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고 기괴한 나의 꿈 이야기 중에서.
흐릿한 회색빛 방 안에 덩그러니 파란색 통이 하나 놓여있었다. 보통 음식점에서 뒷문에 두고 음식물쓰레기를 담는 데 쓸 법한 그런 뚜껑이 있는 파란색 플라스틱 통이었다.
통 안은 세제 가루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린 시절 구식 세탁기 옆에 항상 있던 그 세제 가루였다. 흰색 가루 사이사이 약간의 비율로 파란색 가루가 오묘하게 섞여있는, 냄새를 맡으면 베란다 공기가 스며들어있을 것 같은 그런 하이타이 가루였다.
그리고 방 안에는 갈색 배냇털이 아직 엉성하게 자라있는 주먹만한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새끼 고양이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계속해서 파란 통을 향해 돌진해서는 그 안에 든 세제가루를 미친듯이 먹으려는 것이었다. 나는 새끼고양이를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그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가녀린 몸뚱아리가 무색할 정도의 극도의 민첩함과 힘으로 고양이는 계속해서 통을 향해 뛰어들어 세제가루를 먹었다.
겨우겨우 통에서 고양이를 떼어내면 다시 강력한 자석처럼 들러붙고, 나는 또 떼어내고, 들러붙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고양이는 이미 여러 번 세제가루를 삼켰다.
또 한번 통으로 뛰어드는 고양이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나는 안된다고 울부짖었다. 여러 번의 사투 때문에 온 몸은 이미 땀 범벅이었고, 이러다가는 고양이가 죽겠다는 두려움과 아무리 막아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 질식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무서운 힘으로 고양이는 통 안으로 또 한번의 점프를 했다. 나는 이번에는 고양이를 막지 않았다. 통 안에서 세제 가루를 미친듯이 먹는 고양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무언가에 홀린 듯, 통 옆에 있던 뚜껑을 들어 고양이가 담겨있는 그대로 닫았다.
어차피 고양이는 고개를 가루 속에 처박고 있어서 굳이 뚜껑을 닫기 위해 힘을 주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가 나오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뚜껑을 붙들었다. 나의 손 바로 아래에서 고양이가 죽어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다 돋았지만, 뚜껑을 부여잡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