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완짹슨 Dec 18. 2024

여행, 후에

여행의 보편적 의미, EPISODE 2.

처음이 지나간 자리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에는 처음이라는 전제가 따른다. '첫 졸업', '첫 ', '첫 직장' 그리고 '첫 월급', '첫 사랑' 후에는 '첫 이별' 등 기억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또 성인이 된 후에도 모든 것들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함께 한다. 그러다 어느샌가 처음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잊고 살아간다.


물론 세상 모든 경험을 다 기억하며 살아가지는 못 한다. 대부분의 기억은 잊히고, 몇몇 기억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슴이 설레는 기억들은 그 시기와 상관없이 생생하다.


나의 경우는 고작 8살 때 짝꿍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나의 첫사랑?으로 기억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기에는 너무 어렸지만, 여전히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꼭 사랑은 아닐지라도 수많은 기억 중에서도 특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낯가림 많은 전학생이었던 나에게 세심하게 챙겨주던 짝꿍과는 금세 친해졌고, 나중에는 짝꿍네 집에도 자주 놀러 가곤 했었다)


그런데 나는 2년 만에 또다시 전학을 가게 되었고 연락이 끊긴 채로 지내다 인터넷의 활성화?로 성인이 된 후에 우연히 연락이 닿아서 그때의 일을 물어봤지만 짝꿍은 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다행인 건 짝꿍의 엄마가 나를 기억하셨다는 사실 정도)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금세 잊히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특별하기도 한 것이다.



첫 여행, 후에

첫사랑? 의 기억만큼 '첫 여행'의 기억 또한 오래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남아 있다. 나의 첫 여행은 유희를 추구하기보다는 힘든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내 주변에 놓인 모든 것들을 정리할 시간과 별도의 공간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가까운 곳에서 해결방법을 찾으면 좋았지만 나를 괴롭히는 원인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아무래도 이곳을 벗어나야 계속해서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체한 마음에 위로를 얻기 위한 것 외에는 특별히 아무 이유가 없었던 첫 여행. 그렇게 홀연히 떠나버렸다. 가깝게 지내던 회사 동료들을 제외하고는 가족들도 몰랐던.

돌이켜보면 '여행 후에, 후회 또한 밀려왔던' 첫 여행.



여행 후유증

첫 여행 후에 곧바로 후유증이라는 것이 아주 강하게 나를 괴롭혔다. 몸은 돌아왔는데 마음이 여전히 여행지에서 돌아오지 못한 탓이었다. 분명히 나는 집에 있는데 머릿속은 불과 몇 시간 전 창가에 앉아 있던 그곳에서 빠져나오지를 못 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서일까? 갑자기 알 수 없는 슬픔이 가슴 곳곳을 헤집기 시작했고 나는 한참을 울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도 그 어떤 폭언을 하지도 않았지만 깊은 서러움이 밀려왔다. 여행에서 충분히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혼탁했던 마음이 눈물과 같이 쓸려 내려간 기분이었다. 어쩌면 한 번은 부딪혀서 이겨내야 하는 삶을 관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첫 여행이 비로소 의미 있는 과거로 기억될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