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26화
매년 한 번은 부산의 한 납골당을 찾아가고 있었다.
친구인 Y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서 만난 Y는 11년 전, 마흔을 채 넘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 개인적인 의식을 작년과 올해는 치르지 못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찾아온 압박감은 나에게서 세심한 감정과 마음을 지워버렸다.
그렇게 무덤덤한 나날들을 보내던 난 이럼 꿈을 꿨다.
[2025년 10월 9일]
차가운 형광등 불빛과 소독약 냄새에 덮인 복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Y가 위독해!"
그러자 나는 Y가 입원한 301호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금속의 냉정한 차가움이 손에 전해졌다.
들어가야 했지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가슴을 채운 '어중간한 마음' 탓에 진심을 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는 입원실 앞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텅 빈 복도를 불안하게 비추고 있었다.
쿵쿵쿵, BPM 140 정도의 빠른 비트.
복도 끝에서 빛이 새어 나왔고 나는 301호 입원실 앞에서 걸음을 옮겨 그 빛을 향했다.
301호, 302호, 303호 카운트다운처럼 병실 문들을 지나자니 그 끝에는 유리문 하나가 있었다.
그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그곳에선 태보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넓은 스튜디오, 전면 거울, 시끄러운 음악. 그 속에서 사람들은 줄지어 서 음악에 맞춰 펀치를 날렸다.
모두의 얼굴과 몸에서 땀이 흘러나와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들에 합류해 맨 앞에서 뛰기 시작했다.
강사가 소리쳤다.
"계속! 멈추지 마!"
킥. 스텝. 펀치. 사람들은 멈출 줄 몰랐다.
나도 그들과 동작을 함께했고 점점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줄, 두 번째 줄, 세 번째 줄. 아니, 세 번째 줄에 Y가 있었다!
넓은 어깨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Y 역시 밝은 표정으로 리듬을 타며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처럼, 아니 그는 건강히 살아있었다.
곡이 끝나자마자 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Y를 향해 달려갔다.
역시 Y였다. 젊고 건강한 Y는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Y야! 괜찮아?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내가 물었다. 그는 병원의 301호에서 정신을 잃고 누워 있어야 했다.
다시 음악이 시작됐다.
주위 사람들이 동작을 시작했고 나와 Y만 멈춰 서 있었다.
Y의 표정이 바뀌었다.
밝은 표정은 사라지고 곤란한 표정이 됐다.
Y는 입술을 깨물었고 눈썹이 찌푸려졌다.
Y에게 슬픈 표정이 찾아왔다.
그의 눈이 축축해지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
Y에게 화난 표정이 찾아왔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고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도 모르게 말을 해버렸다.
"Y야, 미안..."
내 말을 끝나기도 전에 Y는 괴성을 질렀다.
"으어어어!"
짐승 같은, 원초적인 분노의 소리.
음악이 멈췄고. 사람들도 멈춰 섰다.
내 얼굴 바로 앞에서 Y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고스란히 전해진 그의 분노는 심폐소생술처럼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잠을 깨운 건 Y의 숨결이었다.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온 미지근한 온도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을 때,
체온이 느껴졌다.
습기가 느껴졌다.
냄새까지 났다. 살아있는 사람의 냄새가.
잠에서 깨 아내에게 말했다.
"꿈에 Y가 나왔어. 나한테 화가 많이 났나 봐."
"왜?"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난 답을 알고 있었다.
세상에 남아 있는 난,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면 안 된다.
Y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난 뺨을 더듬었다.
아직도 그의 숨결이 생생하게 만져졌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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