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보딩 Offboarding
요즘 HR에서는 온보딩 만큼이나 오프보딩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오프보딩(Offboarding)은 온보딩(On-boarding)의 반댓말로 ‘배에서 내린다’ 즉, 구성원이 조직을 떠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최근에 오프보딩이 중요해진 이유는 그만큼 구성원들의 리텐션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을 것 같네요. 올해는 ‘청년 쉬었음 인구 70만’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의 연장선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퇴사’라는 것은 직원경험의 마무리 단계이자 채용만큼이나 HR의 현장에서 익숙해진 업무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온보딩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인풋을 넣으면서 오프보딩은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에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채용업무, 구성원 육성을 위한 교육업무 등에 밀려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로 저 쪽 한 켠에 미뤄져있는 것은 아닐까요.
보통 퇴직면담을 하고 나서 저는 조직 내에 발견된 이슈나 직원들의 리텐션을 위한 앞으로의 개선 방향성에 대해서 조직장에게 의견을 드리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 조직장에게 이런 피드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팀장님, 퇴사자 이야기 좀 그만 들으세요. 어차피 나간 사람인데 그 사람 의견이 뭐가 중요해요. 남아 있는 사람이 중요하지.”
정말 그럴까요?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오히려 남아 있는 구성원을 위해서도 퇴직 면담을 포함한 오프보딩 프로세스는 중요합니다. 조직에 남아있는 직원들은 동료의 퇴사 과정을 지켜보며 사람을 대하는 조직의 태도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느끼게 됩니다. 퇴사하는 직원의 성공을 응원하며 축하하는 문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조직의 강점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도 또 하나의 직원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보딩은 시스템적으로든 조직문화 측면에서든 조직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 HR담당자가 반드시 챙겨야 하는 부분이죠.
위에서 거창하게 설명한 오프보딩 프로세스가 중요한 이유를 퇴사자의 솔직한 피드백, 기업의 평판관리, 정보보안 등 퇴사자 리스크 헷징 세 가지 포인트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2명의 퇴직 예정자와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핵심인재의 퇴직 면담을 할 때 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전에 미리 감지했다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직원이 이미 ‘퇴직’이라는 결정을 내려버린 후에나 알게 되는 것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쨌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프보딩의 프로세스 중 하나가 퇴직면담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수고해 준 동료에게 박수를 쳐 주며 잘 떠나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참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떠나가는 이들은 감정이 실린 불만이나 폭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피드백을 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퇴사자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길어야 1시간 정도가 되는 퇴직면담을 참 중요하게 생각하며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곱씹으며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캐치하지 못했던 조직의 이슈들이 드러나기도 하며 해결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기업도 후보자의 레퍼런스를 체크하듯 후보자들도 기업의 레퍼런스를 체크합니다. 요즘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기업 평판사이트의 평점과 올라온 리뷰들이 구직자들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주었던 시기도 있었죠. 그러나 이 평판이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것 중 하나 입니다. 조직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축적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채용 인터뷰에서 만난 후보자들에게 우리 회사 지원 동기를 물어보면 종종 “예전에 여기 다녔던 분에게 회사가 좋다고 추천 받았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떠나간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에는 참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회사에서 좋은 경험을 가지고 떠나가는 구성원들은 이후 필드에서 만나게 되는 지인들 혹은 잠재적인 후보자들에게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며, 여러 채널을 통해서도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줍니다. 채용브랜딩 혹은 긍정적 바이럴의 한 측면이라고나 할까요.
최근 채용 과정을 진행하면서 한 후보자의 이력서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받아 본 적이 있습니다. 후보자는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파일을 열어보니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후보자 과거 재직 회사의 중요한 외부 기획안 자료였습니다. 물론 이 분의 의도는 해당 기획안을 본인이 100% 작성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었지만, 주요 정보를 블라인드 하지 않고 회사 로고까지 찍혀있는 기획안을 제출한 후보자를 채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기업의 중요 정보를 유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퇴사자의 정보보안 이슈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어도 악의적으로 정보를 유출해가는 것을 막기는 쉽지 않지만, 오프보딩 과정을 통해서 퇴사자에게 기업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지켜지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한다면 주요 자산이 유출되는 리스크를 헷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오프보딩 원온원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사실 조직을 떠나가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조직 혹은 사람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대화로 마무리를 해야 할 지 고민이 되기도 하죠. 저는 주로 아래 5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퇴직 예정자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1. 조직을 떠나는 이유
2. 이 곳에서 배운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지
3.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4. 앞으로의 계획
5. HR(혹은 회사)에 하고 싶은 이야기
퇴직 예정자와 간단한 근황토크 등을 통해 라포를 형성한 뒤, 조직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사직의 사유에는 처우, 일과 삶의 균형, 인간관계, 경력개발, 조직문화, 복지, 개인사유 등 다양하게 있겠지만 실제 구성원이 떠나는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며 조직 이슈 혹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회사생활 중 좋았던 점을 먼저 질문하면서 구성원이 긍정경험을 떠올려보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장은 조직을 떠나지만 이곳에서 성장한 경험, 동료와 함께 협업하며 일했던 경험들을 기억하며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가치있었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거죠. 필요하다면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성장가능성(커리어), 복지/급여, 워라밸, 사내문화, 경영진, 회사의 비전 등이 어떠했는지를 질문하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앞서 좋았던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마음이 열렸다면, 아쉬웠던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좋았던 점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어떤 점이 불편했고 개선이 되면 좋을 지 질문을 드립니다. 신입이 아니라 경력이 있는 직원이라면 타 회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도 함께 물어보기도 합니다. HR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 대목인데요, 앞선 대화에서 퇴직 예정자가 안전감을 느끼고 얼마나 편안하게 느꼈느냐에 따라서 다양하고 솔직한 의견이 나오는 것 같아요.
조직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살짝 질문을 드려봅니다. 조직을 떠나서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이직을 계획중인지, 학업으로 돌아갈 것인지, 리프레시를 위한 휴식기를 거치는지 등을 확인하면서 조직을 떠나는 구성원의 새로운 길을 응원해드립니다.
덧붙여서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재입사를 하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도 체크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핵심인재의 경우 향후 재입사의 가능성을 염두하여 인재풀을 관리함과 동시에 회사에 대한 구성원의 마음을 재확인 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물론 오프보딩 과정을 잘 설계하고 진행한다고 해도 모든 퇴직 예정자들이 퇴직의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또,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신뢰할 만 한 진실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한 구성원의 주관적인 감정과 생각이 담긴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HR 담당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조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슈가 있다면 발견하여 솔루션을 제시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HR 담당자로서 퇴직하는 직원을 바라볼 때 안타까운 마음과 상실감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잘 준비한다면 이 과정이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각 조직에 맞는 오프보딩 과정을 설계하여 구성원과의 아름답게 헤어지는 HR이 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