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노쓰 코리아
저는 '싸우스 코리아'에서 왔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날 하루, 나는 적어도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정작 내 카메라에 남아 있는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은 그들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로 내 손에 쥔 건 거의 없었다.' 그저, 웃으며 사진을 찍고 밀려드는 질문에 응해주기 정신없었을 뿐.
시끌벅적했던 학교 앞. 그리고 잠시 조용한 틈을 타서 어디론가 나를 끌고? 간 세 친구들. (속으로 '흠칫' 했다)
알고 보니 이들 또한 나와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가급적 조용한 곳에서, 평온함이 느껴지는 하얀 벽을 배경 삼아, 추억을 기록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시장 같던 분위기에서 한층 멀어져서였을까? 그제야 나 또한 내 카메라를 꺼낼 여유가 생겼고, 덕분에 나 또한 그날을 기억할 한 장의 사진을 손에 쥐었다.
나를 포함한 세 남자의 표정에서도 여유가 물씬 묻어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날, 왜 그 많은 사람들은 줄을 서 가면서까지 나와 사진을 찍으려고 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런 상황을 되려 즐기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2013년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며 지구 반대편 튀니지에도 번진 것이었고, 나도 일반인 사이에서는 거의 싸이급으로 싸이'KO' REAN 이니까.
튀니지라는 한국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낯설다면 낯선 나라. 그것도 수도에서 차로 3시간 넘게 떨어진 이 작은 마을에 등장한 Crazy 한국인? 덕분에 그날 하루는 모두들 흥에 취했었다.
그리고 그날 하루, 나는 같은 문장을 수십 번도 넘게 말해야만 했다.
"프롬 싸우스 코리아, 노 노쓰 코리아!, No War"
강남 스타일의 흥행과 함께, 북한에 사는 김정은의 핵폭탄급 선언이 있기도 했던. 그래서 '한국인의 흥과, 외국인의 우려'가 공존했던 그 해. 낯선 땅 튀니지에서 '신나게 강남스타일을 추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