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니 Aug 09. 2024

살다가 언젠가는 제 어깨를 내어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하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 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 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김민기 <봉우리>






살다 보면

안 보고도 저절로 마음이 담기는 분이 계십니다.
제가 아무나 친구 못하는 낯가림이 있는데 세상을 그래도 살아 보니 도움이 되어 주셔서만이 아니라

안 보고도 통하는 사람은 느껴집니다.
결, 이라는 말은 처음입니다.

네. 결이 맞습니다.

지금 터널이든 동굴이든 손 내밀어 주시는 이 계십니다.

현재 봉우리를 오르고 있는 것이라면 그 오르막 길을 앞에서 끌어주고 가끔은 뒤에서 밀어주십니다.

그분의 행동이나 말씀은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따스함에 감동하지요.


여러 개의 꿈이 있겠지만 옆지기의 건강 다음으로

그중 중요한 것.

헤매었던, 그리고 허덕이던 곳에서 벗어나  언젠가 제길을 찾아 휘청임 없이 걸어갈 수 있을 때

따뜻한 식사 함께 하면서 무엇보다 나이를 떠나서 제게도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 드리고 싶습니다.

늘 겸손하신 그분의 건강과 그 가족의 행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 직접 만들어 주신 부채와 부채집.


작가의 이전글 처음이니까... 적어도 난 그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