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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거리예술

몽마르트의 진짜 예술가들을 찾아서

by EASYSAILING


파리에서 친구를 만들고자 백만년 만에 카우치서핑(https://www.couchsurfing.com/)에 접속했다. 몽마르트에 십년 가까이 산 MC라는 친구가 워킹투어를 제안했다. 나 말고 다른 미국 친구까지 투어 멤버는 셋이다.
여행으로 몇번 가봤지만 아무래도 현지인이랑 가면 새로운 면모를 볼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서 참가했는데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내가 알던 몽마르트와 전혀 다른 몽마르트를 보고 왔다.


블랑쉬(Blanche)역 밖으로 나오자 언제 봐도 조잡하게 생긴 물랑루즈가 보인다. 아멜리에 까페(Cafe des 2 moulins)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다 오른편의 한 골목 입구에 다다랐다. 여기부터 '몽마르트의 아티스트'들을 만나러 갈 거라는 MC.

머리에 떠오르는 거라곤 관광객 상대로 초상화나 그려주는 닝겐들 무리였던 나는
"근데 그 사람들 진짜 예술가야 아님 (초상화 그려주는) 상인들이야?" 하고 물었다.
몽마르트의 '아트'는 관광객이 모이는 광장이 아니라 이런 골목 골목에 숨어 있다는 점을 오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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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의 하트 먹은 A는 몽마르트 정신의 심볼이라고 한다. 이걸 A2라고도 하는데, 두개의 A, Anarchiste(무정부주의자)와 Amour(사랑)를 뜻한다고 한다. 그냥 동네 낙서가 아니라 모두 레퍼런스 있는 스트릿아트 작품들이었다.

A2와 함께 자주 보이는 것이 루이즈 미셸(Louise Michel)이라는 이름이다. 위 사진은 아티스트Miss.Tic의 작품. 파리코뮌 당시의 여성 레지스탕스이고 몽마르트의 정신적 지주라는 것 밖에는 (이노무 짧은 프랑스어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루이즈 미셸과 몽마르트(프랑스어) 에서 읽을수 있다.


주로 인쇄된 종이를 붙이는 방법을 가장 많이 쓰는듯 했다. 벽에 붙은 우산을 그린 종이는 비와 햇볕에 훼손돼 오그라드니 정말 망가진 우산 같았다. 아티스트가 진작에 의도한 바였을까? 가리고 있던 화분을 치우니 뒤로 고양이 사진이 숨어있거나(실제 고양이 아님) 뉘 집인지 여염집 창문을 프레임 삼아 그 안에 그린 그림도 있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음 이들이 작품이란 걸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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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재미있는 작품들이 '젖'들인데 여성의 가슴 형태를 몰드로 찍어 만든듯 하다. 몽마르트의, 정말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이 구석에도 젖, 저 구석에도 젖..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에 숨은그림처럼 젖들이 숨어 있다. 누가 작품을 떼어갈까봐 일부러 약하게 만들어 붙인 탓에 손상된 것들이 많았다. 누군가 젖을 떼어 가려 했던 시도가 흔적으로 남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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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엔 사랑스러운 언덕길도 많고 계단으로 끝나는 골목길도 많다. 구석구석 작품을 찾아 헤매는 것이 재미있다. 눈여겨 봤던 작가의 비슷한 작품이 다시 나타나면 정말 반가운데 '얼굴'도 자주 보이는 작품 중 하나. 어떤 애는 속눈썹까지 붙였다.

옛날엔 이 작품들을 다 지나쳐 버리고 여기 올라왔다니 몽마르트를 제대로 본 게 아니었구나. 보나마나 길 잃을까봐 큰 길만 따라서 올라왔겠지.(길치에게 여행이란..)
셋이 구석구석을 살피며 헤매다 보니 (내가 아는) 그림상인들과 관광객이 가득인 광장이 나온다. MC는 손을 내저으며 "저런덴 피해 가자" 라고 한다. 난 여태 저기가 몽마르트 예술가들이 있는 덴줄 알았어효..


세 명이서 몽마르트 투어로 시작했지만 오늘은 파리 카우치서핑 정모가 있는 날이란다. 먼저 와 있는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 합류해 언덕에서 피크닉을 시작했다. 그러나 진심 왜 여기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경사가 꽤 높아서 엉덩이가 자꾸 밑으로 쏠린다. 비 인체공학적인 잔디 피크닉은 나 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에게도 고충인지 다들 다리 힘으로 엉덩이를 은근히 밀어올리며 앉아있는듯 했다. 아예 반쯤 드러누운 친구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 전 세계 악센트의 영어로 어색한 대화를 이어나가다 위에 올라가 성당 구경을 하기도 하고 다시 경사 잔디에 앉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 나 뿐 아니라 그냥 '파리에서 지내보고 싶어' 온 백수들이 많았다.

Ça vaut la peine. 그만한 가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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