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부터 독서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지정된 책을 읽고 같이 대화를 나눈다.
이번 달은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는데, 이번 주 모임에서 경제 예측의 불확실성, 환율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브라질 국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게 참 재미있는 투자상품이다. 브라질 국채는 말 그대로 브라질에서 발행한 국채(국가 채권)이다. 보통 국채는 신용도가 아주 낮은 나라가 발행한 것이 아니면 '무위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나라가 지급을 보장하는 만큼 원금손실에 대한 투자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위험이 없으니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데, 브라질 국채는 연 10% 대의 고율의 이자를 지급한다. COVID19 이후 주요 국가의 금리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우리나라 국채 금리가 2% 후반 대이고,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가 대략 2~3%인 점을 감안하면 4~5배가량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예금에 가입하거나 채권 투자를 해서 이자를 받게 되면 이자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된다. 그게 기본적으로 15.4%이고 소득이 많은 사람은 49.5%까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브라질 국채는 우리나라와 협약 체결을 통해 국채 투자로부터 발생되는 이자소득에 대하여 과세를 하지 않는다. 즉, 비과세 투자 상품이란 얘기다.
또 한 가지 매력 포인트는 브라질 화폐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브라질 국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 2010년 정도였는데 당시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체육 행사가 열리면 수많은 관광객이 그 나라로 몰리게 되고, 해당 국가의 화폐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당시 증권사에서는 브라질 국채에 투자를 하면 다음과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어필하며 투자 유치를 하였다.
1. 연 10% 대의 높은 이자
2.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3. 브라질 헤알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당시 우리나라 예금 금리가 바닥을 치던 상황에서 금융 자산이 많거나, 고소득자의 경우 이 투자는 안 할 이유가 없는 그런 상품으로 여겨졌다.
그 후 브라질에선 예정대로 월드컵과 올림픽이 개최되었고, 이 국채는 예정된 높은 이자를 지급하였으며 그 이자에 대해선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가 금융권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 바로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였다. 아래 그림의 빨간색 화살표가 있는 2010년 600원 후반이었던 헤알화는 2015년 380원대로, 2020년에는 280원대로 하락하게 된다. 대규모 국제 행사로 인해 달러 등 외화가 유입되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했던 투자자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된 것이다.
(차트 출처 : investing.com)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만기 보유 전략을 구사하며 헤알화 반등을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오르지 못한 채 투자 원금이 환차손으로 인해 40~50% 정도 줄어드는 아픔을 맛보게 되었다. 그 후로 한동안 고수익 기대 상품에서 투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채 잊힌 것 같았으나 2016년 전후, 2022년 전후로 다시 브라질 국채 투자 바람이 불었다.
이유는 위와 거의 같다. 고금리, 비과세, 그리고 헤알화가 이젠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오르는 일만 남았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2016년부터는 반등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오래가지 못했으며, 2022년 경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정권이 다시 들어서면서 강달러 기조 하에서 가장 가치가 많이 하락한 화폐로 꼽히기도 한다.
이렇듯 경제와 투자의 세계에서 '예측'이란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요즘 20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자신이 애써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모은 돈을 투입하고, 일시에 큰 수익을 얻기를 기대하는 얘길 종종 듣곤 한다.
교과서적인 내용이라 무시하기 쉽지만, 적절한 자산배분과 투자 대상의 분산, 투자 시기의 분할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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