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이 이렇게 빡세서야..

겪어 봐야 아는 대도시의 디멘션

by EASYSAILING

한달동안 매일 4시간씩 수업이 있는 학원은 13구, 집은 16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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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파리 남쪽인데다 지도로 봤을 땐 그다지 먼 것 같지도 않다. 자전거로 통학할 생각에 대중교통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이게 밀라노였으면 2km 정도의 거리였겠지만 문제는, 파리는 밀라노 보다 훨씬 큰 도시.. (이 거리가 9km라는 것은 바로 오늘 발견) 프랑스 구글맵은 자전거로 35분 거리라고 나왔다.
"뭐 날이 좀 덥기는 하지만.."
전날 사전 조사에서 고심 끝에 고른 바이크 쉐어링 OFO를 타고 넉넉하게 수업 시작 50분 전에 출발했다.


이게 상당한 거리였다는 사실은 가도 가도 줄지 않는 도착지까지 거리를 확인하며 깨닫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평지도 아니고 얕은 오르막이 두 개, 용 써야 하는 오르막이 한개 있었다. 나름 학원 첫날이라고 예쁜 꼬까옷 입고 샤방샤방 화장까지 하고 나왔던 나는 금새 땀범벅이 되어 싸이클링 투어 할때의 각이 나왔다.
자전거 도로는 교차로마다 직선으로 통과하는 게 아니라 커브를 따라 돌다 횡단보도로 건넌 뒤 다시 커브를 돌아가 원 도로로 진입하는 황당한 구조라 속도를 낼 수도 없었다. 그나마 중간중간에 도로와 섞이거나 끊기기도 하고, 차와 섞여 고가도로 밑 터널을 통과하는 등의 위험한 구간도 있어 긴장을 풀수 없었다. 파리지앵들 운전 매너도 황이라 한번은 신호가 지난 뒤 급히 앞차를 추월해 교차로를 건너려던 차와 부딛칠 뻔 하기도 했다.(나도 신호위반 중이긴 했지만)
예상 소요시간 35분이라는 정보에 넉넉하게 50분 전에 출발했음에도 첫날 수업에 5분 가까이 지각을 했다. 초행길의 긴장과 지각에의 조바심에 불같이 페달을 밟다 책상에 털썩 앉으니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그제서야 찾아보니 지하철은 돌아 돌아 무려 한시간이 걸리고 그나마 직선거리로 통과하는 유일한 버스는 45분 소요. 지하철은 죽어도 싫으니까 그럼 버스를 타자- 그 45분 동안 편히 앉아서 오늘 배운거 복습을 할 수도 있는거잖아?

그런데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새 버스에 왜 에어컨이 없는 것인가...
45분동안 찜통 속에 사경을 헤매다 집 근처 정류장에 내리니, 제일 더울 오후 다섯신데도 밖이 오히려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다.
진이 다 빠져 집에 와서 몇시간 동안 침대에 대자로 누워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하철에 에어컨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분명 냄새 나고 시끄러운데다 한시간이나 타야 하는데.. 그럼 나는 다시 자전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낮 최고 기온 35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 원거리 통학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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