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신이 하나 있다. 바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다. 올림푸스 12 신 중 막내이기도 했으며. 광기의 신, 감정의 신 등 예측 불가능한 모든 것을 상징하기도 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구자인 철학자 니체는 디오니소스를 도취적, 격정적 예술을 상징하는 신으로, 대조적인 신으로는 이성적 신인 아폴론을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을 나눌 때 디오니소스 파는 예술 및 음악가로, 아폴론 파는 의사, 정치가 등으로 직업을 나누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디오니소스는 늘 감정에만 충만했을까 숨겨진 다른 일화는 없었던 것일까?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이다.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은 제우스의 소유격인 디오스 (Διός)가 들어가는데, 의역하면 '제우스 주니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제우스와 세멜레는 내연관계였다는 것이다. 제우스에는 본처인 헤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우스의 바람기로 세멜레와 사랑을 한 것이다. 질투의 여신인 헤라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세멜레를 없애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기는 싫었다. 그녀 역시 여신이라는 이름답게 괜히 우아한 모습은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라바조가 그린 바쿠스(디오니소스). 명암의 차이를 확실히 두는 방법을 사용했다.
고민을 한 끝에 헤라는 가장 철저하게 비극적인 복수를 계획한다. 바로 제우스의 손에 세멜레를 태워 죽이는 것이었다. 제우스는 원래 번개를 가지고 다녔지만, 인간 앞에서는 숨겼왔다. 그 모습을 세멜레에게 보인다면 번개로 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남편인 제우스는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 참으로 야비한 방식이었다.
섬광을 그대로 지닌 제우스(배우 니암 리슨)와 옷을 입고 섬광을 숨긴 제우스. 출처 영화 타이탄
결국 헤라는 세멜레의 옛 유모인 '베로에'로 변신해 나타난다. 그리고 '세멜레님이 만나는 제우스는 진짜 제우스 일까?'라고 의심 섞인 말을 던진다.. 순진한 세멜레는 처음에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점차 제우스의 존재에 의심을 하며, 확인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결국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그 어떤 내용이라도 자기 부탁을 들어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그 증표로 제우스마저 거부할 수 없는 맹세의 강 '스틱스(styx) 강물;에 대고 약속까지 하게 한다. 비극적인 결말은 어떻게 하던 나오게 되는 수순이었다. 결국 제우스는 섬광이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버리고, 세멜레는 결국 불타버리게 된다.
「Gaetano Gandolfi 」 제우스에 의해 죽는 세멜레. 방안은 섬광으로 둘러싸여 불타기 직전의 세멜레. 왼쪽에 유모로 둔갑한 헤라가 웃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세멜레의 뱃속에는 제우스의 아이가 있었다. 제우스는 이 아이를 헤레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제우스가 허벅지에 넣고 키우고, 결국은 태어나게 된다. 이 아이가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는 양성애자로 많이 묘사되는데, 이는 헤라에게 들키기 않기 위해 아들이 아닌 딸로 키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헤라의 감시망에 걸리게 되어 자신을 키우던 인물이 모두가 죽게 되고, 자신 역시 소아시아를 도망치듯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이때 자신이 익혔던 포도 재배 방법을 전파하고, 와인 제조 방법을 알렸으며 자신의 신성을 알리기 위해 포교활동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포교활동을 인정받아 올림푸스 12 신에 들어가게 된다.
디오니소스는 로마시대에는 바쿠스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중세 암흑기에는 그리스도만 바라보는 세계관인 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나, 르네상스 이후 다시 등장하게 된다. 바로 미술에서는 바카날리아, 음악에는 바카날르라고 나타나는 부분이다. 모두 바쿠스의 제사라는 뜻을 의미하는데, 바그너의 '탄호이저' 제1막, 천국과 지옥의 장면과 루벤스, 티치아노, 니콜라 푸생 등 많은 미술가가 이 주제를 취급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우리나라에는 박카스라는 자양강장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BTS로 디오니소스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흥미로운 것은 디오니소스는 위험에 처한 헤라를 구해줬다는 것이다. 헤라가 그녀의 버린 자식인 페파이토스가 만든 함정에 빠져있을 때, 디오니소스가 그를 술을 취하게 하여 올림푸스로 유인, 그 사이에 헤라가 함정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일로 헤라는 디오니소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둘의 오랜 악연은 사라지게 된다.
디오니소스는 어머니인 세멜레도 구하게 된다. 지하세계에 들어가 어둠의 신 하데스를 통해 구해온 것이다. 그리고 또 같은 죽임을 안 당하게 끔 그녀는 신으로 승격시킨다. 결국 그녀는 올림푸스에서 거주하면서 티오네라고 불리는 여신으로 살아나게 된다.
결국, 디오니소스는 단순한 광기와 술의 신이 아닌 포도재배로 이어지는 농업, 그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미술과 음악의 신, 그리고 화해의 신, 그리고 효도의 신이기도 했다.
결국 술의 신이란 단순히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이러한 것을 아울러야 신이 될 수 있다는 의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해하고 용서, 그리고 사랑이 모두 가진 마음이 필요하다는 의미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