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이 하나쯤 필요한 이유
My Korean Name Is 'JIN SANG HEON'
보통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때 '한국은 나이와 출신부터 묻는다면, 외국에서는 이름을 먼저 묻는다. 정확히는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 자신을 소개하듯 인사하는 것이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일관된 모습이다.
이 사진의 이야기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사하라 사막으로 떠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사막으로 이동하는 작은 봉고 안. 그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 외에도 사하라 투어의 수습 형태로 현지 직원 두 명이 함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같은 여행자 신분이 아니었기에, 단정한 옷차림으로 합류 한 그들과의 동행은 다소 무미건조하게 시작되었다.
허나, 하루 종일 차 안에서 함께하며, 소소하게 주고받던 한두 마디는 어느새 부산스러운 수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일정 속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돌아가는 봉고 안, 어색한 기류는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이는 곧 헤어짐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기도 했다.
못내 아쉬워서였을까? 어느새 수다스러워진 그녀들은 내 한국 이름을 묻더니, 이를 그대로 아랍어로 적어 주었다.
물론 아랍어를 1도 모르는 내게 아랍어로 된 이름은 그저 기왓장을 여러 개 붙여 놓은 것 같은 그림으로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사진 속 아랍어는 진상헌이라는 이름 외에는 그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고유 명사였다.
답으로 나 또한 그녀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 주었다. 그것도 팔뚝(참고로, 철저하게 그녀가 원해서 한 것!)에 말이다.
그녀의 팔을 가져올 순 없으니..? 사진만 남겨 왔다. 물론 팔에 적어준 그녀의 이름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으리라. 하지만 '추억할 기억이 남아 있으면 된 것 아니던가' 그렇게 '서로의 이름을 각자의 언어로 기록해 준 채' 나는 달리는 봉고에서 내렸다. 출발지로 돌아가는 것보다 새로운 여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아쉬움을 전하거나 다음을 기약할 틈도 없이 말이다.
"때로는 그런 인연도 있는 것 같다."
남은 기억이라고는 팔에 적어 준 이름 하나가 전부인 그런 인연. "그럼에도 평생 잊히지 않는 기억의 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