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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범 Oct 22. 2023

맺음 : 아들을 위한, 아빠의 픽션

MZ사회생활기록부 > 예비창업자 노윤재편 (12) - 마지막

* 27세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열한 편의 '사회생활기록부'를 마무리하며, 글을 쓴 작가의 셀프 인터뷰를 덧붙입니다.


Q 당신의 직업은 뭡니까?

A 스타트업에 근무합니다. 만 3년이 되어 가구요. 그전에는 잡지사, 디지털과 디자인 에이젼시, PR회사, 병원 등에서 콘텐츠, 웹 미디어 기획과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아, 본업은 'B급 아빠'입니다.


Q B급?

A 부업인 '일' 때문에 본업인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왔어요. 그래서 현재는 B급 아빠, 하지만 A급이 되려는 의지를 항상 갖고 있습니다.


Q 부재가 ‘MZ사회생활기록부인’ 데요. 왜 이런 제목을 붙였나요?     

A 그건 이 글을 쓴 계기와 연관이 있어요.

사실 주인공의 이름 '윤재'는 제 첫째 아들 이름과 같습니다. 현재 중3, 소위 Z세대죠. 아들이 맨날 게임만 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이 딱히 없었어요. 잔소리도 통하지 않구요. 그래서 '네가 사회에 나간다면 당연히 시련이 있고, 사람이 중요하고, 열심히 하면 성취도 있을 거'라는 걸 가상의 이야기로 보여주고 싶어 적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인생은 게임보다 재밌을 거라구요. 

그리고 '사회생활기록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다음 시기의 이야기란 의미로 지어봤습니다.


소년 윤재(左)는 저렇게 키 190Cm의 거대한 청소년 윤재(右)가 되어버렸습니다



Q 주변에 스타트업을 하는 MZ세대가 실제로 많나요?     

A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대학교에서 창업 멘토링을 하시는 분과 최근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대학별로 창업에 대학 교육 과정도,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친구들도 꽤 많다고 해요. 

제가 참석했던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50여 개의 스타트업 팀 중에 5개 팀의 대표가 무려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대단한 친구들이죠. 


Q 픽션이죠?     

A 예. 90% 픽션입니다.     


Q 그럼 10%의 ‘넌’ 픽션은 뭐죠?     

A 모티브가 된 실제 이야기들을 말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거든요.     


Q 예를 들어?     

A 전생을 본 의사, 웹툰 작가, 시력을 잃은 선생님 등 동. 말. 스.의 사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수가 제 지인들이 모델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건 아니구요, 그들의 개성과 작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창작을 했습니다. 


Q 공원의 스피커를 미디어로 택한 게 특이했는데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A 실제 제가 20대에 오랫동안 호수공원이 있는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의 스피커를 보며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가 될 수 있는데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그래서 이게 동네의 미디어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상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Q 마지막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스피커에 대한 얘기로 여운을 남겼는데요, 다음 시즌을 생각한 건가요?    

A 예, 아마도요. 최근에 후배를 만나 한 잔 하다가, 전 스피커에 대한 글을 쓰고 있고 그 친구는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기술의 스피커를 이용해 미디어 사업을 한다는 걸 알고 흥미로웠습니다. 후배의 실제 사업과 윤재의 가상의 사업이 제휴를 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창작에 가장 영감을 주는 건 무엇인가요?     

A ‘열린 귀’와 ‘관찰’, 그리고 ‘멍 때리기’입니다.      


이야기 안에도 두 번 등장하는데, 20대 때부터 술집에 앉아서 다른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엿듣다 보면 '와, 한 시간만 이 이야기들을 녹취하고 손보면 책 한 권 나오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 속 ‘머머리 라디오 스테이션’은 정말 제가 열고 싶은 가게이기도 합니다. 

     

아, 정말 그런 이야기를 기록해 본 적도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앞 재즈바에서 심야 알바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 시간에는 정말 단골만 와요. 주인 누나를 좋아하는 경찰, 위스키 한 병씩을 항상 킵해놓고 혼자 와서 홀짝거리는 여자 회사원, 매번 다른 여자친구와 오는 외국인 손님 등, 몇 달 동안 그 단골손님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해서 문화인류학 교양 수업의 리포트로 낸 적이 있습니다. 또 그 리포트를 각색해 제출한 덕분에 기자 아카데미도 들어갈 수 있었구요.


Q 글마다 손으로 그린 삽화가 등장하는데 누가 그려준 건가요?

직접 그렸습니다. 사실 글을 구상했을 때 일러스트를 그려줄 사람을 섭외하려 노력했습니다. 친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부탁하려고 그가 사는 춘천에 다녀오기도 했고 가족들 중에도 그림을 잘 그리는 이가 있어 부탁을 하기도 했구요. 뭐 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절당하고, 경험 상 그림을 어떻게 그려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인 걸 아니 에잇 이럴 거면 내가 그려버리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데 그의 에세이집에 항상 함께했던 삽화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런 글과 그림의 조화를 생각하며 그렸습니다. 사실, 글 쓰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작업이 좀 더 즐거웠습니다. 


Q 작업을 하는 시간은 어떻게 됐나요?

가족들이 깨어있는 밤에는 삽화를 그리고 아침에는 가장 먼저 일어나 글을 썼습니다. 이 작업 덕분에 좋은 루틴이 생긴 것 같습니다.


Q 이제 완성을 했잖아요. 아들에게 보여줄 건가요?     

A 예, 아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ㅎㅎ 이 글을 쓰는 몇 달 동안 아들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겨 일단 나름 하고 싶은 일은 정한 것 같아요. 이 이야기 속에서의 윤재의 길과는 다르지만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Q 아들이 이 이야기를 보고 나도 사업할 거야! 라 한다면?

A 스타트업 생태계에 적잖은 시간을 있어 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MBTI 유형 같은 게 아닌 의지의 문제 같습니다. 결국 사업으로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이는, 정말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걸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적 능력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운'도 크게 영향을 미치죠.

아들이 정말 하고 싶다면 하라고 해야죠. 그래도 정말 강한 의지가 있는지는 확실히 확인을 할 거 같아요.


Q 아들 말고는 누가 또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나요?       

A 무얼 하고 살까? 정하지 못한 MZ세대 친구들이나 그런 아이의 고민에 공감하고 있는 부모님들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가 어느 한 직업에 대한 디테일한 가이드는 절대 될 수 없겠지만 자신을, 또 자녀를 대입해 한 번 창업이라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책 한 권을 추천한다면?

A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다양한 일의 현장에서의 경험과 감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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