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폭설이 내렸다는데 이곳은 비 내리던 어제보다 오히려 날씨가 풀렸다. 비는 더 올 것 같지 않고 바람도 잦아들 모양이다. 아침에 아내가 창밖으로 눈이 소담스럽게 쌓인 모습을 찍어 보냈다. 주말이면 눈이 다 녹아버릴 것 같아 보낸다고 했다.
사우디에 살면서 눈과 숲이 늘 그리웠다. 사우디에도 겨울이 있어 봄이나 가을 날씨는 그곳에서도 느끼지만, 그래봐야 영상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거의 없으니 겨울 아침 집을 나설 때 코끝에 느껴지는 쨍한 겨울은 영 경험할 수 없었다. 사막 한복판에 있는 도시이다 보니 숲을 보는 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고.
3년 전 서울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것이 아주 돌아온 것일 줄은 몰랐다. 매듭짓지 못한 일이 너무 많기도 했고, 그렇게 패자로 그곳을 삶을 마무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우디 복귀가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굳어지고 이사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사할 집 창밖을 뒷동산이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늘 숲과 눈을 그리워했던 내게 주는 상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내는 내가 싫어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서울에 돌아와 첫눈을 맞았을 때 베란다에 나가 송창식의 <밤눈>을 틀어놓고 하염없이 눈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서울에 돌아오면 꼭 하고 싶었던 몇 가지 일 중 하나였거든. 그래서 이사 준비를 하면서 뒷동산 쪽 창문을 넓히고 통창으로 바꿨다. 다시 한번 <밤눈>을 틀어놓고 차 한잔 마시는 그날을 상상하면서.
애써 고쳐놓은 창문 밖으로 눈 내린 모습을 아내가 보내준 사진으로 대신하려니 좀 아깝기는 하다. 사실 그 모습을 못 보게 되는 게 현장 근무를 망설인 이유 중 하나였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인가싶겠지만. 사실이 그렇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