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7-09.08
작가 전해리가 첫 책으로 쓴 여행 에세이 [당신이 필요한 여행]과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사진전이자 개인전 <당신이 필요한 여행>은 글이 탄생한 비화인 현장을 표현한 사진을 선보이는 동시에 작가의 예술 세계를 공개적으로 확장합니다. 활자로만 접했던 여행의 의미는 다채로운 색감, 깊은 미감, 독자적 관점 그리고 순간의 포착으로 이루어진 사진을 통해 보다 더 풍부해집니다. 사진 속 세상을 향한 호기심, 사진에 대한 책임감, 촬영에 관한 이해는 작가 전해리가 단지 글작가가 아닌 도전적인 문예인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이야기와 감정이 문자를 넘어 형상으로도 서술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글과 사진, 사진과 글이 서로를 보강하며 세상 속 조그맣고 순간적인 존재들을 감각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따라서 인간의 시절이 책의 한 장이 되고, 그 한 장이 되는 이 시절은 마침내 사진으로 인쇄됩니다.
*Supported by The Print (www.theprint.co.kr)
위 전시회는 더프린트의 젊은작가 지원 프로젝트에 의하여 제작비 일부를 후원받았습니다.
인간의 시절이 책의 한 장이 되고, 그 한 장이 되는 이 시절을 마침내 사진으로 인쇄합니다.
여행을 가서 셔터를 눌렀을 때 비로소 꿈의 유리창이 깨지고 현실로 들어섰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사진이란 존재를 몰랐을 테지만, 사진을 찍는 것의 정의가 기계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오래 굳었던 영혼의 각성이라면 나는 이때 분명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행에서 나는 이제 떠납니다. 이 여행에서 떠나는 이유는 무릇 사람이 여행을 가는 이유와 같습니다.
이로써 이 여행은 과거에 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행을 뒤로할지언정 인간은 뒤를 자꾸만 돌아보는 존재지요. 그곳에는 현재가 아닌 여행이 유일하게 남긴 물리적 흔적인 사진만이 보입니다. 나는 그 사진이 왜인지 낯설고, 말랑했던 공기가 단단하게 굳은 ‘그때 그 모습’이 낯섭니다. 사진을 찍느라 어쩌면 놓친 찰나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그 한순간을 나는 평생 알 수 없는데, 나에게 남은 건 오직 사진뿐입니다. 이 사진이 나에게 이릅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어야 한다고. 한 번 더 용기냈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았어야 한다고. 잠시라도 걸음을 멈췄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뒤돌았어야 한다고. 사진을 찍느라 놓쳤던 찰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사진에서 본 모습은 다 사진이 만든 겁니다. ‘찰칵’ 하던 순간 인간으로서 나는 그 순간을 영영 잃었겠지만, 작가는 남기는 존재임이 나에게 대신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하필 그 순간 셔터를 눌렀을까요. 다시 말해, 무엇이 나를 사진 찍게 만들었을까요. 사진이 나에게 도리어 질문합니다: “나를 남긴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럼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그 장소에서 머물렀던 숨결, 놀랐던 감정, 신선한 관점이 압착되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버스커의 음악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사람들과 나뭇잎이, 날 향한 눈동자가 움직일 것 같습니다. 나는 사진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세상에 보여주고파 인쇄했습니다. 나는 ‘그때 그 모습’을 다시 손 끝으로 감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 인생의 퍼즐이 드디어 맞춰졌습니다.
언제나 생생할 겁니다, 나를 가르는 햇살에 셔터를 본능적으로 눌러 날인하는, 날 인식(認識)하던 순간이. 여행은 나를 떠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시회 <당신이 필요한 여행>은 또 하나의 여행입니다.
앞으로 어떤 여행이 필요하게 될지 알 수 없으나,
그 낯섦 속에서 나를 잊길, 그 낯섦 속에서 나를 기억하길.
그 찬란함 속에서 나를 잃길, 그 찬란함 속에서 나를 찾길.
부디.
-작가노트 영문판 (번역: 김하진)
A human’s moment becomes one of the pages, and I finally print the moment as a photograph.
When I pressed the shutter while I was traveling, the window of the dream was disillusioned and went back to reality. I would not have known the existence of photography, however, if taking a picture does not mean mechanical movement but the dishallucination of the soul that has hardened for a long time, I was sure that I was taking a picture at that moment. From this journey, I am leaving. The reason why I am leaving from this journey is quite the same as why humans travel.
This journey, therefore, belongs to the past. Although the humans leave the journey behind them, they are always looking back. When the human looks back, there is the only physical object, which is the photograph, but not the present. Those photos were pretty unfamiliar for some reason, and ‘the moment from the time’ became awkward while the air that was soft has hardened. This might be an instant that I have missed out by taking a photograph. I was not able to recognize that moment forever, but the only thing that I have is the photograph.
The photograph tells me: I had to approach it closer; I had to be brave; I had to look inside again; I had to stop walking; I had to look back at the last moment. This was definitely not the moment that I have missed by taking a picture. Everything you see in the photos are made by the photography. I would have lost the moment forever as a human being, however, as an artist, it is right that the artist is the existence that ‘leaves’ the moments.
Then why exactly did I press the shutter at that point in time? In the other word, what made me take a picture? The photograph asks: “Who are you who made me?” So I look inside the picture to know who I am. The breath that has stayed in the place, surprised emotion, freshness perspective are pressed in. Busker's music, the people and the leaves like the undulating waves, the pupils toward me were about to move at any moment.
I left for the journey to leave the existence, the photograph. In addition, I printed them out to show the world. I am able to touch ‘the moment from that time’. The puzzles of my life are finally arranged.
It will always be vivid. The moment that I have pressed the shutter instinctively against the sunlight that crosses me, and the moment that has recognized me. The journey cannot leave me. Therefore, the photo exhibition <The Journey You Need to Have> is another journey.
I am not sure what kind of journey will be needed for me from now on,
Forget me from the unfamiliarity, may remember me from the unfamiliarity.
Lose me in its splendor, may seek for me in its splendor.
S'il te plait.
(사진과 사진 사이 작가의 책 [당신이 필요한 여행]의 책장(冊張)을 직접 찢어 붙여 놓음으로써
전시장을 '당신이 필요한 여행'이란 하나의 서사로 묶었습니다.)
위
본다이 해변.2015 Bondi Beach.2015
300*200mm, iPhone6
아래
누벨바그.2015 Nouvelle Vague.2015
300*200mm, iPhone6
순간의 여행_감동.2016 Travel in Moments_Impression.2016
200*200mm, iPhone6
위
밸모럴 해변.2016 Balmoral Beach.2016
300*200mm, iPhone6
아래
모스만 해변.2016 Mosman Beach.2016
300*200mm, iPhone6
왼쪽
맨리 해변.2016 Manly Beach.2016
300*200mm, iPhone6
오른쪽
꼬마 버스커.2016 Busker Boy.2016
300*200mm, iPhone6
순간의 여행_용기.2015 Travel in Moments_Courage.2015
200*200mm, iPhone6
서큘러 키.2016 Circular Quay.2016
500*750mm, iPhone6
신사.2018 A Sartorialist.2018
300*450mm, Ricoh GR
예술가.2018 An Artist.2018
900*750mm, Ricoh GR
(시계 방향)
트램.2018 Tram in the City.2018
200*300mm, Ricoh GR
세 가지 면.2018 Three Sides.2018
450*300mm, Ricoh GR
분홍색 멜번.2018 Pink Melbourne.2018
300*200mm, Ricoh GR
패션쇼.2018 The Fashion Show.2018
450*300mm, Ricoh GR
고독.2018 Solitude.2018
150*100mm, Ricoh GR
어디로 가야 할까.2018 Where Should I Go.2018
300*450mm, Ricoh GR
뭐가 문제일까.2018 What’s the point.2018
300*450mm, Ricoh GR
나들이.2018 Picnic.2018
600*400mm, Ricoh GR
왼쪽
보라색 멜번.2018 Purple Melbourne.2018
300*200mm, Ricoh GR
오른쪽
노랑색 멜번.2018 Yellow Melbourne.2018
300*200mm, Ricoh GR
새로운 세상.2018 A Whole New World.2018
450*450mm, Ricoh GR
지나가는 관람객.2018 Audience passing by.2018
1000*1500mm, Ricoh GR
Media: CanvasProcess: Pigment print
멈추는 관람객.2018 Audience stopping passing by.2018
450*300mm, Ricoh GR
책 [당신이 필요한 여행]의 원고 공책을 관람객이 읽을 수 있도록 비치하였습니다.
갇히지 않음.2018 Uncaged.2018
500*750mm, Ricoh GR
왼쪽
오래된 시간.2018 So long.2018
450*300mm, Ricoh GR
오른쪽
지나가네.2018 So It Goes.2018
300*200mm, Ricoh GR
왼쪽
밝음.2018 Brightness.2018
400*600mm, Ricoh GR
오른쪽
어두움.2018 Darkness.2018
400*600mm, Ricoh GR
어떻게 할지는 당신에게 달렸다.2018 It’s up to you.2018
150*100mm/100*150mm, Ricoh GR
가로지르다.2018 Cut across.2018
200*300mm, Ricoh GR
꿰뚫다.2018 Pierce.2018
200*300mm, iPhone8
동경.2017 Tokyo.2017
200*300mm, iPhone8
우선
전시장를 빌려주신 류가헌 갤러리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류가헌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문을 열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흔쾌히 나눠준 김필래 회화 작가님께도 고맙습니다.
작가님의 개인전도 기대할게요.
김민희 작가님, 출판에 도움 주신 덕에 개인전 개최까지 왔어요.
고맙습니다, 선배님.
아울러 유쾌한 상담을 해준 서미영, 강다은 님께도 고맙습니다.
키키 님은 탁월한 감각으로 오프닝 케이터링을 맡아 주셨습니다.
키키 님의 감각과 요리 솜씨가 전시회에 더해져서 기뻐요!
김하진 님은 저의 작가 노트를 영문으로 번역했습니다.
제 글을 깊이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하고 싶은 모든 걸 해낼 하진 님을 응원해요.
그리고 김익영 더프린트 대표님.
김익영 대표님은 리터칭, 프린팅, 프레임을 맡아 주신 것뿐만 아니라
저에게 사진 스승님이 되어 주셨습니다. 좋은 사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길에서 만난 모든 여행자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액자 정보 공통 사항(캔버스인화사진 제외)
Media: Innova Matt Creamish 230gsm
Process: Pigment print
Frame: Merbau Wood
*모든 사진 에디션 존재
**사진 구매 및 전시 문의
leshot.official@gmail.com
사진 및 전시 소식
https://www.instagram.com/leshot.official
https://youtu.be/InklfRSsQGc?si=3Of4u-777ZZU06Ow
https://m.blog.naver.com/awholenewword/223571465698
https://m.blog.naver.com/awholenewword/223582337099
+
전시회에서 받은 꽃다발을 어떻게 간직할까 고민하다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