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독교 10.27 집회가 끝났다. 짐작했던 대로 200만 구호는 웃음거리가 되었고 언론조차 단신으로 다루고 말았다. 그래도 참석 여부를 놓고 찬반 격론이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토론다운 토론도 눈에 띄지 않은 걸 보니 이번 집회는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회를 반대한 논리 대부분에 공감하지만 그중 “본 교회에서 주일성수를 할 수 없어서 반대한다”는 논리는 영 동의가 되지 않았다. 십계명에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명령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것이 주일에 적용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반드시 일요일이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더구나 그것이 반드시 자기가 속해있는 교회이어야 한다는 논리는 더더욱 근거를 모르겠다.
주일에도 누군가 일해야 하고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그 의무가 면제되는 건 아니다. 나 역시 평생 주일을 거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필요할 땐 일요일 근무도 하고, 여행 중일 때는 근처 교회에 출석하거나 온라인 예배를 드리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건너뛰기도 했다. 나름 신앙인으로 살아왔는데 그것이 내게 걸림돌이 되었던 일이 없다.
물론 그것을 자기 신앙의 기준으로 삼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누구에게도 그것을 탓할 자격은 없다. 다만 주일성수를 주장하는 게 주일에 일하는 게 “나만 아니면, 우리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어 참지 못하고 기어이 한 마디를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