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대여정(2)
나는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에서 2종 보통 취득 과정을 등록했다. 교육비(안전교육, 장내기능 4시간, 도로주행 6시간)만 결제했는데도 70만원이 훌쩍 넘었다. 여기에 보험료, 신체검사비, 시험료 등을 포함하면 기본 90만원 정도 한다. 물론 이건 한 번에 취득했을 경우….
지금부터 운전면허를 더 오래, 더 비싸게 딴 나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흑.
필기시험을 보려면 안전교육 3시간을 들어야 한다. 이 시간이 굉장히 아까웠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2019년도에 만든 자료를 그대로 썼는데, 피피티도 성의없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연령대가 높았던 강사분은 안전교육에 들어와서 '왜 출산을 안 하는가' 등의 얘기만 했다.
3시간 내내 운전 얘기는 조미료처럼 하고, 그 외 세상 모든 얘기를 떠든 것 같다. 부모님에게 잘 해라, 출산을 해야 나라가 산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문제다, 취업을 빨리 해라 등등. 듣다가 정신이 혼미해졌다.
운전면허학원이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차라리 이 시간에 필기시험 공부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만약 안전교육을 들으러 갔는데, 시덥잖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스마트폰 앱으로 '운전면허 PLUS'를 다운로드 받아서 풀어보는 걸 추천!
아무쪼록 안전교육 다음에는 필기시험(학과시험), 장내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을 치르면 된다. 나는 하필이면 여름에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해서 시험 일정 잡기가 꽤 어려웠다. 대학생들 여름 방학과 겹치면서 수강생들이 확 늘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방학 기간은 피하는 게 좋다.
필기시험 보기 전에는 신체 검사를 해야 한다. 학원 지정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되는데, 보통 시력 검사만 한다. 필기시험은 총 40문항이고 합격 커트라인은 1종 70점, 2종 60점이다. 나는 60점만 넘으면 돼서 큰 부담 없이 공부했다.
여기서 꿀팁! 요즘은 '운전면허 PLUS' 앱으로 모의 문제를 풀면서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문제를 푸는 공부 방식이 맞지 않다면 '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운전 통합민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학과시험 문제은행'(1000개 문항)을 다운로드 받아 보는 방법도 있다.
나의 경우 하루 날 잡고 운전면허 앱으로 모의 문제를 열심히 풀고 갔더니, 92점으로 합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건 착각이었다는 걸 곧 알게 됐다. 하하..
문제는 장내 기능이었다. 장내 기능이란 운전면허학원 내에서 모의 운전을 하는 건데, 이때 처음 운전대를 잡아본다. 코스에 경사로, 급제동, T자 주차, 가속 등이 포함돼 있다. 합격 점수는 100점 만점에 80점. 꽤 높다.
총 4시간의 교육을 2시간씩 쪼개 받거나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 4시간을 통으로 듣고 바로 시험을 치기로 했다.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땐 카오스 그 자체였다. 핸들과 브레이크 감이 없으니 계속 급정거하고 차선 이탈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 장내 주행을 할 때는 액셀을 거의 밟지 않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계속 긴장이 되었다. 주행 강사가 계속 내 핸들을 조작해서 핸들감도 익힐 수가 없었다. 강사님 성격이 급해서 말로 설명하는 대신 본인이 모든 걸 다 해버렸다. 아이고.
잘 안 되는 부분을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내내 똑같았다.
"그게 다 감이야. 본인이 감을 잡는 수밖에 없어. 설명을 못해."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유튜브 영상이라도 좀 찾아보면서 예습하고 올 걸. 너무 후회가 됐다. 게다가 운전대를 처음 잡아봤으면서 4시간 내리 운전을 하니.. 보통 피곤한 게 아니었다.
결국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시험을 보게 됐다. 가뜩이나 준비가 안 돼서 심장이 요동을 치는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연습 때도 비가 오긴 했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시험을 시작하자 장대비가 쏟아졌다.
장내기능 시험은 창문을 열고 봐야 했는데, 왼쪽 얼굴과 어깨가 싹 다 젖을 정도였다. 주행을 시작하기 전까진 어떠한 장치도 조작하면 안 되기 때문에 와이퍼도 켜지 못한 채로 출발했다. 그래도 감점 없이 주행을 해 나갔지만, 문제는..
(※출처=도로교통공단 유튜브 채널)
주차를 하고 빠져나오는 순간, 방송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삑. 탈선 감점입니다. 삑. 탈선 감점입니다. 삑. 시간 초과 감점입니다. 점수 미달 불합격입니다.
이렇게 첫 번째 시험은 직각 주차에서 광속 탈락해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우울한 것이 아닌가! '주위에 들어보면 다들 운전면허를 쉽게 따는 것 같던데 왜 나만 못하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돈과 시간도 아까웠다. 나는 직각 주차는 아예 감이 안 왔기 때문에 추가 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교육비에 시험비를 추가하면 수십만원이 든다. 시험 일정을 잡고 학원을 왔다갔다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이 나이에…….' 하는 생각이 불쑥 불쑥 차올랐다. 보통 운전면허는 수능 끝나고, 혹은 대학교 방학 때 따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모두 앳되었다. 20대 초반 학생들 사이에 껴 있는 30대 중반이라 괜스레 민망했는데, 시험까지 떨어지니 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면허가 뭐라고 별 생각이 다 든다 싶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좌절감에 나는 한껏 울적했고,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장내기능 시험을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