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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27. 2020

회사원의 무례

 지금껏 살면서 내가 무례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부탁과 거절도 어려워해서 웬만하면 남에게 빚지는 일 없도록 조심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천성이 여유로워,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만큼 타인에게도 너그러운 편인 데다가, 사람들은 보통 나처럼 내향적이고 온순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난 내가 무례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원이 되자 나는 단번에 무례한 사람이 되었다. 일로 엮인 사람들에게 촉박한 기한으로 일을 넘겼다. 요청하는 자료를 차일피일 미루다 회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동료가 업무를 넘겨줄 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물론 다짜고짜 남에게 화를 낼 정도로 무례한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먼저 같은 방식으로 무례했기 때문에 그에 대응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변명하자면, 너무 바쁘다. 업무는 처리 순서 정하기가 힘들 정도로 매일 쌓이고, 상사에게 보고는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전화 응대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나 말고 모두 같은 상황일 거라 생각해보면 이러한 '무례의 도돌이표'가 이해는 된다.   


 그러니까 결국 사람만 몇 명 더 뽑으면 너도 나도 웃으며 일할 수 있을 텐데, 서로 전화를 끊고 찜찜한 감정 남기지 않고 일에 집중할 텐데, 결과물이 더 나아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가성비 효율성 갑 우리네 K-직장인들은 무례함을 참고 견디며 오늘도 성실히 출근한다. 그러니 난 직장에서 조금씩 예민하고 무례한 사람들이 있어도 적당히 마음 쓰고 말아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일 테니 말이다. 직장인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동질감과 동료애가 느껴진다. 일하느라 모두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말은 조금 날카로워도 마음으로는 다들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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