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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Mar 20. 2024

이유가 어디에 있는 지는 알고 있다.



2023년 12월 18일 확진을 받았으나
가속기 증상인 위장내출혈과 궤양동맥 파열을 2차 병원에서 우선 잡고 나서, 실제적인 만성골수성

백혈병(cml) 치료는 3차 병원인 2024년 1월 23일 서울 성모병원으로 전원 하였다.


입원실이 없어서 <응급실 입원>이라는 특이한 경험과 함께 시작하여 어제로 8주가 되었다.


<향악성종양제로 분류되는 정말 강한 고함량 하이드린 12알>로 시작을 해서 발진등 부작용을 견디고 지나 일주일 후부터 첫 표적치료를 진행했지만 혈액수치와 간수치가 흔들려 일주일 휴약했으니, 실제 <표적치료제 600ml> 복약은 6주 정도 진행한 것이겠네.


다음 주는 소화기 내과를 가서 처음 발병했던 위장 내 출혈로 인한 궤양치료 후 결과 검사. 그 뒤로 2주 뒤에 다시 해야하는 골수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예약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예민한 짜증과 다 받아주지 못하는 내 작은 그릇으로 한동안 각각 걷다가 옆지기가 너무하다 싶었는지 손을 잡았고... 마음은 안풀렸지만 어렵게 내민 손을 뿌리치는 것까지는 아닌 듯 해서 잡는 둥 마는 둥 애매한 상태로 말 한마디 없이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는 다행히 앉아서 왔지만 마음은 한없이 불편했다.


우리 둘은 다른 말들로 다독였지만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다. 그저 아픈 이는 예민해지고 과해지고, 곁에 있는 이는 마음이 작아지고 또 작아지는 것이겠지. 아픈 이와 조금 지친 이에게 같은 크기의 무거움까지 얹어졌으니 서로 다른 방법으로 그 또한 힘을 내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다시  안쓰러움으로 바뀌었다.



힘들었지만 오늘은 손을 잡고 잠시 천천히 걸었다.

페이스북 벗들의 사진에는 꽃들이 피기 시작이던데

그래도 아직 바람이 차고 봄의 공기는 아닌 듯했다.

그러다 어느새 사람들의 옷도 마음도 가벼워지겠지.



우리에게도 봄은 올 것이다. 그러지 않을까.

힘내요. 보다는 다행이에요. 그동안 수고했어요. 말을 들을 날이 오겠지. 좋은 사람들의 책도 마음 편히 사서 보고 은혜로움도 갚고 얼마 전 둘이 얘기했지만 힘들면서 느끼며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든 어려운 이들을 조금이나마 도우면서 살아가프다. 온마음으로.



오늘도 기도로 마무리합니다.


*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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