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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으세요

<밝은밤>, <잠옷을 입으렴>

by 이키 IKE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을 책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속상할 때, 누군가의 위로를 직접 말로 듣는 것도 좋지만 글자를 통해 전달받아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바로 그럴 때 온전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소설이지만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가 따뜻해서 잠들기 전 협탁에 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좋다.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고단했던 하루를 보내고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을 때,

따스함이 느껴지는 문체를 읽고 싶을 때




누구에게나 고단한 하루는 존재한다


<밝은밤> 최은영, 문학동네


문장에서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한 책이다. 작가님의 따스한 문체가 스며든다. 장편소설이지만 그 글자 한 문장 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와있을 만큼 금세 읽힌다. 가을밤에 포근한 이불을 덮고 소소한 힐링이 필요할 때 꺼내보기 좋은 책이다.



책에서 발췌한 문장의 일부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삶이 천장까지 쌓인 어렵고 재미없는 문제집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오답 노트를 만들고, 시험을 치고, 점수를 받고, 다음 단계로 가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느껴진 것은,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P. 156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부터 자신이 어디를 가든 그림자처럼 쫓아오던 희자의 모습을 할머니는 기억했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작은 기억 하나라도 잊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린 희자의 모습을 기억했다. 가느다란 정강이가 드러나는 몽당치마를 입고서 골목에서 줄넘기를 하던 모습도. 심한 근시여서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눈을 가늘게 뜨던 얼굴도. 언니, 밥 굶지 마라, 다시 보자, 다시 보자, 말하며 버스 터미널에서 작별하던 모습도. 할머니는 희자의 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서 오래도록 희자를 껴안고 있었다. 바닷바람에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올 때까지, 장갑을 낀 손이 바람에 얼어붙어 통증을 느낄 때까지.

P. 302



한 사람의 삶을 한계 없이 담을 수 있는 레코드를 만들면 어떨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릴 때의 옹알이 소리, 유치의 감촉, 처음 느낀 분노,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과 꿈과 악몽, 사랑, 나이 듦과 죽기 직전의 순간까지 모든 것을 담은 레코드가 있다면 어떨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순간을 오감을 다 동원해 기록할 수 있고 무수한 생각과 감정을 다 담을 수 있는 레코드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삶의 크기와 같을까.

p. 336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 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

P. 337




<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위즈덤 하우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주인공인 둘녕과 수안을 응원하게 되면서 마음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어딘가 쓸쓸한 감정이 남도록 만드는 책이다. 책의 제목 '잠옷을 입으렴'은 수안에게 건네는 둘녕의 안부다. 전개 중간중간 둘녕이 재봉틀로 잠옷을 짓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마무리가 되어갈 즘 둘녕은 수안이 있는 곳으로 잠옷과 꽃을 보내며 태워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이는 수안을 떠나보내는 둘녕만의 방법이다. 쉽게 떠나보낸 물체와 달리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여운을 간직한 채 둘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더 먹먹함이 남는 듯하다. 그럼에도 작가님이 가진 따뜻한 문체와, 지금 이맘때와 어울리는 소설책이라고 생각해서 잠들기 전 밤에 읽을 책으로 추천한다.



책에서 발췌한 문장의 일부


더 행복한 건 어쩐지 불안하고, 남의 행복에서 덜어온 듯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의 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느꼈던 날들이 있었다. 누구 하나가 많이 행복하면 다른 하나가 그만큼 불행할지도 모른다고, 타인의 행복이 커진다고 해서 내 행복이 줄어들진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기까지는 세월이 많이 걸렸다.

p. 55



"이 연두사과가 나오니까, 풋과일이라고 시고 떫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청춘이 생각나서 좋아. 풋풋하고 덜 익었고 잘 못 먹으면 배앓이하고, 하지만 바로 그게 청춘 아니겠어? 여러분도 연둣빛을 닮았다고 생각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으니까. 우리 같이 열심히 하자. 도와줄 거지?"

p. 186



"세상엔 나침반 같은 사람과 풍향계 같은 사람이 있어. 나침반 같은 사람은 길을 잃어도 자기가 찾아가야 할 곳을 알게 되지. 어디에 갖다 놓아도 바늘은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니까. 목표가 분명한 거야, 반면 풍향계 같은 사람은 바람이 불 때마다 목표를 놓쳐. 그 사람이 기준 삼았던 풀향계는 늘 변하니까. 난 여러분 인생에도 나침반이 하나쯤 있었으면 해."

p. 217



"모름지기 사람은 세 종류가 있다. 꼭 필요한 사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반드시 없어야 할 사람. 그러니 너희들도 항상 학급에 필요한 구성원이 되도록 해라."


"사실 말야. 따지고 들면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아? 나한테 중요하면 그 사람이 잘났든 못났든 꼭 있어야 하는 거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있으나 없으나 알 게 뭐야."


"그런 말 신경 쓰지 마"

p. 382


"하지만 어른도 괜찮아. 살아보니 어른도 좋아."

p. 472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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