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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물 Aug 29. 2024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② <무정형의 삶>

책방지기의 느리게 읽는 고전




  고대 그리스 로마 역사를 통틀어 얼굴 조각상을 가장 많이 남긴 인물은 바로 하드리아누스 (76~138년)입니다. 그가 적이 없고 두루 사랑받았던 황제였기  때문이라 합니다. 하드리아누스는 유럽 박물관 어디에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조각상입니다.  얼굴 전체에 특유의 꼬블꼬블한 수염을 기른 품격 있고 잘생긴 얼굴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실제 하드리아누스의 실제 성격입니다. 그는 상당히 모순되어 엄격, 친절, 다정, 까다로움, 냉혹한면을 다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사람이었다 합니다. 불성실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진짜 성실했고 어린 시절부터 쾌락을 추구하고 플레이보이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금욕적이었고, 쪼잔해 보이기도 하지만 통이 큰 사람이었으며  저렴한 물품으로 한껏 멋쟁이스러운 사람이었다 하니 실제 만나면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누나 가족과 아내에게는 비정하면서도, 자기 아내에게는 모두 다 바치고 툭 챙겨주면서도 늘 투덜대는 츤데레였고,  또 그는 노예와 하층민에게는 한없이 온화한 왕이자  비서나 관료에게는 무자비한 왕이었다는 기록도 재미있습니다.

 이런 입체적인 그의 성격은 이 책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 1. 삶의 무정형성

46p
"나의 삶을 관찰해 볼 때, 나는 그것이 무정형하다고 생각됨에 놀란다."



 하드리아누스는 자신의 삶이 단순하거나 일관된 형태를 갖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황제의 삶은 뭔가 고정될 것 같은데,   나의 선입견이었나 봅니다. 하긴 실제 우리 삶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지요. 유난히 삶의 패턴이 다양한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 같습니다.

# 인생의 지형도

 "나의 나날들을 이루는 풍경은 마치 산악 지대처럼, 마구 뒤섞여 쌓여 있는 갖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하드리아누스는 자신의 삶을 복잡한 지형에 비유합니다. 삶은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복잡한 지형도와 같고, 우리의 삶을 이해하려면 끊임없이 탐험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 행동과 정체성

 "나의 행동은 정녕 나를 닮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의 행동은 나를 재는 유일한 척도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 혹은 심지어 나 자신의 기억 속에도 나를 묘사해 넣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하는 행동을 통해 표현되고 형성됩니다. 우리의 행동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지요

 송길영작가의 그냥 하지 말라에서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라는 글과도 중첩됩니다. 행동에 원칙이 있으려면 역시 자신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필수조건이지요

# 삶의 의미와 평가

"오래 계속되지 않는 어떤 일들은 물론 무시될 만하지만, 그렇다고 전 생애에 걸쳐 있는 활동들 역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 구절은 순간의 가치와 지속성의 가치를 말합니다.  짧은 경험도 때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오랫동안 지속된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의미와 그 가치 평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요.

# 복잡성 속의 자아 찾기

하드리아누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우리의 삶은 단순한 이야기로 요약될 수 없으며,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하는 행동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고 표현되지요. 이러한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다양한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결국, 우리 각자의 삶은 독특하고 복잡한 지형도와 같으며, 이를 탐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자기의 소명을 찾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작품은 이 작품은 1950년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쓴 유명한 소설입니다.  대화가 없는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소설이란 점도 특이한 작품입니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작가의 문장력은 실제 하드리아누스가 쓴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역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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