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날 만찬
벌써 D-1,
마지막 저녁이라고 친구 카르멘을 만나 집 근처 세네갈 식당에 갔다. 친구는 예전부터 가고 싶어 했던 곳인데 나는 아프리카 음식이 별로라 이래저래 미루던 차.
다른 나라 식당들은 그래도 호기심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몇은 끼어 있는데 여긴 정말 아프리카 동향인 모임터였다. 침침한 형광등, 온통 주황색 벽이 어울리지 않는 식당에서 특유의 쌀밥에 이것저것을 덮거나 볶은 것 따위를 먹으며 내 파리 한달살기에 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뭐? 정말이야 알레씨아? 거기서 어학원을 등록하다니 정말 너만 할 수 있는 짓이다. 너만 할 수 있는 짓이야.”
이야기에 한창 열이 오른 나는 신이 났다. 최근 이 계획을 친구들한테 얘기할 때마다
“정말 인생 그렇게 살아야 되는데” 라던가
“너는 추진력이 전차야”라는 등 한결같이 열화와 같은 반응이었지만
카르멘에게 얘기하면서는 더더욱 우쭐했다. 굵직굵직한 인생 뻘짓들로 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나를 누구보다 공감하며 응원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타 문화에 관심은 많으나 영어에 서투른 그녀는 내가 프랑스어까지 독학한 적이 있었다는 데에 혀를 내두르며 칭찬했다. 파리에 도착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각종 공연 관람 계획까지 장황한 설명에 열중한 나머지, 음식 맛이 어땠는지조차 기억이 없는 채로 식사가 끝났다.
“이번엔 내가 살 차례니까.”
계산대에 가서 아까부터 우리 둘에게 이것저것 친절하던 쥔 아저씨에게 돈을 냈다.
“Merci(땡큐)”
“.......녜?” (잠깐, 여긴 아직 밀라논데?? 세네갈 공용어가 프랑스어던가? 대답 타이밍은 늦어버렸네.. 뒤에 카르멘은 서있고. 근데 답을 어떻게 하는지는 왜 생각 안 나?)
“어? 그거 어떻게 답하는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
“De rien(유아웰컴)”
“아, 드리양이요?”
“아니, de rien이라고 해야지”
... 나는 파리에 가서 서바이벌은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