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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SAILING Sep 23. 2024

밴쿠버 앞바다 일상

멋진 건 아니었어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나 평생 아메리카 대륙에는 발을 디뎌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미국 문화와 경제의 영향을 온몸으로 맞은 탓에 왠지 익숙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서 공부하고 사는 친구들이 많지만, 나는 '잘 아는 선진국'에 굳이 가보고픈 호기심이 든 적도 없었고 딱히 갈 계기도 없었다. 그곳에서 장거리 항해를 곧 시작한다는 남자친구가 다시는 못 돌아올 것 같은 바이브를 풍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 남자친구를 만난 지 겨우 몇 달 되지 않았었지만 같이 짧은 세일링을 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남자친구는 5년간 준비해 왔다는 아메리카 대장정에 대해 눈을 빛내며 설명했지만, 솔직히 항해 실력이 감당할 수 있을 여정인지 의문이었다. 함께 갈 크루를 못 구했지만 혼자라도 출항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내가 돕지 않으면 영원히 다시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남자친구인 선주의 모험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던 때는 내가 이탈리아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바로 며칠 전이었다. 도착해서는 곧 두 번의 여름 크루즈가 계획되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세일링 요트 크루즈를 순전히 여름휴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바캉스파와 휴가 중에도 세일링 자체를 즐기고 실력을 향상하고픈 세일링파로 나뉜다. 나는 매년 같은 그룹의 친구들과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크루즈를 했는데, 바캉스 활동과 세일링이 적절히 섞인 크루즈를 해 왔다.


그런데 올해엔 변동 사항이 좀 있었다. 좀 더 느긋한 휴가를 원하는 바캉스파와 세일을 더 적극적으로 쓰길 원하는 세일링파로 그룹이 쪼개졌고, 바캉스와 세일링 둘 다 좋은 나는 두 크루즈 다 참여하기로 한 것이었다. 오랜 시간 스키퍼를 맡았던 친구가 바캉스파였기 때문에, 세일링파 크루즈의 스키퍼는 자연스레 내가 맡게 되었다. 실은 세일링파가 나까지 고작 둘 뿐이라 인터넷에서 크루들을 더 모집했다. 시칠리아 에올리에 열도에서 바캉스파 크루즈가 끝나고 몇 주 뒤 시작한 세일링파 크루즈에서 나는 화려한 스키퍼 데뷔를 했다. 그 첫 테이프부터 화려하게 끊었다.


기차역에 마중 나가 데려온 초면의 크루들과 배에 들어서니 깨진 유리조각과 흥건한 레드와인으로 난장판이 된 살룬 바닥이 우리를 맞이했다. 서둘러 나가느라 테이블에 와인병을 세워놓은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배에 오자마자 유리조각을 치우고 빌지까지 흘러들어 간, 하필이면 레드와인을 닦아내는 일부터 하게 된 크루들에게 스키퍼로서의 권위가 설 리가 없었다. 그들의 진짜 의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열성적인 세일러가 아니라 그냥 공짜로 바캉스 하러 온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어설픈 스키퍼에 대항해 마치 배를 볼모 잡은 해적처럼 행동하는 크루들을 싣고 쉴 새 없이 으르렁거리는 강풍 속을 항해하는 배에 더 이상 바캉스적 요소는 남아있지 않았다. 


녹초가 되어 육지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캐나다 밴쿠버 땅을 밟았다. 한마디로 그냥 겨울잠이나 한 달 내리 잤으면 좋을만한 상태였다.



밴쿠버의 첫인상


코로나 직후의 항공대란과 짐 분실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가방도 핸드캐리 하나로 줄였다. 수영복 세 벌과 요트복 상하의, 잠옷과 간단한 세면도구. 지중해였다면 여기에 물놀이 장비와 침낭 정도를 더해 크루즈를 시작해도 별 무리가 없었을 짐이긴 하다.


올해 남유럽 여름 더위는 정말 살인적이었다. 그래서 8월 첫날 저녁 밴쿠버 공항에서 막 나왔을 때의 선선함이 놀라웠다. 선주는 밴쿠버 다운타운 앞바다에 배를 닻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출항할 때까지 고무보트 타고 다니며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요트를 준비시키기에 편리한 위치였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고 보니, 주변 환경이 내 머릿속 바다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 안의 바다라 깨끗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바다에 들어가 씻고 물탱크의 단물로 헹구는 정도는 가능할 줄 알았다. 바다에 나가 있을 때는 보통 그런 방식으로 물탱크 물을 아끼곤 했다. 그런데 이곳의 바다는 '갈색'이었다. 처음엔 


"보기에만 이렇고 실제로는 그 정도로 더럽지 않진 않을까?" 생각했다.


바닷물로 목욕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현지 친구들은 한바탕 웃고 나서는 이 바닷물은 박테리아 천국이라고 경고했다. 귀나 눈, 입에 물이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충격적인 말도 했다. 어차피 날이 추워 바닷물 목욕은 못할 상황이었지만 나와 배를 둘러싸고 있는 물이 '더럽다'는 느낌은 참 생소했다. 지중해에서는 '놀이터' 같은 바다에 좀 더 가까이 지내기 위해 배를 탄다면, 이곳의 바다는 더럽고 위험하고 닿으면 안 될, 경계의 대상 같은 느낌이었다.



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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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탈 호라이즌스Horizons 호는 선주가 수년 전 중고로 구매한 타야나Tayana 37피트인데, 오프쇼어 요트로 꽤 인기가 많은 모델이다. 1980년 대만에서 만든 로버트 페리Robert Perry 디자인으로, 겉보기엔 클래식한 옛 목선 같이 생겼지만 사실은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배다. 1980년이면 이미 현대적인 요트들이 대세였을텐데, 전통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북미 사람들 취향을 저격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600척 정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호라이즌스 호는 풀킬, 양끝이 뾰족한 선체, 붐에 달린 스테이세일 같이 옛날 배에서나 볼 법한 특징이 있다. 특히 뱃머리에 닻을 두 개 장착하고 있는 점이 신기했다. 주변 배들도 대부분 뱃머리 닻을 두 개씩 달고 있었는데, 닻이 잘 안 잡혀서 두 개 필요한 것인가 싶어 긴장이 되었다. 알고 보니, 백업용 닻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여기서는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이 지역 세일러들이 얼마나 조심 또 조심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방가르드한 요트에 대한 선망이 있는 유럽에 비해 북미 사람들은 클래식한 요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심미적인 취향이 아니라 옛날 배 선형의 내항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여기 있는 배들은 태평양에 나가야 하니까. 나는 무거운 풀킬 요트를 조타해 본 경험이 없는 데에다, 세일 조절용 데크 피팅이 구식인 점도 걱정스러웠다.



오프쇼어 vs 하버호핑


선주는 오래전부터 이 여정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나야 한 달 동안 내려갈 수 있는 만큼만 내려간 뒤 비행기 타고 돌아갈 예정이지만, 선주는 밴쿠버에서 바하 캘리포니아 반도의 남쪽 끝까지, 약 2500해리를 항해해야 할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사이에는 미국 서부 해안이 있다. 북쪽에는 주로 작은 마을들이 있는데, 아메리카 원주민 마을도 있다.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 같은 대도시도 만나게 된다.


이 루트로 항해하는 세일러들은 오프쇼어offshore와 하버호핑harbor-hopping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오프소어 루트는 육지에서 100해리 정도 먼바다로 나간 다음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최소한의 기항을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멕시코까지 가는 방식이다. 하버호핑 루트는 해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항해하며 가능할 때마다 항구나 만에 정박하고, 야간 항해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지역 세일러들은 오프쇼어 항해가 하버호핑보다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연안 항해와 오프쇼어 항해의 구분이 명확하다. 연안 항해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고 나서야 먼바다로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초보 세일러가 바로 오프쇼어로 쏜다는 사실을 들으면 다들 놀랄 것이다. 내 추측에 북미 태평양 지역의 독특한 해양 환경이 이런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북미 태평양에서 배가 정박할 만한 항구는 토사와 모래, 자갈을 싣고 흐르는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형성된 경우가 많은데 그 지점에 바bar가 형성될 수 있다. 강의 흐름, 조수차로 인한 조류, 태평양을 건너오는 바람과 파도, 그리고 강의 퇴적물이 쌓여 수심이 갑자기 낮아지는 해저 지형이 한데 어우러져 생기는 문턱 같은 것인데, 이 근처에서 물의 움직임이 난폭해진다. 이 지역은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며 항구 입구에 가로놓이는 바를 건너야만 입항할 수 있다.


표면이 잔잔해 보여도 바가 만드는 물의 흐름과 예측 불가능한 얕은 수심이 항구를 드나드는 배에게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항구의 경우, 현지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입항을 추천하지 않는다. 듣기만 해도 으스스한 이야기이다. 밴쿠버에서 하버호핑으로 내려가는 루트에는 소위 '어려운' 항구들이 몇 있다. 그리고 어떤 구간은 너무 멀어 도저히 하루 안에 갈 수 없고, 야간 항해를 피하기 위해 닻을 내릴 만한 곳조차 없다.




밴쿠버 한가운데 배 위의 생활


태평양에 나가 맞이할 미지의 환경은 아직 잠재적 두려움일 뿐이고, 당장 코앞의 문제는 여기 밴쿠버 시내 중심가에 닻 내리고 있는 호라이즌스 호 위의 생활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바닷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선주가 여기 오기 전 물탱크를 채워 놓았지만 섣불리 쓸 수는 없다. 물탱크가 하나밖에 없는 데에다 게이지가 없어 얼마나 남았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닻을 올려 근처 주유소에서 물을 채우고 돌아오는 옵션도 만만치 않다. 밴쿠버 중심가 앞바다인만큼 좋은 자리는 이미 가득 차 있어, 다시 돌아오면 닻 내릴 곳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고무보트를 타고 나가 근처 시립 스포츠센터의 샤워실을 이용했지만, 점점 샤워 빈도가 줄고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이웃 배들 주민들과 행색이 비슷해지게 되었다.


근처에 닻 내린 배들 상당수가 전혀 항해를 하지 않는 듯, 선체가 더럽고 데크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었다. 항해가 아니라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듯했다. 한 번은 고무보트를 타고 육지로 가던 중 선외기가 고장 나 떠내려가기 시작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니?" 라며 친절한 낯선 이가 노를 저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내가 엔진을 잘 몰라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시동줄을 여러 번 당기며 선외기를 켜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말을 하는 걸 보니 치아가 이상했다. 자기가 사는 배라며 가리키는 곳엔 돛대가 뽑혀 배 위에 가로로 얹혀 있는 작은 세일링 요트가 보였다. 친절한 홈리스였던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집이 없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나 앉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배 구매를 도와준다고 했다. 나는 캐나다의 진보적인 사회 복지 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선주는 그 말을 전부 믿지는 말라고 했다. 홈리스 중 상당수가 마약 중독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에서 생활하고 종종 뭍에 나가 공공시설도 이용해서 그런지 이 동네 홈리스들은 비교적 멀끔하고 안정돼 보였다.


한 번은 혼자 배에 남아 있는데 바람 소리가 컸다. 특별한 이유 없이 콕핏에 올라갔는데, 세상에! 웬 배가 우리 뱃머리 코앞에 있었다. 바람에 밀려 닻을 끌며 풍하로 떠내려가고 있는 배였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소리를 지르니 창백한 금발에 허름한 행색의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게 뭔 일이야? 우린 여기 되게 오래전부터 닻 내리고 있는 건데."


먼저 닻 내린 자기 배에 내가 너무 가까이 닻을 내린 게 문제라고 믿는 것 같았다. 떠내려가고 있는 배에서 그토록 무심할 수 있다는 데에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당신 닻이 밀리고 있으니 일단 닻부터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그 여자는,


“남자 친구가 지금 없는데 어쩌라고?”라며 오히려 성을 낼 뿐이었다.


아.. 여자가 입을 여니 치아가 또 이상했다. 나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우리 배에 부딪히지 않고 밀려가도록 힘껏 밀어냈다. 배는 간신히 우리 배를 비껴간 뒤 계속해서 밀려갔다.

주변 배들에게 소리쳐 경고해 달라고 했으나, 여자는 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결국 그 배는 계속 밀려 내려가다 뒤에 있던 다른 배와 닻 체인이 엉키고 말았다. 떠내려오는 폭탄이 따로 없었다. 배 주인이 뱃사람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주변에 빽빽하게 닻 내린 배들을 바라보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렇게 가까이 배가 많은데 기본적인 씨맨십seamanship, 뱃사람 소양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뒷목 서늘한 일이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선주가 마리나에 일 년을 방치했었다는 요트를 준비시키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요트를 청소하고, 유통기한 지난 식료품을 버리고, 항해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치우며 요트를 비우는 작업은 끝이 없었다. 마룻바닥판도 다 들어내고 실내 수납장도 빠짐없이 열어 보았다. 안에는 백업 부품과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선주가 나중에 찾기 쉽도록 각 수납장들의 물품 리스트를 작성해 놓아 다행이었다. 이 리스트가 없었으면 아마 일을 끝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요트 점검도 했다. 약간 녹이 슬어 있었으나 전반적인 리깅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풀킬 요트를 처음 타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킬 볼트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찾아 헤매기도 했다. 킬과 선체를 결합하는 볼트인데, 평소 타는 유형의 요트였다면 안전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라이프라인life line은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데크 둘레에 치는 난간 같은 것인데, 스테인리스 와이어로 되어 있다. 호라이즌스 호는 배꼬리 쪽 라이프라인 하나가 끊어져 있었다. 하나가 손상되면 나머지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신호라 전체 교체가 맞지만, 여름휴가 시즌 사람을 구하는 일도 간단치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미 밴쿠버에서 일주일이 훌쩍 지나고 있어 하루빨리 출항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의 매듭 지식을 총동원해, 폴리에스터 라인으로 라이프라인을 대체했다.


요트용품점에 갔는데 가격대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요트용품점도 싸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캐나다는 가격표마다 눈을 의심하게 했다. 폴리에스터 재질의 벨트 잭라인jack line은 뱃머리와 배꼬리 사이 데크에 고정해서 뱃머리에 나가는 사람의 안전줄 역할을 하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었다. 미국에 입국한 뒤 올려야 한다는 작은 성조기도 가격표가 뒷목을 잡게 했다. 이 깃발은 요트가 다른 나라에 갈 때 그 나라 규정을 준수한다는 의미로, 혹은 크루 중 그 나라 사람이 있을 때 올리는 에티켓 정도의 의미인데, 유독 미국에서는 필수라고 한다. 미국 사람들은 '깃발 민족'이라 성조기 없는 배는 미운털이 박힌다는 괴담도 있다.


둘 다 저 가격을 주고 사기는 왠지 억울해서 일단 가게를 나섰는데, 다른 곳에서 대체품을 찾을 수 있었다. 철물점에서 화물용 폴리에스터 벨트를 잭라인 1/4 가격에 구했고, 시내 기념품샵에서 작은 성조기를 2달러에 득템 했다. 이에 더해 고장 난 좌현 항해등까지 자동차 부품 가게에서 해결했다. 초록색 우현 항해등이 고장 났다면 대안이 없었겠지만 좌현의 빨간색은 자동차 후미등과 같기 때문이다. 1마일 이상 가시거리, 실리콘으로 방수처리 된 전선까지.



예상치 못한 복병


이렇게 출항 준비를 얼추 마무리했으나, 생각지 못한 곳에서 항해가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엉뚱하게도 미국비자. 문제는 우리가 요트로 미국 국경을 넘는다는 데에 있었다. 한국인은 비자 면제이지만, 이는 미국 국경청이 인정하는, '승인된 리스트’에 있는 교통편으로 입국한 한국인에게만 해당된다. 이 승인된 교통편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 밖의 미국 비행기들, 혹은 밴쿠버에서 출항하는 페리 등등이 있겠으나, 당연히 우리의 호라이즌스 호는 있을 리가 없다. 이제야 뒤늦게 관광비자 정보를 알아보니, 인터뷰 대기 시간만 400일이 넘는다.


이렇게 실컷 요트 청소만 하다가, 출항도 하기 전에 우리의 세일링 대모험이 끝이 나게 되는 것인가...




호라이즌스 호의 실내 공간 소개: 

 https://maily.so/easysailing/posts/4dd2ba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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