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끼와 쫄보 사이에서.
대단하다. 혹은 미쳤다.
달랑 가방 하나만 메고 28일간 유럽과 아프리카 여행을 무사히?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대단하다. 혹은 미쳤다."
두 단어 모두 말하는 뉘앙스에 따라서 긍정적인 표현일 수도 있고, 비꼬는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는 비꼬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우려 섞인 반응?'은 종종 있었다. 아마도, 미쳤다!라는 표현은 놀라움과 걱정스러운 의미를 함께 내포하지 않았을까.
10년이 지난 여행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느끼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겁이 없던 건지, 순수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이 없었던 건지..? 용기가 충만했던 건지.
어쩌면, 그냥 그게 맞다고 믿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겁도 없었고, 동시에 모르는 사람이 내미는 도움을 단 한 번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순박했고, 마지막으로 별 생각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여행이었다. 생각이 많았다면 이런 모험에 가까운 여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떠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여행에서 생각이 많아질수록 즐거움은 반감되는 듯하다. 왜냐하면 여행 또한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의 하루처럼 수십 번씩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때가 있어서.
"저걸 먹을까? 맛있을까? 바가지 아닐까? 아, 근데 혼자서 (어차피, 나 홀로 여행자 주제에) 먹기 좀 그런데.. " 그러다 그냥 쫄쫄 굶는 거다!" 갈림길에서 왼쪽, 오른쪽? 아니면 그냥 쭉 갈까?" 이렇듯, 생각만 많으면 종일 한걸음도 못 나아간다. 그냥 '운 + 명'에 맡겨보는 것이다. 운이 따르면 명도 길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럼에도 튀니지에서 마지막 날, 숙소를 선택할 때는 생각이 많아졌던 하루였다. 달리 대안이 없어서 선택권 없이 고른 곳. 숙소비가 3만 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이 돈이면 어제 점심 대신 먹었던 길거리 음식을 10번은 사 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무엇보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겨서 내키지 않았지만 노숙보다는 나은 선택 같아서 결국 하룻밤 묵기로 했다. 하지만 괜한 불안감? 에, 결국 사진처럼 의자를 끼우고 나서 잠이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창문 밖 바닷가는 어젯밤 걱정과 다르게 따스한 햇살이 평화로운 일상' 비춰주고 있었다.
"그래, 돌다리를 두들기는 건 좋다. 근데, 두들겨서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건너 보자. 열심히 두들기고 건너지 않으면 두들기는 노력조차 무의미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