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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Apr 10. 2024

나이가 들수록 옷을 잘 입어야 하는 이유

E.S.G 관점과 더불어 생각하기

오늘은 아래 이야기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https://lrl.kr/Fmlw


# 옷을 사지 않습니다

<옷의 사전적 정의 :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하여 피륙 따위로 만들어 입는 물건>

언제부턴가 옷을 사지 않았다. 그렇다고 쇼핑이라는 것을 끊었다기보다는 면접용 정장이 필요할 때처럼 꼭 필요할 때 보세 가게에서 한두 벌 사는 정도였다. 이는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면이 아니라 내면으로 인정받겠다는 아집 때문이었다.


물론 그러한 배경에는 외부적인 영향들도 있었다.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Patagonia is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이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 같은 해외 유명인사들의 한결같은 패션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이 가진 자산의 규모가 가난한 국가의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패션에는 보수적인 태도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나 또한 그들의 습관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고 싶었다. 그들은 그저 유명인일 뿐 연예인이 아니었기에 패션의 중요성을 못 느꼈을지도 모른다.

<실제 주커버그의 옷장은 같은 옷으로 채워져 있다. - 출처 : 주커버그 페이스북>


'오늘 뭐 먹지?'와 '오늘 뭐 입지?'가 다른 이유

사람들이 매일같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오늘 뭐 먹지? 와 오늘 뭐 입지?'라고 한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뭐 먹지?'는 나를 위한 선택이라면 '뭐 입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행위인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런 속박된 굴레가 내심 싫었던 아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유럽에서 생활할 때는 부산 깡통시장에서 산 하와이 느낌의 꽃무늬 반바지에, 필리핀 야시장에서 구매한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클럽을 입장하거나 사람을 알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던 그 시절을 가장 행복한 시절로 기억하기도 한다.

정확히는 내가 무엇을 입고 있는지 의식 자체를 안 하는 느낌이었다.

외에도 해변을 가면 소위 몸무게가 100kg가 넘어가는 중년의 여성이 비키니를 입고 해변을 걷는 것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문화인 것이다.

그것이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서 넘어온 이방인에게는 낯설고도 신선한 문화 충격임과 동시에 내 일상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그 문화를 내 삶에 꾸준히 적용했다.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다시 옷을 사게 된 이유

그러던 나도 하루는 무언가에 홀린 듯 '성수동 편집샵에서 옷 한 벌을 구매' 했다. 정확히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옷이었다. 100만 원이 넘어가는 옷은 드라마에서나 봤는데, 현장에서 직원이 제시한 무려 50% 할인이라는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옷에 관심 없는 나도 몇 년에 한 번은 혹 하는 옷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코로나로 추운 겨울을 보내던 나에게 그 옷은 마법처럼 지갑을 열어주었고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 또한 바꿔주었다.


"잠시나마 사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 옷 한 벌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내면의 만족감과,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핵심적이고 필연적인 외면의 가치를 생각하면 오늘의 선택은 '과소비'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외면이라는 첫 단추를 통과했을 때' 나 해당되는 게 현실이다. (여담이지만 오래전 옷을 못 입는다는 이유로 호감을 사고도 두 번째 만남에서 차인적도 있었다) 물론 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빛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내가 30대 후반이 되도록 망각했던 사실이 하나 있다.


'젊은 에너지만으로도 빛나는 시절은 어느덧 저물어 간다'라는 것이다


결국 옷이라는 것은 '나를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첫 번째 수단이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다면, 우선 나를 꾸미고 포장하는 일은 참 중요했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는 바로 옷을 잘 입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비즈니스의 영역도 확장도 하면서 나의 영향력을 키울 여지가 생겼다.


이는 꼭 회사원이 아니라 작은 카페나 식당을 하는 사장님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20대 시절에는 어느 정도 용납되는 것들이 40대 이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성공 방정식의 순서를 조금은 바꾸기로 했다.  

영향력 있는 인물이 먼저 되어야 나의 철학도 존중받고 사회적 지위도 생기고 장사를 한다면 돈도 벌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때 단 한 번의 선택이 이전보다 의류 구매를 많이 하게 된 계기인 것 같다. 더 나아가 옷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중요한 부위를 가리는 것을 넘어서 혹은 추위로부터 털이 없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면 옷은 싸게 많이 사는 게 좋을까? 비싸게 한벌 사는 게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전에는 싸게 많이 구매했다면, 지금은 비싸게 조금 구매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옷 한 벌이 생각보다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저가 의류를 자주 사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과 공정무역'을 위해서 옳은 방향은 아니다)


게다가 '싸게 많이' 보다 '비싸게 조금'은 현재 대한민국의 외식 TREND와도 일맥상통한다. 예전에는 배부른 걸로 만족했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한 끼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주방장이 셰프로 불리는 시대가 열린 것처럼 의류 디자이너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 마지막으로, 의류 코디 채널의 구독을 해지 한 이유

옷에 대한 가치를 깨달은 후에 옷을 잘 입고 싶은 마음에 어느 패션 스타일리스트의 채널을 구독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해당 채널의 구독자가 5만 명 정도 되었는데, 해당 채널의 구독자가 정확히 100만이 되었을 때 과감하게 구독을 취소했다.


첫 번째 이유는 과도한 의류 생산이 지구에 불필요한 희생과 공정무역의 불공정성을 야기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채널을 구독자가 100만 명 전후의 사람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너도 나도 비슷한 옷들을 입고 다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는 옷을 잘 입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나만의 개성을 고수하기 싶은 마음이 공존했던 것이다. 어쩌면 아직도 남아있는 마지막 아집일지도 모르겠다.



P.S

'옷을 잘 입는다는 것' 은 무조건적으로 명품만을 고집하고 비싼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 때와 장소에 맞는 그리고 상하의의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결혼식 장에서 레깅스를 입거나 상의는 정장 재킷인데 아래는 축구 유니폼을 입는 게 자기만의 패션이라고 강조한들 사회가 영향력 없는 개인의 철학을 존중해 줄 리 만무하다. (사실 이 정도면 데이비드 베컴이라고 해도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각자의 철학을 고집하면서도 우리가 속한 집단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옷을 잘 입는 첫번째 Mind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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