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끝

축태기만 있는 게 아니다

by 김홍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겨울방학이 끝났다. 2021년 축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2달 넘게 공을 차지 않았다. '주 1회 공차기'를 목표로 어떻게든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작년 겨울은 '축태기(축구+권태기)'를 넘어서 '암흑기'였다.


'암흑기'가 온 이유는 팀의 변화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감독님이 떠나게 됐다. 나의 첫 번째 감독님이자 스승이었다. 3-4년 함께 했었던 감독님의 부재는 꽤 씁쓸한 일이었다.


팀 운영에 대한 불만도 컸다. 내년에는 직장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야간 운동 시간들을 보장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허무하고 마음 한편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세 번째로는 축구 친구들이 부상으로, 학업으로, 취업으로 팀을 하나 둘 떠나면서 나까지 축구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사라졌다. '혼자여도 공만 차면 돼!'라고 축구를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혼자는 하기 싫다. ‘축구 동기(?)'라고 해야 하나. 함께 축구를 시작했던 이들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힘에 쭉 빠졌다.


그런데, 그런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제일 답답했다. 그냥 꿋꿋하게 운동장에 나가서 공을 차면 됐을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혹은 새로운 이들과 다시 어울리면서. 근데, 그때는 더 이상 공을 차도 행복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암흑기'는 봄과 함께 끝이 났다. 여전히 축구 친구들의 빈자리가 커서 씁쓸하긴 하지만, 있는 힘껏 공을 찰 수 있는 에너지가 다시 생겼다.

'어떻게 극복했나?' 물어보면 사실 모르겠다. 시간이 흘렀고 그냥 지나갔다. 어쩌면 위의 이유들과 별개로 4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번아웃'이 왔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의 문제였나 보다. 좀 쉬고 싶었나.


3월부터 다시 '주 1회 공차기'를 시작했다. 2023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면서 "나의 '숨 쉴 구멍'은 축구(공차기)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그 마음 그대로인가 보다. 벚꽃이 활짝 핀 운동장을 기다리고 있는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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