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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고민, '월세와 여행' 사이

오늘도, 떠나고 싶은 '여행러'의 깊은 한숨

by 타이완짹슨

하루는 인천에 거주하는 지인분과 식사를 하면서 '서울 물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한평생 인천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다는 그는 서울의 高물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월세가 75만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

"아니, 월세가 그렇게 비싸요?" 하지만 나는 그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한편으로는 세상 물정 모른다는 듯 무심하게 답했다.

"에이 ~ 삼겹살도 2만 원 하는 동네인걸요. 그래도, 서울에서 이 정도면 싸게 잘 구한 겁니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놀라고 말았다! "진짜요? 그렇게, 싸다고요?" 다름 아닌 지인의 직장 동료분이 거주라는 48평 아파트 월세가 120만원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청라 신도시에서 말이다. 되려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단순하게 금액만 놓고 보면 120만원이 훨씬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방이 4개나 되는 신도시 아파트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게다가 나의 자부심이었던 고향 부산을 밀어내고, 제2의 도시로 급부상하는 지역 아니던가. 그렇게 한 가족이 머무는 보금자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 120만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은 어느 정도일까?라고 상상을 해 보았다.

추측건대, 현재 내가 거주하는 집보다는 "신축이면서, 2층 정도는 더 위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은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공유기만 설치하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처럼 와이파이 도둑이 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추측과 큰 괴리가 있었다.

<얼마 전, 시장을 지나면서 시세를 보고 '찍어 둔 월세' 홍보 문구였다. 아니, 원룸이 100만 원이라니>

좋게 말해서 원룸이지. 단칸방과 다를 바 없는 작은 사각형 월세가 100만원이라니, 한 가족은커녕 나 혼자 살기에도 작을 것 같았다. 문득 속으로 집주인에게 감사함이 들었다. 그리고 말끔하게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언젠간 이곳을 떠나야 하니까, 깨끗하게 잘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작은 얼룩이라도 보이면 들러붙지 않도록 박박 닦았다.


월세가 높아서 속상한 '진짜 이유!'

생활비에서 월세는 고정비로 제외해 두었지만, 그럼에도 매달 현금 한 뭉치가 사라질 때면 한숨이 나오면서, 이따금 공허함이 밀려들곤 한다. 그리고 긴 시간 집을 비우게 될 때는 그 한숨은 더 깊어지게 된다.

보통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는 고향 본가로 내려가거나, 여행을 떠나게 될 때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고향에서는 숙박비가 발생하지 않지만, 여행은 필연적으로 숙박비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뭔가, '돈을 이중?'으로 쓰는 것 같은 심적 부담감이 마음을 짓 누르는 것이다)

고향은 가족을 만나러 간다는 행복함이라도 있지만, 여행은 사치'라는 생각과 '가치 있는 경험'이라는 목적 사이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흡연자에게 금연이 쉽지 않은 것처럼, 여행에 미친 자에게 여행을 끊는 것 또한 쉽지는 않다.


결국, '최대한 저렴한 숙소'라는 전제하에 여행을 이어갔다. 물론 혼자 떠나는 여행을 누군가와 상의는 필요 없지만, '먼 미래에 나 자신'에게 늘 묻곤 한다.

이번 여행은 놀러 가기 위한 수단인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말이다.

좀 더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Want와 Need 사이' 정도가 될 것이다. 결국 여행만큼 가성비 좋은 경험적 투자는 없으며 내가 진정 원하면서도, 간절히 필요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 집도 그런 이유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다행인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는 것이었다. 즉 싸구려 숙소에서도 잘 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숙소일수록 불편함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에, 장기적으로는 여행의 선택 옵션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했다.

그건 바로, 월세가 아닌 내 이름으로 된 '진짜 내 집'과 '월급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미래를 준비하는 것'


결국 이 2가지 또한 '돈'이라는 공통분모와 귀결된다. 물론 내가 처한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쓴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매달 한 뭉텅이의 돈을 월세로 송금할 때, 낯선 여행지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에서 잠이 들 때, 낯선 경험이 색다른 경험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조금씩 커져가는 것을 조금씩 커 갈수록 말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살짝 비싼 숙소에서 머물러 본다. 어제와 다른 고급 숙소는 편안함이나 나를 위한 선물 목적이 아니다. 단지, 열심히를 넘어, '잘 살아야겠다!'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위한 채찍질일 뿐이다.


P.S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결국 여행이 당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여행 좀 다녀와야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떠날 수 있는 두 다리가 있고, 전 세계 웬만한 국가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한국인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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