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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운전면허 땁니다!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대여정(1)

by 삼십대 제철 일기
30대 중반까지 자동차 운전면허 없는 사람? 저요!


이 나이까지 면허가 없다고 하면 대부분 깜짝 놀란다. 보통 수능이 끝나고 대학교 입학 전까지 시간이 남을 때, 혹은 대학교 방학 때 면허를 따곤 하니까. 물론 나도 그렇게 시도했었다.


스물한 살,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면서 잠시 미뤄놨었는데 그게 계속 밀렸다. 그때도 큰마음 먹고 등록했던 건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당시 몸을 완전히 회복하는데 반년 정도 걸렸다. 다시 학원에 등록하려 했지만, 부모님이 극구 만류하셨다. 하필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는 날 사고가 났다는 게 불길하다며. 나도 굳이 마음이 급하진 않았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20대 초반이라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막상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돈이 없었고, 취업을 하고 나니 시간이 없었다.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만도 혼이 빠지는데 면허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굳이 자차로 운전할 일도 없었다.


뚜벅이 생활이 익숙해지니 어디에 살든 '뚜벅이 루트'를 찾아냈다. 걷는 게 너무나도 당연해지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운동도 되고 교통비도 아끼고 일석이조니까!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답답해했다.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면허를 따!"


원래 누려본 자만이 아쉬운 걸 알듯이, 한 번도 차를 운전해서 다녀본 적 없는 나로서는 불편한 것도 몰랐다. 그리고 좀 불편하면 어때? 나는 오히려 자동차의 불편함을 꼬집으며 뚜벅이의 장점을 내세웠다.


"차는 보험료, 주유비 등으로 각종 유지비가 들고 어딜 가든 주차 공간을 찾아야 하잖아!"


나는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긴 한다. 대신 이제는 차의 장점도 본다. 언제든 원할 때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기동력, 얼마든지 짐을 실을 수 있고, 덥거나 추울 때도 멀리 다닐 수 있다. (흠. 이쯤 되면 차가 이긴듯도..)


언젠가는 면허를 따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지고, 추진력도 떨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행동에 옮겼을 텐데 어쩐지 여러 핑계를 대며 계속해서 뒤로 미뤘다.


그런데 마침 퇴사를 했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더는 쓰지 못하게 됐다. 백수가 되고 나서도 열심히 걸어 다녔기 때문에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한 지 10년 만에 퇴사했으니, 재취업을 하게 되면 또 10년은 지나야 회사를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40대 중반보다는 30대 중반에 면허를 따는 게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기를 두드렸다.


마침 슬슬 백수의 삶이 불안해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일을 할 때도 성과를 내거나, 월급을 받아야 신이 나는 것처럼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눈으로 보이는 게 간간이 있어야 즐겁다. 그렇다면 운전면허야말로 딱 좋은 성과(?) 아닌가!


나는 루틴 만들기에 이어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운전면허를 딸 거야!'


생각한 대로 착착 진행되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렇게 나는 서른이 훌쩍 넘어 운전면허 취득 대장정을 시작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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