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Jun 12. 2020

[이슬람의 술 세계] 천국은 숙취가 없는 나라

이슬람의 술과 커피의 세계

'천국에는 특별한 술이 있다. 그것으로 그들은 숙취를 앓지도 취하지도 아니하며'.


천국에 대해 숙취가 없다고 표현한 내용. 어디서 나오는 이야기일까? 흥미롭게도 술을 금기시하는 이슬람의 쿠란(쿠란 56장 19절)에 적힌 내용이다. 바로 현세에서 못 마시는 술이 천국에는 넘쳐흐른다는 의미. 생각해보면 이슬람교의 발상지인 중동지역은 세상의 유명 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맥주를 비롯, 아라라트산에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었다는 성서의 노아 이야기. 그리고 8세기 증류 기술을 발견, 위스키, 보드카, 코냑, 진, 럼, 소주까지 발전시켜 준 것도 알고 보면 이슬람의 연금술이었다.  대단한 술 문화를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하다.


  이슬람의 애주가

술 관련 문학도 발달했다. 아부 마흐잔이라는 전사이자 시인은 술에 대한 집요한 애착을 나타내고 있다.

"내가 죽으면 포도밭 옆에 묻어주오. 죽은 뒤 술이 내 뼈에 사무치게끔. 나를 사막에 묻지 말아다오. 그러면 술맛을 못 볼 테니까"


또 11세기에는 이러한 글도 보인다. "술이 물에 닿으니 생기가 도는구나. 술은 물보다 부드럽고, 물은 술에 비해 거칠기만 하구나. 술에 빛을 섞으면 더 많은 빛줄기가 생기는구나. "


이슬람의 문화권에서 금주를 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 때문. 술로 인한 폐해가 생기다 보니 아예 금지를 해 버린 것이다. 다만 시기는 조금 애매해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11세기까지 술 관련 시가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금술에 의한 증류주가 발달했을 때에 금기했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 쿠란에 보면 술이 금지되기까지 몇 단계가 보인다. 처음에 술은 신이 준 은혜라고 시작한다(16장 69절). 다음에 취한 자는 예배 금지, 제일 중요한 부분은 술은 예배를 게으르게 하는 사탄의 일이라며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5장 92-93절). 이슬람에서도 예배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국가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아랍 여인들의 모습. 출처 Christian herald and signs of our times(1896)


술 대신 마신 음료 '커피'

그렇다면 이슬람에서는 술 대신에 뭐를 마셨을까? 바로 커피다. 커피는 정신을 차리게 하고 예배를 잘 드릴 수 있게 도와줬기 때문. 특히 지금의 커피 마시는 방법을 일반화시킨 것은 이슬람 신비주의라고 불리는 수피즘이었다.  수피즘은 다른 이슬람교 종파와는 다르게 전통적인 교리 학습이나 율법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법을 통해 신과 합일되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긴다. 수피즘의 유일한 목적은 신과 하나가 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춤과 노래로 구성된 독자적인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낮에 일하고 해가 지면 집회장에 모여 밤샘을 하며 예배를 드리곤 했다. 졸리지 않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커피의 각성 작용에 의지했다고 보는 것이다. 커피라는 이름의 유래도 카우하(Qahwa)라는 아라비아어로 '욕심을 깎는 것'이란 의미다. 원래는 와인을 뜻하는 용어로 쓰였지만, 커피가 수면을 없앤다라는 목적으로 마시면서 카후와라고 불리게 되었다. 알고 보면 커피의 어원도 술인 것이다.


도박과 정치에 이용된 커피

하지만 이슬람에서도 커피를 금지한 적도 있다. 이유는 커피를 마시고 밤새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카페 등에서 계속 대화를 하면서 반정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결과적으로 시위 등으로 이어 진적도 있다. 하지만 커피의 인기를 꺾지는 못한다. 이러한 문화는 유럽으로 이어져 결국 프랑스 대혁명 등 유럽의 혁명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논의하는 공공의 카페가 큰 역할을 했으며, 시민혁명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이슬람에서 경계를 한 것도 실은 어느 정도는 예견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성스러운 음료로써 소중하게 다뤄졌지만, 서서히 일반시민에게 넓혀지면서 커피는 마시는 카페 등이 중동지역의 중요 도시에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전쟁을 통해 유럽의 커피 문화는 전래된다.


특히 오스만 투르크와 베네치아, 오스트라이 전쟁 등을 통해 커피는 꾸준히 유럽에 전달이 되었으며, 예멘의 메카에서는 커피콩만을 팔았는데, 이후에 모카커피의 유래가 된다. 또 네덜란드인이 예멘에서 커피나무를 몰래 가져오며 자바섬, 실론섬 등에 심어가며 자바 커피, 실론티 등의 유래가 되기도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도 음주에 대해서는  조금씩 달라

음주의 허용에 있어서는 나라마다 조금 씩 다르다. 튀니지나 터키의 경우에는 같은 경우에는 야외 카페에서 마시기도 상당히 자유롭게 마시는 편이며, 이란도 의외로 마시는 나라인 편이다. 원칙적으로 금지이긴 하지만, 1979년까지 편하게 마시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금주로 제일 심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일반 국민은 당연하고, 외국인도 마시면 안 되고, 의술용으로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래 와인을 만드는데, 건포도에 물과 설탕, 그리고 효모를 넣고 만든다. 결국 어떻게 하든 간에 인간은 술을 마신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일 듯하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신을 만날 때 술을 사용했다는 것. 서유럽에서는 와인이 미사에 쓰였으며, 포도가 나지 않는 아일랜드에서는 맥주로 미사를 드리기도 했다. 결국, 커피던, 술이던 모두 그들의 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인간이 가진 역사의 다양함을 알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전 07화 와인잔의 역사와 종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