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 파도처럼 밀려와, '스며듦을 새겨놓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하여.

by 타이완짹슨

여행 한 줄, 사진 한 움큼 EP 14.


나를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파도의 높이

지중해 사이 인구 약 40만의 작은 섬나라 몰타. 지금은 나름 존재감이 알려졌지만 2013년 그 해. 몰타를 아는 한국인을 찾기 힘들던 시기에 나는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낯선 나라 몰타에 도착하여 시차 적응 할 틈도 없이 빠른 적응력으로 이틀 만에 처음 사귄 독일 친구 이바 그리고 일본에서 온 리에 마지막으로 남미에서 온 말수는 적지만 미소가 이쁜. (하지만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 친구까지)

우린 하루하루가 아까운 사람들처럼 이곳에서 주어진 소소한 시간들을 함께 했다.

하루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해변을 찾았고, 그곳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대한 파도를 마주했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약 2초 후에 거대한 파도와 물줄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어마무시한 높이에 압도당하면서도, 초자연적인 경이로움에 다가가고자 했다. 하지만 더 가까이 갈려던 찰나에 또다시 '붕 ~' 하고 하늘 높이 떠오르는 파도를 보면서 이내 생각을 고쳐 먹고 태연한 척 돌아섰다. 그리고 그곳엔 이바와 친구들이 카메라로 나를 찍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이바 : Hey, Jackson! 'SAY HELLO ~ '

나 : 'SAY HELLO ~ (자상하게 손까지 흔들며)'

모두 : HAHAHAHAHA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했는데, 다들 너무 신나게 웃는 이유를 그때는 몰랐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을만했다. '안녕'이라고 말하라고 했는데, 똑같이 "안녕이라고 말해!"라고 한 셈이니 말이다. (그것도 세상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유가 어찌 되었든 거친 파도 앞에서, 우린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그때 그 파도는 내 인생에 가장 큰 파도였고, 이후로 그 시절보다 더 큰 파도를 아직은 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때 그 파도는 날 집어삼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새로운 도전을 알려주는 신호는 아니었을까?"라고 상상해 본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 인생에서 그때와 비슷한 파도가 또다시 찾아온다면, 나는 어느 때처럼 똑같이 행동할 것 같다.

"SAY HELLO?" AND "HOW ARE YOU TODAY?"
"I AM WAITING FOR YOU"

P.S

참고로 천진난만하게 "SAY HELLO"를 외치는 영상을 어딘가에 보관해 두었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추후에 찾게 되면 반드시 원본을 공유할 계획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웃음 드리겠습니다. ^.^

keyword
수, 토 연재
이전 13화여행, 아빠와 함께 춤을, 그리움의 멜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