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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턴 May 16. 2019

질투, 남자 친구 그리고 너의 여사친

잠깐 뜬금없는 연애 얘기 좀 해도 될까요?

내가 두 번째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at Sally..., 1989)'.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맥 라이언이 예뻐서'가 가장 크지만,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나도 저런 사랑 해보고 싶어서'다. 여중, 그리고 남녀가 유별했던 고등학교를 다녀서인지 나는 남자 사람 친구를 사귀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나에게 해리 같은 남자 사람 친구는 존재하지 않고, 아마도 이번 생에 저런 사랑은 불가능할 것 같다.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맥 라이언 -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 1989)'


얼마 전,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초반답게 우리는 서로에 의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며 알콩 달콩 사랑 중이다. 그리고 곧 나의 남자 친구 집에 그의 여자 사람 친구가 방문해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다. 남자 친구는 앞으로 거실과 방 하나로 이루어진 단출한 공간에서 낯선 여자와 단 둘이 같은 냄새와 온도를 공유하며 잠에 들고 아침을 맞게 된다.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행해지는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나고 나면, 아니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얼굴이 소파에서 잠든 여사친의 얼굴이라는 것.


한 달 전, 그가 이 플랜에 대해 말했을 때 나는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은연중에 '한 달 뒤 우린 헤어지게 되나 보다'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녀가 오기 사나흘 전부터 나는 밤 새 잠을 뒤척이며 연애의 참견을 찾아보고, 연애 상담 카톡방에 사연을 남기고, 또 친구와 통화를 하며 긴 긴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바로 오늘 너의 여사친은 계획대로 이 곳에 도착했고, 아마 지금 쯤이면 둘은 너희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사로운 감정들을 공유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겠지.


어쩌면 내 덕분에 너희는 해리와 샐리가 서로가 제 짝인 줄 모르는 채 만나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던 때의 시간들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전화를 하던 너인데, 조금 이따가 어떤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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