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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 치우는 중년은 상상도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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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안
Oct 24. 2024
말은 나를 우주로 날려 보낼수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사설 승마장 ㅇ감독에게서 장애물 점핑과
시험 대비
레슨을 받는 시간은 차곡 차곡 쌓여갔고
내
장애물 점핑 실력도 조금씩 쌓여가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11월 자격증 시험에는 학교 시험말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연습해 온
ㅇ감독 승마장 말을 타고서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장애물 점핑 연습을 할수 없어서
ㅇ감독네 마장 말들로 연습을 하고 시험을 보는게 당연했다.
학교 사람들은 내가 사설 승마장에서
혼자 매일
장애물
점핑 연습을
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어쩌면 내가 실기 시험을 포기하지 않을까.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ㅇ감독 마장에서 연습을 하고 말에서 내려 땀범벅이 된채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을때,
ㅇ감독 마장에 볼일이 있어 방문한 학교 학부장님을 만났다.
나로서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런 만남이었다.
그 학부장님으로 말하자면 학기초 학부 학생들 모두 자격증 필기 시험 접수하라며
몇번이고 재촉하고 확인하던 분이었다.
그 마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교수님이 깜짝 놀라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니. ㅇㅇ쌤. 여기서 운동해요?
아.네.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 여기서 ㅇ감독님 레슨 들으면서 자격증 준비합니다.
아니 왜요. 학교에서 실기 준비 안해요?
아.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요.
학교에서 필기 시험 접수할땐 학생들 전부 접수하라고 아주 난리를 치더니만,
막상 필기를 합격하고 실기를 준비하려니 교수님들이고 조교고 아무도 관심 없으시네요.
저는 이 자격증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
시험을
꼭
치뤄야 해서
ㅇ감독님한테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오?!
학부장님은 내 말에 예기치 않게 뒷통수를 한방 얻어 맞은듯 잠시 말을 얼버무리다가
ㅇㅇ쌤
.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열심히 하셔서 꼭 자격증 따세요.했다.
나는 평소에 말을 아끼는 편이고
꼭 할말 아니면 보통은 참고 넘기는 성격이다.
그러나,
막상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작정하고 할라치면
또 머뭇거리는 사람은 아니어서
그동안 학교에서 쌓인 불만들이 일시에 터져
그 날 학부장님에게 화살 끝이 닿아버렸다.
그 때 학부장님에게 투덜거리듯이 뱉은 내 말은
학부장님이 생각하기에도 설득력이 있었던지
,
그 다음해부터는 학부장님의 지시로
자격증 실기
시험반이
따로 꾸려졌고
시험 한달 전부터 전공 교수와 조교가 시험자들에게
달라
붙어서
레슨을
하게 되었다.
나는 ㅇ감독 마장 말
바그다드와 호크라는 말을 타고서
시험 코스와 장애물 점핑 연습을 했다.
바그다드와 호크 둘중 하나,
어떤 말이
나와
시험 짝꿍으로 적당할지 결정하는것
도
쉽지
않았다.
바그다드는 대회나 시험 경험이 많아 노련했지만
나이가 많아서인지 몸이 굉장히 무거웠다.
반면에,
나이가 어린 호크는 이 자격증 시험 경험은 없지만
몸이 가볍고 활달했고 예민하며 핫한 말이었다.
두마리를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바그다드는 안정감은 있으나 25톤 덤프트럭마냥 걸음이 묵직했고
호크는 날렵하고 빠른 스포츠카 같았다.
바그다드를 타고 약 8분간의 시험 코스를 완주하려면
가진 힘을
쥐어짜야 했다.
끝까지 있는 힘껏 악셀을 밟지 않으면
코스 도중 브릉 브ㄹ..하면서 시동이 꺼지기 딱 좋았다.
바그다드와 시험 코스를 그리고 장애물 두개를 멋지게 점핑하고나서
이제 마지막 지점까지
통통통 뛰어 들어올 참이면,
이미 녀석은 힘이 다
빠져서
시동이
꺼질랑말랑했다.
시험코스를 그릴땐 중간에 잠시 멈추는 지점을 제외하고는 말이 멈춰선 안된다.
코스가 끝날때가지 물 흐르듯 흘러가야한다.
천근 만근이 된 바그다그에게
가야할
마지막 구간 70미터는
까마득했고
바그다드처럼 나 역시 체력이 바닥나
호흡이
깔딱깔딱했다.
나는 바그다드가 멈추지않도록
바그다그 걸음을 유지하게 만드느라
내게 남은
온 힘을 쥐어짜야 했다.
그럴땐 난
ㅡ아.안돼.멈추지마
.
ㅡ하면서
거의 속으로 울었다.
말도 힘이 들면 시험이고 뭐고간에
그냥 걷고 싶다
.
사람이 가자고 보채면서 아무리 악셀을 밟아도
그건 오직 말위에 탄 사람 사정이고,
말은 그저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라
힘들면
걷고 서는
법이다.
호크는 나이가 어린 말이어서
걸음이
날렵했고
마치,
속도를 위해 태어난 스포츠카 같았다.
살짝 악셀을 밟아도 피융 몸이 뒤로 젖혀질정도였다.
호크가
시험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걸음이 워낙 활발하고 경쾌해서
시험 코스 도중에
시동이 꺼질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살짝 들어간 엑셀에도 부앙 내 쏘아서
언제고
나를 저멀리 우주로 날려버릴수는 있었다.
바그다드는 장애물 점핑할때 안정적이었고 듬직했다.
나는 바그다드가 멈추지않도록 엑셀만 잘 밟아주면
물 흐르듯이 장애물 앞으로 흘러들어가
나비처럼 부드럽게 장애물위를 날았고 사뿐하게
바닥에 착지를 했다.
호크는 장애물 점핑할때
행동 기복이 너무 심해
늘 나를
두렵게 했다.
어떤 날은 너무 서둘러서 장애물 앞에서 발걸음조절이 맞질 않아 끼익 멈추거나,
ㅡ이럴땐 백프로, 나혼자 날아갔다.ㅡ
장애물을 어찌
잘 넘어갔다 싶으면
착지때 바닥에 착!하니 안정감있게 착지하질 못하고
우당탕탕
속도를 내며
경주마처럼
앞으로 질주를 해버렸다.
(이것도 다 기승자의 실력 탓이기는 하지만.)
바그다그는 나이가 있어 낯선 자극에도 의연했고
호크는 나이가 어린 만큼 무척 예민했다.
언젠가 실내 마장에서
호크를 타고
코스 연습을 할때
,
마장밖 쿵탕쿵탕 공사소리에 놀라 갑자기
파다닥
튀어오른적이
있었다.
깜짝 놀라 튀어오른 호크는 그 다음 순서로,
등위에 나를 얹고 20*70미터 사각 한쪽 모서리에서 저어 반대편 모서리로
딱 고개를 바닥으로 쳐 박고서 퓽! 내 쏘았다.
나는 이쪽 마장 모서리에 있다가 저쪽 마장 모서리로
딱 1초 만에 순간이동을 했다.
고삐를 잡아 말을 세울 겨를도 없이 눈깜짝할새
호크가
머리로
벽을 들이받기 일보 직전이라 고삐를 한쪽으로 틀며 생각했다.
ㅡ아
C!
나.
낙마한드아아.ㅡ
나는
어김없이 부웅 날아서 바닥에 메다 꽂혔다.
그날 이후 호크는 나에게 트라우마를 선물했다.
공짜 우주
관광시켜준
선물이었다.
말들은 종종 작정하고 나를 우주로 날려보냈다.
낯선 자극에
놀라 나를 우주로 보내기도 하고
그냥
짜증이나서 나를 우주로 날리기도 했다.
달리는 말 위에서 잠깐 나와 호흡이 어긋나거나
자칫 내가 방심하면
그때는 그냥 우주로 날아갔다.
말을 타다가 우주로 날아가는 과정은 간단하다.
그냥 뭐 이건
순식간이다.
말은 나를 우주로 날려보내는 발사체다.
말이 나를 휙! 날리면
나는
안장위에서 몸이
뜨고
로켓처럼 하늘로 일단 날아오른다.
대기권을 뚫고 직진한후 그
다음은 퇑!
드디어 우주에 착륙하는거다.
그렇게 도착한
우주는 고요하다.
고요해도 그리 고요할수가 없다.
잡
소리 하나 없고 끙끙거리는 내 숨소리만 들린다.
그 다음은 까만 어둠이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러다
어둠과 동시에 별이 뜬다.
수백 수천 수억 수조개의 별이 눈앞에 파바박 펼쳐진다.
우와 별이다. 생각할때 쯤
저어 멀리 아득한 곳에서
웅웅대며
소리가
들려온다.
ㅇㅇ쌔애에애앰. 괘애앤찮으세에요오오오ㅇ........
정신을 차리고 보면 벌써 다시 지구로 돌아와 있다.
뛟!
아.컥.켁!
괜.괜찮아요.걱정마세요.
안가고 싶던
우주에 갔다오면 일단 창피하다.
냉큼 지구로 돌아온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온몸에 묻은 모래를 털고
다시 삐적삐적 발사대위로 기어올라가 다시 말을 타는거다.
(
너 이느므시끼. 또 날리기만해봐라
.
)
호크는
심심하면 한번씩
나를
로케트삼아
우주로 날려 보내곤 했다.
어쨌거나.
바그다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점핑때 안정감이 있었다.
호크는 발걸음은 가볍지만
점핑때 서두르는 감이 있었다.
각자 이런
장점들과
극단적인
단점을
모두 가진
두
말들이어서
어떤 말을
내 시험
짝꿍으로
정해야할지
결정하기
힘들어서
ㅇ감독과 나는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시험 1주일 전.
시험마가 될 바그다드와 호크를
번갈아 타며
연습을 하고 말에서 내리니
감독이 말했다.
선생님한테는
호크가 더 잘 맞을것 같아요.
(
아.저.저는..호크한테 트라우마가 있는데..요)
호크는
말 컨디션만 좋으면
바그다드를 보내는 추진력 50프로만 있어도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을 유지하는 말이었다.
호크를 타고 코스를 그릴땐 리듬감 있었고
장애물 점핑때 나와 호흡 역시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고심끝에 결정내린 감독말에 따르면 그랬다.
나는 여전히 호크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 트라우마는 내 몫이었고
감독의 판단은 늘
이유가 있고 합당하니
나는 군말없이 그 결정을
따르기로 맘 먹었다.
그러기까지,
겁쟁이 난 엄청난 용기를 내야했다.
시험까지 남은 시간 이제 일주일.
내가 뛰어야 할 장애물 높이는 더 올라갔다.
1미터 10센티미터 수직 장애물 한개와,
높이 1미터 10센티미터 수직장애물 두개가
폭 1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놓이고
그 두개를 동시에 한번의 점핑으로
뛰어야 하는
옥사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옥사 장애물을 뛰려면
장애물을 향해 달려갈때
더 강한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말은 다그닥 다그닥 균일하고 활발한 리듬으로 진입해야 한다.
그렇게 장애물을 향해
말이 달려들듯이 뛰어가게 만든후에
장애물 앞에선
말이 부드럽게 점핑하도록
나는 말을 방해하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수직 장애물은
말이 포물선을 그리며
뛰어오르는 모양이라면,
옥사 장애물은
두개 수직 장애물을 동시에
뛰는거라
말이 점핑한 후에 나를 태우고
몸을 일자로 쭈욱 펴서
날아가는 모양새다.
날.아.간.다
0.5t 무게의 말 몸이 날아가는 것이다.
나를 태우고서.
나는 이제
핫한 호크를 타고서 시험을 치루게 되었다.
호크가 가진 장점, 활발한 걸음은 내가 호흡을 잘 맞추면 다행이지만
날아가다 여차하면
바닥에 그냥 꽂힐수 있었다.
이제 나는,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생각했다.
날아가 떨어져도 팔이나 다리, 어디 한군데
부러지기 밖에 더하겠는가!
나는
내 짝꿍
말 호크를
믿고,
내 자신을 믿으며 마음을 비운채
시험
일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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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우주
Brunch Book
목요일
연재
연재
말똥 치우는 중년은 상상도 못했어
11
준비됐지? 가자. 페라리.
12
당신은 순진한 거요. 멍청한 거요?
13
말은 나를 우주로 날려 보낼수도 있다.
14
호크야.니가 제 정신이냐.시꺄!
15
제발. 119 구급차만 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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