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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턴 Dec 29. 2020

영화 Uncle Frank(프랭크 삼촌)

성소수자가 아닌 퇴사자에 대한 이야기

모처럼 보내는 주말다운 주말이다. 입사 후 몇 달을 퇴근 없이 일한 것 같다. 계속되는 야근, 주말 출근, 잠시 짬이 나도 스트레스로 몸도 마음도 결코 회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12월부터 조금씩 생기는 주말 휴식에 한 주는 잠으로 가득 채우고, 또 한 주는 퇴사 고민으로 가득 채우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어서야 마음에 쉴 여유를 찾았다. 아마 퇴사에 대한 고민을 끝내서인지도.


아마존 오리지널 콘텐츠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이 꽤 있는데 이번 "Uncle Frank(프랭크 삼촌)"도 그랬다. 처음엔 '삼촌'과 '로드트립'이라는 두 단어가 뭔 생뚱맞은 조합인가 싶었는데 일단 재생 버튼 눌렀다. 고민하기에는 이미 졸음이 쏟아지던 참이라 자장가 삼아 잠들면 땡큐였다. 그 날 결국 새벽 세시까지 못 잤다.


삼촌이 이렇게 멋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LGB들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었고 꽤나 친해졌다. 각자의 모습으로 자기 인생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나와 다를게 뭐야 싶었다. 하지만 LGBTQ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유난히 날을 세우는 사람들도 종종 만났었는데. 이들과 저들이 같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간과했던 것 같다.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인권 운동을 벌여야 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에 대해 생각한다. 꼭 나이, 성별, 인종 또는 성적 기호 따위의 것들이 아니더라도 나로 살아가는 일이 어렵게 생각될 때가 있는데. 요즘이 좀 그랬다. 다들(끽해야 500명, 전세계 인구의 0.000005%의 사람들) 잘 다니는 현 직장을 도대체 나만 뭐가 그리 못나서 이렇게 퇴사를 운운하나 싶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프랭크 삼촌은 뉴욕으로 떠나야만 했다.


영화를 보기 전 이미 결심했지만 나는 곧 올해 두 번째 퇴사를 한다. 입사 후 삼 개월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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