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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07. 2020

신대륙 발견을 있게 한 술, 스페인 셰리 와인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가져갈 와인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프랑스의 코냑 등 서유럽의 증류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라가 있다. 바로 이웃 나라 스페인이다. 스페인이 유럽 증류주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것은 바로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아랍권의 영향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랍권에서는 연금술이 크게 발달했는데, 그 연금술이 북아프리카를 통해 스페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고, 그 연금술로 인해 증류주가 발달, 이후 위스키, 코냑은 물론 보드카, 럼주에 우리나라 소주 제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스키와 코냑의 원조 스페인 증류주

스페인의 증류 기술이 영국으로 건너간 것은 책이 넘어 가서다. 1144 년년 영국 출신 아랍 연구가 '로버트 오브 체스타'가 스페인에 머물면서 '연금술의 구성'이라는 책을 번역했고, 이후 그 책을 들고 영국에 돌아갔는데,  이때가 영국의 위스키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또 잉글랜드의 로저 베이컨이란 인물은 증류주는 몸을 풀어주고 장수할 수 있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유럽의 증류주는 성직자 또는 연금술사가 만드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셰리와인의 종류. 화이트 와인에서 시작한 셰리와인은 오크통에 숙성함에 따라 이렇게 진한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스페인에는 독특한 와인이 하나 있다. 바로 서양의 와인과 이슬람의 연금술에서 유래한 증류주를 섞은 술, 셰리 와인이다. 셰리와인이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카디즈 지방의 주정강화 와인. 말 그대로 와인에 알코올을 강화하여 산패 방지 및 유통기한을 늘린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마데이라 와인과 더불어 3대 주정강화 와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주정강화 와인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섞인 문화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스페인이 처음부터 주정강화 와인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역사를 보면 기원전 1100년 경, 카르타고 등을 세웠던 페니키아 인이 포도를 재배 및 와인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로마에도 보내졌으나 운송 중에 산패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아예 끓여서 조청처럼 만들었다는 내용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와인에 물을 타서 마셨다는 것이 셰리 와인의 시초이기도 하다. 하지만 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아랍인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 이때부터 서서히 증류방식이 전파되었다고 보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의견이다. 


셰리와인의 본격 등장은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셰리와인이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한 것은 영국 덕분이다. 100년 전쟁으로 프랑스에서 와인 수입이 곤란해진 영국은 아랍인을 몰아낸 이베리아 반도의 헤레즈(Jerez) 지역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14세기 전반, 헤레즈 지역의 와인은 영국으로 본격적으로 수출되며, 성장세를 가져가게 된다. 그러면서 이 헤레즈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영국인의 발음으로 셰리 와인(Sherry wine)이 된 것이다. 참고로 셰리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다. 짙은 갈색이 있어 레드와인의 일종이라고 보기 쉽지만, 오랜 세월 오크통에 있다 보니 오크 나무의 색과 숙성으로 인해 색이 진해져 레드 와인처럼 보이는 것이다. 참고로 셰리 와인은 영어식 명칭으로 현지에서는 피노 데 헤레스, 즉, 헤레스 지방의 와인이라고 불린다. 


오크통을 3단으로 쌓아 진행하는 솔레라 방식. 각각의 오크통을 연결하여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게 한다. 가장 아래 셰리 와인이 색이 진하다. 사진 출처 www.sherry.org


전세계를 일주한 최초의 와인?

흥미로운 것은 이 셰리 와인이 전 세계 일주를 한 최초의 와인이라는 것이다. 약 60일간의 항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그리고 최초로 2~3년간의 항해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려준 마젤란 역시 이 셰리 와인을 가져갔다. 


당시 유럽에서의 와인은 빠질 수 없는 음식. 오랜 바닷길에 산패되지 않은 와인은 지원군 이상으로 든든했던 존재. 결국, 높은 도수로 잘 상하지 않는 와인이 있었기에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미지의 세계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셰리와인은 도수가 높다. 14세기 영국인 시인이었던 제프리 쵸져(Geoffrey Chaucer)는 '헤래스 지역의 와인은 보통 와인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셰익스피어는 셰리는 머리로 바로 올라온다, '몸을 뜨겁게 한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현재 세리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6도~22도 정도이다. 20도가 넘으면 균의 생식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즉, 상하지 않은 술이 되는 것이다. 


콜럼버스는 이탈리아인이었고, 마젤란은 포루투칼인이었지만, 결국 스페인이 이들을 지원해서 이끌어 냈다. 그리고 그 스페인의 자신감 속에는 바로 저장성이 좋은 셰리 와인이 있어서가 아녔을까? 


결국, 술 하나가 그들의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것. 유럽의 입장에서는 진출과 개척의 역사겠지만, 평화롭게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침략과 아픔의 역사가 술 하나로 시작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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