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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담 Mar 20. 2019

아기의 생후 50일 촬영, 아빠들은 명심하자


1. 하진이는 오늘로 태어난 지 65일이 됐다. 그동안 하진이는 '정말 많이' 컸다. 와, 아침에 그 아기가 맞아? 싶을 정도로 오전과 오후가 다를 정도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진이는 키도 많이 컸고 몸무게는... 전국 또래 아기 가운데 상위 10%에 들었다..


요 녀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적기로 한다. 왜냐면 오늘은 하진이의 '생후 50일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 요즘은 돌 사진, 백일 사진뿐만 아니라 50일 사진 촬영도 많이 하는데 스튜디오를 이용할 부모님들은 이왕이면 하나의 업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유는 아래에서 천천히 얘기하기로..


우리도 역시 지난번 만삭 사진을 찍었던 스튜디오에서 아기의 50일 촬영을 했다. 하진이가 아직 '도담'이었던 시절, 부른 배를 안고 아내와 나는 초음파 사진을 손에 쥔 채 사진을 찍었었지. 같은 곳에서 찍으니 단순히 사진의 분위기가 비슷한 것도 좋았지만 하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아서 더 좋았다.


"하진아. 엄마랑 아빠랑 여기 왔던 거 기억나? 하진이 아직 엄마한테 있었을 때 여기서 사진 찍었는데. 그때 하진이는 못 찍었으니까 오늘 많이 찍고 가자!"


'하진이가 아직 도담이로 불리던 때'


2. 사실 모든 부모에게 50일 촬영은... '우주'와도 같다. 멀리서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지만 실제 그 안으로 발을 한걸음 들어놓게 되면.. 숨도 쉴 수 없다.


인형 같은 외모를 뽐내며 사진기를 보고 생긋생긋 웃는 우리 아이, 비슷한 시간대에 촬영을 와서 우리 아이를 보며 감탄하는 다른 부모들.. 뭐 그런.. 환상?


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울고, 옆에 아기가 울면 울고, 그냥 불편하면 운다. 한 컷 찍어보기도 전에 눈물바다가 된 스튜디오에서 먼저 진정이 된 아기들만이 겨우겨우 촬영을 한다. 하지만 끝끝내 못 찍고 다시 일정을 잡은 채 발걸음을 돌리는 부모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에서는 촬영 며칠 전부터 신신당부를 한다. 낮잠 재워오고, 밥 잘 먹여서 오고, 우리 아기님 피곤하지 않게, 귀찮지 않게, 힘들지 않게...


아이의 바이오 리듬은 며칠 전부터 맞춰주는 게 좋다. '오늘 촬영일이니 오전에 잘 재워서 데리고 가야지'라는 생각은 '오늘 날씨가 더우니까 비가 오게 해야지'라는 말만큼이나 실현불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부터 먹는 시간, 잠깐 노는 시간, 자는 시간을 촬영 스케줄에 맞게 조절해놓으면 상대적으로 덜 힘들 수 있다. 포인트는 '잠깐 노는 시간'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맞춰두는 것! 덕분에 우리는 인생 사진들을 많이 건졌다.


하진이는 촬영 내내 기분이 좋았다.


3. 예비 아빠, 초보 아빠들을 위해 팁을 주자면 어설프게 '이렇게 찍자'느니 '이게 낫다'느니 말하지 않아야 한다. 아직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 자체로 아내는 예민해져 있는 상태고, 촬영을 잘 끝내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예민 모드'는 발동되어 있을 것이다. 아기가 입을 옷부터 모든 부분에 있어서 남편에게 허락되는 대답은 딱 두 가지이다.


"그렇게 하자"


"오 좋은데?"


하진이는 잘 먹고, 잘 자며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촬영 조금 전에 수유를 한 번 더 하고, 소화시키고 놀 때 딱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진이는 촬영 내내 예쁜 미소와 함께 한 번 칭얼대는 소리도 내지 않는 등의 덩치값(?)을 하며 현장의 스태프분들을 놀라게 했다. 100일 사진 찍으러 온 아기들이 7~8kg 가까이 나가는 것에 비해 이미 7kg을 찍어버린 하진이는 '보스 베이비'로 불리며 사진작가 선생님이나 보조 스태프들의 마음을 훔쳤다. 오죽했으면 잘 찍는다고 보너스 컷도 여러 장 찍어주셨을 정도!


사진을 찍고 며칠 뒤 파일을 받았다. 처음에 언급했던 하나의 스튜디오에서 찍었을 때의 장점이 여기서 또 한 번 발휘된다. 하진이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 때의 사진 파일들도 다 보내주셔서 아이의 성장을 직접 비교가 가능한 것이다. 아내와 사진들을 보며 감탄과 놀라움을 공유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니 우리 아들. 쭉 나열된 파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보니 지난 2달 여가 머리를 스쳐갔다.


정리하자면 요즘 아이들 사진 찍는 스튜디오는 비슷비슷할뿐더러 다 잘 찍는다. 좀 가격이 낮고 실력이 낫고의 문제보다 결국 우리 아기가 힘들지 않게 찍고 아내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역시 스튜디오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 좋다. 아내와 아이의 피로도는 거리에 비례하기 때문. 물론 업체의 후기나 여러 상황을 잘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아무튼 하진이는 나름 즐겁게 촬영을 했고 우리는 100일 촬영 일정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즐거웠던 분위기 속에서 아내와 나는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아내 - "하진이가 커서 조금 무거워하시더라..."


나 - "100일 촬영을 한 80일쯤 미리 할까..? 지금 벌써 그 정도 몸무게는 나가잖아..!"


함께 키득대며 웃는데도 하진이는 잘 자고 있었다. 촬영이 나름 고단했는지 그 날 낮잠을 길게도 잤다. 마냥 고마워. 하진아.

건강하게 지금처럼 잘 자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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