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마눌! 니 인생은 이제 X 됐다!
말과 늦바람 난 남편은 나에게 그렇게 말해야 했다.
나 50살 되면 학원 때려치울 거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야!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남편은
신혼 때부터
자기는 나이 50이 되면 학원 문 닫으리라. 말했고
생각날 때마다 혹시나
나나 자신이 그 생각을 잊어버릴까 봐
자꾸자꾸 재다짐했다.
그는 그의 인생계획대로
나이 50이 되자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련 없이 단박에 학원을 때려치웠다.
일하던 소가 평생 짊어졌던 멍에를 훌훌 벗어던져버리듯이!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좋은 선생님이었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힘들 때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여전히 찾아오는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오른팔을 들어 올려서
평생 판서를 했으니 그것은 직업병이 되었고
그의 오른쪽 어깨 근육, 인대는
이제 제발 그만 좀 써라. 시위를 하듯이 망가졌다.
그의 오른쪽 어깨 근육과 인대도
그가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나 50 되면 때려칠란다.라는 말을 기억해서
그를 도우며 이렇게 외친 거다
ㅡ지금이야. 도망쳐!ㅡ
먹고사느라 바빠서
차일피일 미루던 어깨 수술을 하고서
수술 회복 중에 고통으로 엉망이 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나와 아이들 삶을 책임지느라
그는 평생 어깨 인대가 찢어지도록 일을 해왔구나. 하는 슬픈 깨달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부터 그도 나도
조금씩
교육이 아닌 다른 일을 찾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천성적으로 동물을 좋아한다.
학원 때문에 한창 바쁠 때 그의 지인이 말하길,
우린 돈 버는 기계가 아니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니
같이 운동이나 하자. 며 골프로 꼬신 적이 있었다.
그때는 콧방귀도 뀌지 않더니,
승마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자기 발로 찾아가 시작했고. 점점 빠져들었다.
몸속 DNA 구성자체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그에게 승마는 아주 딱인 운동이었다.
그는 승마를 시작하자마자
여자에 홀려서 늦바람 난 대책 없는 중년 남자처럼
말에 홀려서 틈만 나면 말을 탔다.
-늦바람은 애미. 애비. 마눌과 자식들도 눈에 뵈지 않는다더니.. 그래도 그의 늦바람 상대가
낯선 여자가 아니라 말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은밀하게 가슴깊이 몰래 감춰둔 사랑을
조심히 고백할 때처럼
그가 말과 사랑에 빠져 내게 한 말은
-난 지금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였다.
(그런 말은 평생 같이 살고 있는 나에게 해야 옳은 말인 것이다!)
말은 그에게 연인이었고 친구였고 즐거움이었고 자랑이었다.
그랬으니 그가 나이 50 이후
인생 2막은 말과 함께 사는 삶!을 택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는 충분히 고민했고
(내 의견과는 무.관.하.게!)
그는 신중하게 결정했다.
(내게 묻지도 따지지지도 않고.)
그리고 그는 나에게 선. 포. 했다.
-나와 함께 결정했다.가 아니라 선포했다! 다.-
말과 바람난 남편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내가 이혼하자 한 것도 아닌데
그는 자기 혼자 말과 함께 중년 인생 살아낼 것처럼
일방통행으로 나에게 선포한 것이다.
난 어쩌라고!
그땐 그 말이
순진하고 매애앵했던 내 인생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다이너마이트가 될랑가. 짐작조차 못했다.
그 것은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들어
겨우 호수처럼 자분자분해지고 있는 내 인생에
그야말로 툭! 하니 던져진 핵폭탄이었다.
그의 독립 선언과 같은 그 선언을 시작으로
내 인생은 태풍이 몰아쳤고 번개를 때려 맞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때 그는 나에게
간단하고 솔직하게 이렇게 말해야 했다.
마눌! 니 인생은 이제 X 됐다!
이후 남편과 내가 온몸으로 헤쳐온 지난 시간을
지금 다시 뒤돌아볼 적에,
결론적으로 그 말은 사실이었으니
남편도 부인하진 못할 거다.
이 이야기는
남편은 말과 심각한 바람이 났고
덕분에 내 인생은 ㅇ된 이야기다.
여기서 차근차근 풀어내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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