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은 크게 '주재원'과 '현지 채용'으로 구분될 수 있다. 주재원은 한국에서 채용된 후 특정 국가로 발령받아서 일정 기간 근무 후 귀임하는 형태이고, 현지 채용은 말 그대로 현지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을 채용하는 것이다.
주재원은 귀임 후 다른 나라로 주재원을 가는데 반해, 현지 채용은 줄곧 한 국가에 머물고 보통은 계약직으로 채용이 된다.
보통은 해외 취업이라는 개념을 이 두 가지 범주 내에서 이해하면 되는데, 나의 경우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아서 대만을 처음 가게 되었고, 퇴사 후에는 대만에 체류하면서 현지 외식 기업으로 채용. 즉 현지 채용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대만에서 두 가지 사례를 모두 경험하게 되었다.
주재원 VS 현지 채용 (무엇이 다를까?)
주재원 발령으로 현지 근무를 하게 될 경우 보통은 거주지(어느 나라든 월세는 부담된다)가 제공되고, 장기간 해외 근무에 대한 보상 즉 인센티브가 있다.
그러나 현지 채용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현지에서 채용을 하기 때문에 모든 조건은 현지 노동법에 따른다. 그래서 인건비가 낮은 개발 도상국의 경우 최소한의 주재원만 보낸 후에 현지에서 한국어도 잘하면서 한국 스타일? 을 이해하는 현지인들을 채용하는 편이다. 인건비 이유가 제일 크겠지만, 현지 채용은 낯선 환경에서 초기 적응 등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 반대로 문화 차이에서 오는 관리의 어려움은 감수해야 한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한국인이 대만에서 취업 못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자.
정확히는 취업을 못 하는 이유가 아니라,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함이 옳을 듯하다.
한국인이 주저하는 원인, 낮은 급여
대만의 최저 시급은 2014년 기준 110元(당시 환율로 4,000원 정도)이었다. 그 이후로 매년 조금씩 인상이 되어서 2022년 기준으로 165元, 매년 10元 (평균 400 ~ 500원)씩 인상을 한 셈인데 이를 기본급(주 40시간 근무)으로 환산하면 약 110 ~ 120만 원 정도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현지 채용은 현지 노동법에 의거해서 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한국 노동법을 따를 이유가 없다.
그런데 한 달에 110만 원 받으면서 일하려고 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나 또한 현장 경험을 위해서 한식당에서 한화약 110만 원 정도를 받고 일했던 경험이 있는데, 결국 4개월 만에 그만뒀다. 현지 기준으로 받다 보니 적은 급여는 감안했지만 주 6일 근무에 60시간이 넘는 근무 시간이 문제였다.
아참! 급여가 적다고 소위 쪼들리는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물가가 한국보다 낮은 것도 있지만 결국 돈은 씀씀이가 중요한 것이다. (이건 해외 취업을 고려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현지 기업이 한국인 채용을 꺼리는 이유
대만은 사회 초년생 기준으로 월급이 조금 짠 편이다. 이는 대만 사람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아까 언급한 금액에서 세금도 떼어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의 경우는 최저 월급이라는 것이 적용되는데, 2020년 기준으로 48,000元(한화로 180 ~ 190만 원)이다. 즉 같은 일을 하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18,000元(78만 원 정도를 더 줘야 한다)을 더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현지 회사 입장에서는 특출한 인재? 가 아닌 이상 채용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대만 노동부에서 요구하는 외국인 채용 기준 '4년제 학사 졸업 + 동종업계 경력 2년 이상'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중국어도 잘해야 하고 업무 경력도 있는 사람이라면? 한화로 200만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 만족스러울 리 없고 결국 서로의 입장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게는 한국인들이 한 수 접고 들어가는데 제일 큰 이유는 돈보다는 대만에서 일하고 싶은 경험적 욕구가 크거나, 대만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 때이다. 나 또한 월급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탄력적인 근무 조건이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나를 위해서 비자 발급 및 행정적인 업무(건강 보험 등)들을 깔끔하게 진행해 준 부분에서 배려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대만에서 일은 하고 싶은데, 돈도 많이 벌고 싶다면?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취업 사례를 이야기했었고,
대만에서 일하면서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한식당인데 이는 취업이 아니라 창업이라고 봐야겠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으며 더 중요한 사실은 한식당이라고 무조건 잘 되는 건 아니다. 맛있고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로 다가가야 하는데 한국인이라는 우월감과 음식에 대한 자기 철학(나는 이걸 곤조라고 한다)으로 쉽게 무너지는 사례를 본적이 많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것이다. 여행 가이드의 경우는 각 나라에서 주관하는 관광 통역 안내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합격률이 낮은데 비해 한국 여행객은 넘쳐나서(물론, 코로나 이전에) 현실은 무자격 가이드들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프리랜서 통역 혹은 한국어 선생님이 있지만, 딱 일한 만큼 돈을 벌고 명절에는 회사에서 주는 보너스는커녕 수업이나 일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추운 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직업이다.
제일 이상적인 주재원 생활이 가능한 국가
-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에 대해서 다소 편협적인 시선들이 있는데, 제조(삼성전자) 회사, 원자재를 다루는 상사(STX 팬오션) 입장에서는 개발도상국만큼 비즈니스 하기 좋은 국가가 없다. 제조 회사 입장에서는 낮은 인건비를 활용한 대규모 생산 시설을 운영할 수 있고, 상사 입장에서는 광산 등 다양한원자재 무역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주재원 생활을 하면 돈을 모으기 쉽다. 돈 쓸 일이 많지도 않고 대게는 법인 카드로 비용 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 영국, 싱가포르 같은 국가로 주재원 혹은 파견 국가로 인기가 많지만, 현실은 높은 물가에 돈 모으기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자녀가 있는 경우 교육을 위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본인이 정확히 원하는 목표에 따라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이 또한 능력이 갖춰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어쨌든 자녀가 있다면 교육을 생각해서 소위 선진국도 괜찮지만 사실 한 곳에서 오래 있는 것보다는 소위 '냉탕, 온탕'을 같이 경험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개발도상국에 너무 오래 있으면 사람이 게을러지고, 선진국에 오래 있으면 지구 반대편 어려움을 잊고 지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