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lk는 우유이고, Tea는 홍차니까 -
밀크티는 한국에서 아메리카노 다음으로 꽤나 사랑받는 음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대만을 처음 갔을 때가 2014년 11월이었는데 그때부터 슬슬 입소문을 타던 음료들이 어느 순간 한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해서 지금은 곳곳에서 대만 음료수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 가야 할 사실 하나는 제목 그대로 밀크티는 '홍차와 우유를 섞은 음료'이다. 이렇게 말하면 "엥? 밀크티가 그런 거였어?"라고 말하는 지인들도 있고 이 글을 읽으면서도 "어? 진짜? 레알"이라고 하시는 분들을 위한 설명을 아래 하자면 이렇다.
'밀크티(milk tea), 즉 milk(우유) + tea(홍차)' 직관적으로 이해하면 와 닿지 아니한가?
아무래도 밀크라는 명사가 앞자리를 차지하면서 뒷글자 '티'는 무시당하고 '밀크'라는 단어만 깊이 각인된 듯하다. 사실 밀크티는 홍차에 우유를 넣은 것이지. 우유에 홍차를 넣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밀크 티'이다. (학문적으로 풀어보면 밀크는 수식어이고 티가 명사인 셈이다) 예를 들면 '치즈 라면을 라면 치즈라고 하지 않은 이유' 가 '라면에 치즈를 넣기 때문이지. 치즈에 라면을 넣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이다.
야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였다. 옆집 사장님은 '홍차와 밀크티'를 판매하셨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는 간혹 한국 손님들이 지나가면 옆집 음료를 소개하고는 했는데 문제는 밀크티라는 단어 대신에 "이거, 홍차 하고 우유 섞은 건데 맛있어요. 드셔 보세요"라고 소개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사래를 쳤었다. 그럼 나는 속으로 '저게 저렇게 부정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은 밀크티를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익숙한 우유에 평소에 잘 안 마시는 홍차라는 녀석을 섞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 것뿐이었다. (아마도 밀크티라고 했으면 그렇게 손사래까지 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대만에서 밀크티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음료 중 하나인데, 보통 홍차를 팔면서 밀크티를 같이 파는 이유가 홍차에 우유(혹은 양젖)만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만 사람들이 특히 많이 마시는 것이 우리나라 두유와 비슷한 두장(豆漿)인데 홍차에 두장을 넣어 먹기도 할 만큼 대만에서 홍차는 흔하게 마시는 음료수이자 여러 음료수를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가 되기도 한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생각해보면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으면 라떼'가 아니던가? 에스프레소 대신에 홍차가 들어간 것뿐이고 우유가 더 많이 들어간 것뿐이다. 단지 우리는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앞서 말한 내용대로 '밀크티의 주원료는 홍차'이다. 그렇다면 이 홍차의 기원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홍차는 19세기 영국을 통해서 대중화되었지만, 최대 생산지는 영국이 아니라 당시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이다. 그래서 인도(현재 홍차 생산 1위 국가) 또한 차 문화가 발달되었는데 다들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그 이름은 '차이(혹은 짜이)'라는 음료이다. 차이는 인도에서 '차(tea)'라는 뜻이며, 실제로는 '마살라 차'라고 불리는데 이 또한 홍차에 우유를 넣고(이게 밀크티지!) 인도의 향신료를 첨가해 맛을 낸 것이다. 즉, 밀크티의 역사는 19세기 홍차의 대중화부터 시작해서, 1680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홍차에 우유를 넣어 마셨다면 기록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홍차의 대중화와 밀크티의 첫 기록은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알린다)
아메리카노라는 미국스러운 이름과 세계적인 체인점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1호점이 시애틀이기 때문에 커피의 역사는 미국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이태리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 마셨다.라는 것이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을 본 이태리인들이 NO!라고 하면서 "American + No 그래서 아메리카노"라는 유래가 있다. 중요한 사실은 아메리카노는 이태리인들이 즐겨마시는 에스프레소에서 파생된 일종의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즉 실상은 우리는 이름에 속고 있다' 라는 것이다.
이건 마치 사람들은 내 이름 때문에 오해를 하기도 하는 것처첨(참고로 나의 한국 이름은 진상헌인데, 이로 인해 '진상'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나는 알고 보면 꽤 '진국'이다. 절대 진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