원가량 들었다. 보통 시험 보기 전 2시간 연습을 권장하기 때문에, 시험비까지 하면 20만 원은 족히 깨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돈 없는 백수에게는 너무나도 큰돈이었다. 흑.


나는 두 번 다 '직각주차'에서 떨어졌다. 직각주차는 일명 'T자 주차'라고도 한다. 진입로와 주차장이 T자 모양으로 생겼다. 주차장에 후진으로 주차한 다음 빠져나와야 하는데, 총 2분 내에 선을 밟지 않고 빠져나와야 한다.


학원마다 주차 공식이 있다. '어느 지점에서 핸들을 몇 바퀴 돌려라' 등의 공식. 나는 그 공식 그대로 따라 했는데도 감이 안 왔다. 조수석에 강사가 실시간으로 가이드를 해주면 문제없었지만, 혼자 할 땐 계속 실패였다. 왜 그랬을까?!


나중에 합격하고 나서 깨달은 '팁'을 풀어보겠다. 팁은 총 4가지다.


1. 진입할 때 왼쪽 황색선에 붙어서 들어가기

-나는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해서 떨어졌다. 주차장에 진입할 때 왼쪽 황색선에 붙어야 후진하고 빠져나올 때 선을 밟지 않는다. 학원에서도 '차의 앞코를 정면 연석 두 번째 돌에 맞추라'며 차를 왼쪽에 붙이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초보 입장에선 차의 앞코를 조절하는 게여간 어렵다. 이 부분을 강사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감이 오지 않으면 이것만 연습할 수 있게끔 요청해야 한다. 유튜브로 관련 영상을 미리 찾아보고 가면 더 빨리 자신만의 감을 찾을 수 있다.


2. 브레이크 활용하기

-장내기능시험은 과속 구간을 뺀 전 구간에서 시속 20km를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차가 굉장히 천천히 움직인다. 그래서 브레이크의 중요성을 잊는다. 주차를 할 때 핸들을 한쪽으로 다 감았다가 푸는 구간이 있는데, 이때 브레이크를 조금씩 밟으면 미세하게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1번처럼 왼쪽 황색선에 붙으며 진입할 때도 아주 조금씩 브레이크를 밟으면 간격 맞추기가 더 쉽다. 나는 세 번째 시험에선 주차 코스에서 브레이크를 조금씩 계속 밟아서 정확하게 위치를 찾았고, 감점 없이 통과했다!


3. 자신의 키와 몸집 파악하기

-은근 중요한 포인트다. 학원에서 알려주는 주차 공식은 대부분 '첫 번째 나무와 어깨 맞추기', '연석과 어깨 맞추기' 등등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포인트가 정확히 맞지 않아 더 헷갈렸다. 알고 보니 나는 의자를 최대한 바짝 당겨 앉았고, 키도 작은 편이라 그보다 좀 뒤에서 멈춰야 했다. 이건 연습하면서 본인이 스스로 그 지점을 파악해야 한다. 조수석에 앉은 강사에게 정확한 지점을 물어보고 자신의 몸집이나 키, 앉아있는 위치 등과 맞추면 정확한 지점에서 핸들을 조작할 수 있다.


4. 핸들 감 익히기

-주차할 때 '왼쪽으로 두 바퀴 반 감은 뒤 다시 오른쪽으로 두 바퀴 반 풀어줘라' 등의 공식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게 헷갈렸다. 핸들은 어느 쪽으로든 '두 바퀴 반' 감으면 다 감기는 거다. 풀 때도 똑같이 두 바퀴 반을 풀어주면 핸들을 바로 두는 거다. 근데 당황해서 핸들을 한 바퀴 반만 풀었거나, 세 바퀴 반을 푸는 경우도 있다. 초보는 핸들이 얼마나 돌아갔는지 모른다. 이럴 땐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가만히 두면 알아서 똑바로 돌아온다. 그것도 헷갈린다면 브레이크를 밟고 어느 한쪽으로 끝까지 감았다가, 반대로 두 바퀴 반을 세면서 풀어주면 된다.


이건 내가 직각주차하면서 터득한 팁이다. 하지만 개인마다 필요한 팁은 다 다르다. 요즘은 유튜브에 운전 영상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찾아보며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예습, 복습하면 도움이 된다.


또 장내기능 교육은 총 4시간이라 한 번에 교육받고 바로 시험을 봐도 되는데, 2시간씩 나눠 교육받는 걸 추천한다. 첫 2시간을 교육받고 잘 안 되는 부분을 독학하면 다음 2시간 교육은 더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을 거다.

제목 없음.png (※출처=한국도로교통공단 유튜브 채널)

그리고, 생각보다 운전 고수들은 구체적인 설명을 못한다. 워낙 고수라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 차라리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나 초보한테 물어보면 더 효과적인 팁을 전수받는 경우도 있다.


강사의 역할도 정말 중요하다. 나의 경우 총 세 분의 강사에게 교육을 받았는데, 정말 천지차이였다. 세 번째 강사분은 정말 족집게 강의를 해주셨다. 내가 잘 안 되는 부분을 집어주고, 그것만 연습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게 엄청난 도움이 됐다.


혹시 강사분의 강의 스타일이 영 맞지 않거나,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면, 학원에 강사 교체를 요청하는 편이 낫다. 제일 좋은 건 첫 교육을 받기 전 학원 리뷰 등을 찾아보고 인기 강사가 있으면 그분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이런 팁들 없이도 잘하는 사람은 한 번에 합격한다. 척하면 척 알아듣고, 몇 번 타보고 금방 감을 잡는 '운전수저'(?)들이 분명히 있다. 너무 부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들 너무 좌절하지 말 것.


30대 중반에 장내 기능에만 수십만 원을 들여서 세 번만에 합격한 사람도 있으니..


그래서 세 번째 장내기능 시험은 몇 점으로 통과했냐면요, 바로바로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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