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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 Dec 09. 2022

경계에 선다는 것

확신 없는 꿈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렸을 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의사, 변호사, 대통령, 아빠요!" 확실한 명사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있었다. 내 꿈은 요리사였다. 조금 더 자세한 수식어를 붙이자면 '특급 호텔의 주방장' 그리고 추후에는 개인 레스토랑을 차려 '오너 셰프'가 되는 것 이 얼마나 명료하고 좋은가.


하지만 나이가 한두 살 들어 갈수록 꿈이란 건 더 이상 정의 가능한 명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꿈은 동사에 가까웠다. 끊임없이 움직인다.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정의할 수도 없다. 주어와 목적어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나마 명사에 가까운 직업이 있다면 활동하기 위해서 반드시 면허 자격을 따야 하는 전문직이거나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이 있다. 그래서 꿈을 가진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면 애매한 꿈을 접고 확실한 하나의 직업을 선택한다. 공무원 같은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나마 정의 내릴 수 있으며 확실한 목적 하나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요리사라는 직업도 나름 정의할 수 있지만, 변호사와 의사 등에 비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메리트가 떨어진다. 같은 '사'짜지만 레벨이 다르다.


이럴 때면 어릴 때 그 순수한 마음이 그립다. 그냥 하고 싶으면 명료하게 하고 싶은 걸 외칠 수 있는 멋모르는 그 마음. 현실과 타협하며 모호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지금이 미워지기도 한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직업을 정의하기란 더 어려워졌다. 본래의 직업은 고사하고 수많은 직업군들이 생겨나고 있고 또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세대에 걸쳐 검증된 직업군의 분야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젊은 세대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더 켜졌다. 


오래부터 지속되어오던 당연한 직업을 이어받는 게 아니라 새로이 창출되는 검증 안된 직업에 시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 불안함과 모호함을 가지고 인생을 걸어야 한다. 언제 망할지, 아니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한부 직업이라 할 수도 있겠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꿈을 가지고 살아 나가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면 차라리 명확한 무언가를 선택하고 싶다. 설령 그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현실에 즉시 하여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마음 편한 일을 찾는다. 


 그저 그런 일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 살게 된다. 그래서 프리랜서라는 때깔만 좋아 보이는 직업은 기피하고 보다 확실한 직업 하나를 가지고 살아 나가는 게 맘 편할 것이다. 우리는 남녀 관계에서도 찝찝함을 싫어한다. 답답해서 빨리 고백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그냥 빨리 선택하고 싶다. 그게 당장 마음이 편하다. 불안한 것이 싫다. 



경계에 선다는 것


 모호한 그 선에서 불안하지만 계속 줄타기 하는 그 모험, 지금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확신 없는 꿈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으며 낯설고 새로운 루트를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장 편하고자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편향된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모호함을 사는 것은 큰 어려움이지만 우리 각자의 어느 정도의 몫을 가지고 희생해야 한다.


 모호하고 불안한 이 순간을 견딜 수 있는가 없는가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이다. 명료한 것이 좋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그 한쪽에서 살게 된다. 그들이 왜 더 깊은 생각하지 못하냐면 한쪽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해버린 것을 진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누군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저는요. 요리사였다가, 지금은 크리에이터이자, 작가이자, 예비 사업가이자, 프리랜서이자 백수입니다.

불안하지만요. 과거의 것들도 공부하고 새로운 것들도 마주해보고 경험해보려고요. 


정의 내릴 수 없어요.

꿈은 동사라고 하잖아요. 움직여요. 

그래서 한 두해쯤은 말아먹어도 돼요.  


지금 모호하게 살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확신 없는 꿈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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