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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pr 03. 2021

그리스 신화로도 이어지는 와인 스토리

바이오다이나믹(생명역동농법)와인과 그 유래를 찾아

그리스 문학에서 시작한 별자리 보고 와인을 만드는 기술


고대 그리스 단어를 보면 지금도 영미의 언어학적 요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함께(Sym) 와인을 마신다는(pino)가 합쳐진 심포지엄(Symposium), 함께 연주한다는 Sympony, 함께 공감한다는 'Sympathy', 같이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특별한 것 하나라는 'Symbol'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고고, 물을 포도주로 만든 디오니소스의 모습도 등장한다. 기독교의 사상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고대 그리스 나타내는 두 명의 어마어마한 문호가 있다. 한 명은 호메로스(Homeros), 또 한 명의 인물은 헤시오도스(Hesiodos)이다. 호메로스의 대표작은 바로 일리아드(Illiad)와 오디세이(Odysseia). 일리아드는 실사영화로도 나오기도 한 트로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며,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오디세이가 전쟁이 끝난 후, 10년 간의 여정을 담은 내용이다. 다만 호메로스는 정말로 실존했냐라는 부분에 있어서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오디세이, 일리아드를 보면 이미 죽은 영웅이 또 전사하는 등, 한 사람이 썼다고 하기에는 모순점이 발견되기 때문. 짧은 시가 있었지만 이것을 가지고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를 후대에 문자화했다고 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역시 존재했다고 보는 경향이 높다.


현존 인물에 대한 다양한 의구심이 있는 호메로스에 비해 헤시오도스는 확실히 존재했던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대표작은 카오스에서 가이아, 타이탄, 제우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느냐는 신들의 계보(신통기)와 농경기술과 노동의 신성함을 서술한 '일과 날(Work and Days) '이 있다. 로마의 역사학자 키케로(Cicero)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부른 헤로도토스(Herodotos)는 이 둘이 그리스인들에게 신을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헤시오도스가 기록한 일과 날. 점성술에 따른 와인 제조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영웅적 성향의 호메로스, 인간적 성향의 헤시오도스

하지만, 이 둘의 다른 점이 있는데 하나는 호메로스가 귀족 및 영웅 중심의 화려한 나날을 기록한 스타일(이오니아 파)이라면, 헤시오도스는 인간 중심의 종교적, 교훈적, 실용적인 면(보이 오티 아파)이 두드러 진다. '일과 날'에서는 그 유명한 판도라의 항아리(판도라의 상자는 우신예찬의 에라스뮈스의 오역)가 나오며, 여기서 판도라는 여성의 시초가 된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그림 《판도라》(Pandora, 1896년 작품) 출처
노동의 가치를 소개한 헤시오도스의 작품 '일과 날'

'일과 날'이 가장 특별한 이유는 바로 노동의 가치를 잘 설명한다. 인간이 모든 것이며, 일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고 전한다.  노동은 결고 창피한 것이 아니고, 일하지 않는 것이 창피라고 했으며, 재화 역시 무리하게 취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농업력과 포도, 그리고 와인에 대한 스토리가 나온다는 것. 바로 별자리를 보고 와인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2월 아쿠투로스(Arcturus- 목동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가 저녁에 뜨는 날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해야 하며, 시리우스(Sirius)와 오리온이 중천에 오르고 장미 손가락을 지난 오로라가 아쿠투로스를 볼 수 있을 때, 포도를 수확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포도 수확 후에는 열흘 밤낮 햇볕에 내어 놓고, 닷새 동안 그들에 두어야 하며, 여섯 번째 날에 기쁨이 가득한 디오니소스(와인의 신)의 선물을 길어서 단지에 넣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별자리를 통한 농법은 이후 3000년 간 가까이 지속된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날씨를 알아야 했으며, 그것을 통해 하늘의 기운을 느끼고자 했다.



그리스 기록에서 보는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

과학이 발달된 지금은 이러한 별자리를 통한 농법이 아직도 있겠냐고 하지만, 여전히 많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야는 와인에 적용이 많이 되고 있다. 바로 바이오다이나믹 와인(biodynamic wine)이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1920년 독일계 인지과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에 의해 제창된 유기농 자연 농법의 일종으로 순환형 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유기농법은 생산물이 유기적이기만 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 바이오 다이나믹은 생산 시스템 자체가 생명체인 것으로 인식된다. 즉, 단순히 열매만 유기적인 것이 모든 주변의 환경조차 자연주의를 따른다.


농업력이라는 달력에 맞춰 만드는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농업력이라는 달력에 맞춰 진행을 한다. 달의 인력이 강한 만월의 때는 수확은 하지만 와인 병입은 하지 않는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별의 움직임을 보고 준비를 하기에 그것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시기는 천체의 구성에 맞춰 4개의 날로 구성된다.


뿌리의 날 : 땅의 속성을 가진 염소자리, 황소자리, 처녀자리의 별

꽃의 날 : 공기의 속성인 쌍둥이자리, 천칭자리, 물병자리의 별

잎의 날 : 물의 속성을 가진 게자리, 물고기자리, 전갈자리의 별

과실의 날 : 불의 속성을 가진 양자리, 사수자리, 사자자리의 별


과실의 날에는 농사를 시작하며, 뿌리의 날에 가지치기를, 꽃의 날에는 쉬고, 잎의 날에는 밭에 물을 주는 식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달력은 와인을 마시는 날에도 적용되어, 기본적으로 뿌리, 잎의 날에는 와인을 마시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뿌리의 날은 잘 못하면 와인 맛에서 흙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며, 잎의 날은 물이 와인 맛을 흐리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winefolly에 나와 있는 농업력. 뿌리, 잎, 꽃, 과실의 날 기록이 되어 있다. 출처 winefolly.com
그리스 4원소설에서 온 농업력

이러한 뿌리, 꽃, 잎, 과실로 나눈 원리는 그리스 철학의 4원소설에서 왔다. 엠페도클레스가 제창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집대성한 4원소설은 세상의 모든 물질이 흙, 공기, 물, 불로 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세상의 모든 만물을 넣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은 토양과 식물, 동물의 상호작용에 우주의 힘까지 불러 농작물 생육에 이용한 것. 헤시오도스의 '일과 날'에 있는 내용이 여기서 이렇게 적용된 것이다.


여기에 수동, 수제의 우월성을 나타내며, 인간들의 손맛을 중요하게 본다. 동물 역시 인간보다 현명해서 동물과 공생이 주요 화두다. 결론을 내리자면, 달과 별의 위치, 점성술적인 관측에 기반을 두고 농지라는 공간을 하나의 유기체로 봤으며,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 아닌 하나의 구성 요소로 봤다는 것이다.


유기농 농법과의 차이

유기농 농법과의 큰 차이는 바이도다이나믹 농법은 프레파라숀(preparation)이라고 불리는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농약 및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토양, 식물, 동물의 상호관계의 조화를 중시, 영양도 순환하는 것이 이상이라는 관점에서 소의 뿔과 분료를 사용하여 손수 만들거나, 포도의 병충해에도 허브를 추출한 액을 뿌리거나 하는 대응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시책을 진행함으로써, 농작물 및 밭의 생명력을 더욱 높이려는 생각에 근거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부르고뉴 로마네 콩티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2013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700개의 양조장의 10,000 헥타르 포도밭이 바이오다이나믹으로 인증되어 있으며 이러한 숫자는 증가 추세에 있다. 모두 더욱 고급 와인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곳은 바로 프랑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3년 3개월에 거친 조사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충주에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사과 와인을 빚는 신이현 씨과 도미니크 씨.


현재 한국에서는 프랑스인 도미니크와 신이현 씨가 이 방식으로 충주에서 사과 발효주(시드르)를 만들고 있다. 소의 뿔과 분료로 거름을 주고 있으며, 주로 과실의 날에 수확과 술 빚기를 진행한다고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유스티티아)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헤이오도스가 이야기한 정의의 신 디케의 탄생 배경

참고로 헤시오도스는 그가 쓴 신통기(신들의 계보)에서 정의의 신 디케의 탄생 배경을 이야기한다.

바로 최고 권력을 가진 제우스와 율법의 신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권력은 율법을 아내로 하여 당시로는 권력 속에 들어가게 하여, 그리고 정의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결국 정의는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 정의는 권력 아래에 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 정의의 여신 디케는 로마 신화에서는 유스티티아(Justitia)로 바뀌었으며, 유스티티아가 바로 Justice(정의)의 어원이 된다.


결국 정의는 권력 속에 들어간 율법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 약 3000년 전의 헤시오도스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PS: 농업에 점성술을 활용한 기록은 고대 메소포타미아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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